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를 타고싶다면 15,000원

싼 1인분짜리 장사는 고되다.

by 타짜의 클리닉

15,000원짜리를 팔아야 한다.


1인분 가격을 뜻한다. 식당의 일손 1인의 인건비는 3천원짜리 김밥이건, 4만원짜리 아구찜이건 똑같다. 조리의 속도는 차이가 있지만, 먹기 위해 머무는 시간의 차이도 있지만, 인건비는 사실 얼마짜리를 팔건 같다. 그래서 나는 저단가의 메뉴를 파는 걸 권하지 않는다. 저단가가 1시간에 많이 팔리려면 유동량이 필요하다. 유동량은 권리금이고 월세다. 이 말은 앞으로는 벌고, 뒤로는 밑진다는 소리다. 건물주에게 월세를 바치기 위한 삶이던가, 목돈으로 큰 권리금을 주고 나중에 그 권리금을 돌려받기 위해 수년을 몸으로 고군분투하는 셈이다. 무엇보다 유동량으로 발생한 매출은 모래성일지 모른다. 지나다 문이 열려서 들어온 손님은 내 가게의 위치를 모른다. 슬프지만, 사실이다. 유동량이 많을수록 식당이 빽빽해서 상호를 기억하기 어렵다.



KakaoTalk_20241230_160301009_21.jpg 여유있는 손님들은 풍경과 먹고 싶어한다.


1인분에 3~4만원짜리를 팔면 좋겠지만, 현실의 문턱은 어림없다. 나 또한 그만한 가격의 음식은 축제같은 일이 생기는 날이나 찾는다. 물론, 먹다 보면야 한 끼에 2~30만원도 쓰는 일이 비일비재하지만 그건 총합의 값이거나, 여럿에게 쏠 때의 값이다. 1인분에 3~4만원짜리를 시켜서 치룬 값이 아니다. 한 달에 한두번인 서민들이거나, 일주일에 한두번인 중산층이 주요 손님인 식당이라면 1인분 15,000원이 적당하다. 그래야 테슬라를 탄다. 물론, 파는 이의 기술이 필요하다. 거리의 평균보다 비싼 음식값 1인분 15,000원짜리를 싸다고 먹도록 하는 기술을 써야 한다.



KakaoTalk_20241231_142019313_12.jpg 18가지 음식을 만들어 6천원에 먹게해서 겨우 100만원을 판다.


무엇보다, 1인분에 15,000원이 불쾌하지 않을 메뉴를 그래서 선택해야 한다. 라면과 칼국수를 15,000원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쌀국수와 파스타는 받을 수 있다. 자장면은 어림없지만, 짬뽕은 심심찮은 가격이다. 동태탕을 15,000원 받을 수는 없지만, 생태탕은 받을 수 있다. 치킨 한 마리(1,000g)가 2만원이 넘는다고 욕하면서도 닭갈비 1인분 200g에 12,000원은 욕하지 않는다. 된장찌개는 못 받지만, 부대찌개는 받을 수 있다. 뼈해장국은 달랄 수 없지만, 설렁탕은 도전 가능하다. 이렇게 15,000원이란 가격이 손님의 입장에서도 ‘얼마든지 거나, 조금 비싼 거 같은데’ 정도라면 이제 그걸 잘 가공해서 보석처럼 만들어 팔면 팔린다. 테슬라를 탈 수 있는 15,000원짜리를 팔 수 있는 것이다. 그 값에도 잘 팔리도록 반드시 세공을 해야 한다. 그게 이번 이야기의 핵심이다. 15,000원을 당당하게 팔기 위한 세공의 셈부터 깨우치라는 소리다.


KakaoTalk_20241231_142019313_02.jpg 삼겹살은 경쟁자가 빨갛지만, 고추장불고기는 파랗다.


