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금을 쓰지 마라.
아니면 비었거나, 바로 지은 신축이라는 소리이기도 하다. 나쁜 자리라 여태 비어 있거나, 나쁜 자리라 신축인데 내 차례까지 왔다고 생각하면 결론은 외진 자리라는 뜻이다. 까놓고 말하면 외져서 나쁜 자리라는 말이다. 그런데 아우디를 타려면 그런 자리를 피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곳을 선택해야 아우디를 탈 수 있다. 누가 봐도 좋은 자리라면 권리금이 없을 수 없다. 비어 있어도 바닥권리금이라는 게 붙어 있고, 이미 세입자가 있다면 영업권리금까지는 몰라도 시설권리금 정도는 달라고 할 것이다. 권리금은 결국 상권의 바로미터다. 상권이 좋다는 말을 하수들은 유동량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고수들은 경쟁자가 치열한 곳이라고 이해한다. 그래서 고수들은 좋은 상권을 오히려 싫어한다. 50명이 출전한 싸움에 끼고 싶어하지 않아 한다. 3~4명인 곳에서 싸우는 게 훨씬 쉽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물론, 당연히 유동량도 없다. 결과적으로는 서로 손가락 빨기 좋다. 그래서 장사의 첫째는 목이었고 둘째도 상권, 셋째도 입지였다. 그랬는데 지금은 아니다. 아마도 최초는 경리단길이 아니었나 싶다. 이태원 상권이 아니라 경리단길로 불려지면서 특정한 상권이 뜨기 시작했다. 그 힘은 바로 인터넷을 통한 소통이었다. 핸드폰이 발전하면서 소통의 시간이 압축되었다. 전단지로 가게 홍보를 알려야만 했던 때가 있었다. 오픈 행사를 요란하게 벌여야 동네 사람이 내 가게를 알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오픈 전단지를 뿌리지 않는다. 인스타를 통해 알리고, 네이버 플레이스를 통해 가게를 노출한다.
이제 상권은 확 달라지기 시작했다. 생전 경리단을 가지 않던 사람들이 그곳으로 몰렸다. 유동량이 늘면서 젠트리피케이션으로 확장했다. 세입자가 끌어모은 사람들 때문에 건물주들이 재미를 봤다. 폐해가 생겼지만, 그 후로도 망리단길이니 송리단길, 명리단길이 생겼다. 없던 상권이 새롭게 등장했고 일부러 부각시키기도 했다. 사람들이 인터넷과 핸드폰으로 만든 소통의 결과는 엄청났다. 이제 전통의 상권은 새로운 상권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구시대의 유물이었다.
이야기가 다소 새었는데, 특정한 새, 상권에 운 좋게 깃발을 먼저꼽자,는 말이 아니다. 그런 것과 상관없어야 한다는 말을 하려는 거다. 상권의 힘에 기대지 말아야 한다. 내 장사가 상권탓으로 잘 된다면 문제다. 상권이 쇠락함과 동시에 나도 저절로 쓰러질 테니까다. 젠트리피케이션에서 벗어나는 건 세입자에게는 불가항력의 일이다. 그래선 안 된다. 내 가게는 상권과 무관해야 한다. 5G 핸드폰을 통한 소통의 발달은 상권을 새로 만들기도 하지만, 구석진 자리도 편하게 찾아가는 길을 안내하기도 한다. 아무리 외져도 헤매지 않게 도와준다. 상차림이 특별하다면, 가성비가 남다르다면, 맛이 포인트가 신기하다면 이제 사람들은 멀거나 깊어도 방문을 주저하지 않는다. 오히려 외질수록 귀한 보물을 발견했다고 좋아하고, 도시와 멀수록 먼저 세상에 알리는 선발대가 되기를 자처한다.
상차림과 가성비 그리고 맛의 포인트에 힘을 주라는 말이다. 그게 이번 이야기의 결론이다. 권리금에 쓰지 않은 돈으로 상차림에 원가를 10% 더 쓰라는 거다. 가성비를 담기 위해서 재료비 1~2천원 더 써도 된다는 소리다. 수천만원의 권리금을 쓰지 않았으니 가능하다. 손님이 원하는 것은 찾기 편한 가까운 위치가 더이상 아니다. 불편해도 상관없다. 이색적인 상차림과 계산할 때 가성비, 반전에 가까운 맛의 포인트만 있다면 그 모든 불편함은 오히려 이야기꺼리가 된다.
앞으로도 경쟁할 사람이 많지 않을 나쁜 자리가 오히려 좋은 자리인 셈이다. 그걸 믿어야 한다. 세상이 바뀌었음을 믿어야 한다. 상권이 좋을수록 경쟁자로 인한 순위경쟁이 더 치열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작은 상권은 10개의 식당이 있다. 그 안에서 3~4등이면 먹고 살 수 있다. 그리고 6~7개 정도는 제압할 수 있다. 그러나 큰 상권은 100개의 식당이 있다. 그 안에서 10등에는 들어야 먹고 산다. 그런데 90개를 제끼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잘 되는 열 개의 식당을 위해 들러리 역할, 액자 역할을 하는 90개에 낄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걸 권리금을 주고 자청한 것이다. 안타깝지만 그게 현실이다. 그래서 좋은 상권일수록 간판이 수시로 바뀐다.
나쁜 상권에 들어가야 한다. 오합지졸의 경쟁자조차 없어야 한다. 무주공산에서 홀로 잘하면 된다. 혼자 달려서 1등이어도 월급쟁이보다 낫다. 100개의 상권에서 90개인 액자노릇보다 낫다. 좋은 상권이 손익분기점을 당겨주었던 건 과거의 데이터다. 과거엔 옳았고 그랬지만, 지금과 앞으로는 그렇지 않다. 인터넷 소통의 길을 찾으면 상권은 이제 큰 기회가 되어주지 못한다.
대신에 인터넷 소통의 씨앗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게 없이는 인구의 회자거리가 될 수 없다. 그건 바로 눈이 즐거운 상차림, 입이 즐거운 맛의 포인트, 지갑이 즐거운 가성비라는 녀석이다. 그 3박자를 갖는 데에 돈을 써야 한다. 권리금이 아니라 그걸 배우는 값에 쓰고, 그걸 생각에 심는데 써야 하는 세상이다. 여전히 장사목이 가게의 운명을 결정한다고만 믿으면 100명의 싸움터에서 90명을 제치기 위해 몸을 갈아 넣어 그게 겨우 혹은, 그나마 유일한 무기인 자영업자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