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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만원으로 식당 창업

월세는 120, 권리금은 500

by 타짜의 클리닉

기본적으로 손님들도 술과 함께 하는 저녁이니 객단가에서 자유롭다. 점심은 만원을 넘으면 큰일 나지만, 저녁은 일인당 4~5만원도 준비가 되어 있다. 점심 영업시간 대비 매출액은 서너배가 다르다. 게다가 술과 먹는 음식이라서 고도의 솜씨가 아니어도 된다. 술이 맛을 희석?시키는 탓이다.

3천으로 식당을 창업할 생각이다. 물론, 보증금은 제외다. 그 돈이야 찾는다 치고(설마 26년 컨설턴트가 그 돈조차 못 찾을 정도로 망할까) 3천으로 오픈할 생각이다. 18평쯤 되는 식당이고, 한식과 양식요리주점이다. 좋게 말하면 퓨전술집이고, 냉정하게 말하면 컨셉부터 하품이다. 양식을 안주로 먹는다니 말이다.



2년전 로드뷰에는 골프용품 전문점이었으니, 기세 좋게 인테리어까지 하고 창업한 앞사람은 돌아오는 9월 말 계약서에 사인한 대로 2년을 채우고(버티다) 망한 셈이다. 천정형 에어컨 2대값도 안되는 500만원이 권리금이니 말이다.



은퇴하고 빠르게 식당창업에 많은 돈을 쓰고 노후를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흔하다. 다 자청한 일이다. 체면상 보여주기 위해서 1군 프랜차이즈를 차리느라 수억을 쓴 탓이다. 사회적 지위를 의식?해서 일하지 않는 주인으로 살만한 창업아이템을 선택한 덕분이다. 고생없는 열매는 없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창업은 가당찮다.



2년전에 골프용품점을 인수해 식당을 차린 양식요리주점 주인도 안타깝지만 하는 수 없다. 양식안주에 자신이 손님이라고 대입조차 하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다. 소주에 땡기는 안주가 삼겹살이지 스테이크일까? 생맥주에 땡기는 안주가 치킨이지 샐러드며 돈까스일까? 장사는 기획으로 하는 게 아니다. 비상한 아이디어로 식당을 차려본들 백전백패다. 성공하려면 흔해야 한다. 호불호가 없어야 한다.



흔할수록 경쟁력이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반드시 비틀어야 한다. 흔한 걸 흔하게 파는 건 안된다. 흔한 걸 흔하지 않는 방식으로 비틀어 팔아내야 한다.



월세는 120만원이다. 월세도 비싸면 안된다. 건물주 좋은 일 하려고 차리는 창업이 아니다. 월세가 싸다고 자리가 나쁘다는 편견도 오해다. 아니, 상식적으로는 맞지만 내가 살려면 그 상식도 스스로 깨야 한다. 50이 넘어서 차리는 식당의 월세는 200을 넘지 말아야 한다. 50이 넘어 차리는 식당의 규모도 테이블 10개를 넘지 말아야 한다.



3천을 들여(보증금 3천 별도) 차리는 이번 식당의 아이템은 장어구이다. 테이블은 7개다. 딱 좋고, 적당하다. 테이블이 적으니 손님은 아늑한 느낌이 들 것이고, 테이블 수가 적어서 주인도 손님을 케어하기 좋다. 테이블이 적을수록 만석은 쉽고, 기다리는 손님도 생기기 좋다. 고수들은 의도적으로 테이블 수를 줄여 세팅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테이블 수가 많으면 인건비 지출도 높아야 하고, 그걸 다 채우는 것도 일이고, 다 채운다쳐도 줄을 서지 않으니 밖에선 내 가게의 성장을 알 리 없다.



앞 사람이 인테리어를 해준 덕분에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인테리어비는 들지 않는다. 일부 눈에 거슬려도 하지 않을 생각이다. 어차피 손님도 모를테니 말이다. 게다가 주방의 기물도 그대로 사용하면서 꼭 필요한 것만 넣는다면 비용은 4~5백이면 될 것이다. 의외로 부담인 냉난방도 천정형 에어컨이 2대니 해결되었다. 의탁자도 그대로 사용하면 되고, 그릇은 전에 쓰던 그릇을 꺼내면 되니 돈 나갈 곳이 없다. 식당창업은 이렇게 남이 하다 망한 걸 인수 받아야 한다. 그래야 돈을 쓰지 않는다.