15,000원인데 싸다는 소리가 나올 수 있는 최고의 셈법은 동수다. 개콘에 나온 유령인물 동수가 답이다. 3명인 손님 속에 동수가 끼었으면 2명이다. 그러니 2인분만 시키라고 하면 된다. 손님이 2명뿐이니 2인분이 당연하다. 주인의 눈에 동수가 보인다면, 3명은 2인분이 4명은 3인분이 맞다.

동수가 낀 3명의 손님은 푸짐한 2인분을 1인당 만원에 먹은 셈이다. 비싸지 않다. 아니, 15,000원을 이득을 봤다고 생각한다. 싸다는 인식도 좋은데, 1인분을 공짜로 먹게 하는 식당이라고 소문을 내줄 수 있다. 소문은 작아도 좋다. 몇 번의 입쿠션을 통해 그 소문은 부풀려질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푸짐한 2인분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둘이 먹어서 간당한 2인분은 낭패다. 손님을 기망했다고 역으로 공격을 당한다. 반드시 푸짐해야 한다. 옆집보다 양이 많아야 한다. 누가봐도 1.3인분이나 1.5인분의 양을 주어야 2인분이 푸짐하다. 쌀국수라고 파스타라고 무조건 15,000원이 가능한 게 아니다. 세공을 해야 15,000원짜리가 된다. 생태탕이라고 15,000원? 생태 2조각 넣어서 15,000원이면 손님은 화를 낼 것이다. 부대찌개라고 다르지 않다. 모둠사리가 필요한 2인분이라면 동수가 없는 2명에게도 모자란데 그걸 3명이 먹게 했다고 악플을 달 것이 자명하다. 설렁탕에 깍두기가 두 번 손도 가지 않는다면 15,000원은 그저 욕심일 것이다. 그 세공에 대한 풀이가 중요하다. 하지만, 당신이 이타적인 셈의 주인이거나 식당을 평생직장으로 생각한다면 그 비밀의 답은 어렵지 않게 풀어낼 것이다. 둘에게 푸짐한 2인분, 넷이 먹어도 모자라지 않는 3인분을 만들고 나서 동수론을 쓴다면 2명의 손님에게 무조건 3만원을, 3명의 손님에게는 3만원 이상을, 4명의 손님에게는 5만원이 넘는 돈을 쓰게 할 것이다. 그렇게 음식값을 쓴 손님들이 ‘착한 가격의 메뉴판, 공짜로 1인분 먹는 집, 주인이 먼저 1인분 빼라는 집’이라고 소문의 방아쇠를 당겨준다면, 기어코 테슬라를 타게 될 것이다.



KakaoTalk_20241230_160301009_04.jpg 자리가 외질수록, 좋은 차가 주차장에 흔하다.


둘이 먹으면 푸짐한 2인분이어야 3명이 먹는다. 셋이 먹기에도 푸짐해야 4명이 먹는다. 그래야 손님이 1인분 가격을 쓰지 않도록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셈법이 식당에게 불리할까? 아니다. 거리의 양대로 넣었더라면 1인분에 11,000원이거나 12,000원이었다. 그걸 15,000원을 받기 위해 양을 0.3인분 이상 더 넣은 셈이다. 1인분에 12,000원의 경쟁은 치열하다. 여간한 찐맛이 아니고서는 팔리기 어렵다. 하다못해 입지가 좋거나, 시설이 끝내주거나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건 돈이 해결한다. 하지만, 나는 빈자다. 살기 위해서, 조금 더 노후엔 잘먹고 잘살기 위해서 선택한 식당일 뿐 현재는 빈자다. 그래서 권리금을 주고 들어가는 자들과 싸울 수 없고, 높은 월세를 치루는 가게와 어깨조차 나란히 할 수 없다. 하지만, 나도 식당으로 부자가 되고 싶고, 테슬라를 타고 싶다. 그렇다면 가격을 올려서 팔아야 한다는 뜻이다. 옆집과 같은 가격으로는 승부가 애초에 되지 않는다는 소리다. 입지와 시설이 나쁜 당신이 이길 수 있는 틈은 옆집 1인분보다 비싼 가격인 15,000원을 제시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동수론을 쓰라 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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