거리엔 기세 좋게 창업한 초짜들의 매물이 즐비하다. 거기서 고르는 거다. 간판을 바꾸고, 메뉴를 손대어 적은 돈으로 창업하는 게 요령이다. 하나 더 팁을 주자면 점심보다는 저녁 장사를 해라,다. 점심은 객단가가 뻔하다. 그리고 점심은 영업시간이 짧다. 그 짧은 시간에 많이 팔려면 일손을 여럿 두어야 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점주의 몫이다. 거기에다 점심은 솜씨가 필요하다. 게다가 경쟁자가 많으니 가성비도 신경써야 한다. 이래저래 참 어려운 것이 점심 장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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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먹자상권이다.




반면에 저녁만 문 여는 장사는 수월하다. 일단 영업시간이 짧다. 5시부터 11시면 된다. 점심을 팔려면 주인은 10시에는 출근해야 하지만, 저녁장사만이면 4시에 출근해도 된다. 체력적으로나 인건비 측면으로나 유리하다. 10시 출근과 4시는 하늘과 땅이다.



기본적으로 손님들도 술과 함께 하는 저녁이니 객단가에서 자유롭다. 점심은 만원을 넘으면 큰일 나지만, 저녁은 일인당 4~5만원도 준비가 되어 있다. 점심 영업시간 대비 매출액은 서너배가 다르다. 게다가 술과 먹는 음식이라서 고도의 솜씨가 아니어도 된다. 술이 맛을 희석?시키는 탓이다.



이쯤에서 이야기를 끝내자. 3천만원을 들여 식당을 차렸으니 망해도 그만이다. 망해도 그만이니 원가를 남들처럼 35%에 못박을 까닭이 없다. 투자가 적은 만큼 원가율을 높이는 건 어렵지 않다. 주인이 망해도 그만이라는 각오로 원가를 높인다면 가성비는 이미 30m는 앞선 셈이다. 객단가 자체가 높은데 거기서 30m를 앞서서 주인이 내준다면 그 가성비는 점심 만원짜리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죽겠다고 덤비는 사람을 이길 방도가 없는 것처럼, 투자가 적어서 원가를 높게 쓰겠다는데 줄을 못 세울 까닭이 없다.



테이블 수가 적으니 손님은 북적이지 않아서 오래 앉을 것이고, 술집에서 오래 앉는다는 건 술을 많이 마신다는 뜻이다. 술을 마시는데 장어라는 안주가 떨어지면 추가할 것이고, 장어는 태생적으로 판매가격이 있는 녀석이니 매출은 동반 상승할 것이다. 2명인 손님도 10만원은 쓸 것이고, 3~4명이라면 15만원쯤이야 우스울지 모른다. 그렇다면 7개의 테이블이 저년 6시간 동안 하루에 딱 2번만 일해줘도 200을 찍을지도 모른다.



테이블 수가 적으니 홀은 1명이면 되고, 그것도 저녁만 채용하니 인건비는 들어야 얼마 안한다. 따라서 시급을 많이 줄 수 있고, 시급이 높으니 술집에 어울리는 알바는 선택이다. 저녁만 문을 열면 생기는 자연스러운 장점이다.



3천으로 창업한 작은 식당이 하루 100만원만 팔아도다. 그 정도만 팔면 대기업 30년 연금을 부은 것 이상으로 수입이 발생한다. 식당은 이렇게 차려야 한다. 남이 먼저 차려 망한 걸 줍줍하고, 저녁만 문을 열고, (반드시)추가가 발생하는 (술)메뉴를 선택하는 것 이게 핵심 중에 핵심이다.



밥집을 차리면 고생이다. 너도나도 밥을 팔기 때문이다. 그래놓고 좋은 소리도 못 듣는다. 비교나 하고, 많이 쓰지도 않으면서 트집을 잡는 게 밥 손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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