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하고 3억이 생겼다

성공의 가격은 300쯤이다

by 타짜의 클리닉

퇴직금으로 억대를 받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는 평생 회사라고는 3곳을 총 4년을 다녀봤다. 29살로 회사생활은 끝이었다. 가장 긴 회사가 2년이었는데 IMF로 원치 않게 퇴직을 당했다. 2년치의 퇴직금과 위로금을 합해서 겨우 3백을 받았다. 1998년에 3백으로는 몇 달치 생활을 하면 사라지는 돈이었다. 그런 나에게 만일 퇴직금으로 3억쯤 받으려면 은행이거나 대기업쯤은 되어야 할 듯 싶다. 그것도 20년 넘게 혹은, 30년을 근속한 결과물일 것이다. 아주 소수의 케이스(공부 잘해서 순탄하게 살아낸)나 그런 퇴직금을 손에 쥐게 될 것이다.


KakaoTalk_20250101_214226675_11.jpg 1억으로 차린 막국수집 지금은 연매출이 몇십억이다.



뭐가 되었건 3억의 퇴직금이 생겼다고 치자.

이제 그 돈으로 100세 시대를 살아내야 한다. 만일 그 돈을 곶감 빼먹듯 꺼내 쓴다고 치면 아껴써야 10년쯤일 것이다. 55세에 받았다면 65세면 끝이다. 100세에 35년이 남았는데 곳간은 텅 비는 셈이다. 그래서 대부분은 투자를 한다. 재테크에 밝은 사람은 연금처럼 배당주에 투자할 수도 있고, 그게 자신 없는 사람은 은행에 예금 후 일자리를 찾을 것이다. 열에 반 넘게 경제적 재테크에 대한 지식이 없다. 월급쟁이로만 살아온 베이비부머들이라면 특히 그럴 것이다. 그래서 재취업이 1순위다. 하지만 수십년을 다니던 회사에서도 내몰린 사람을 선뜻 받아줄 회사가 없다는 건 굳이 겪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생전 해보지 않던 노동의 시장을 두드리게 된다. 경비 일자리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거기도 치열하다. 그걸 뚫었다고 쳐도 감정노동에 시달려야 한다. 직업을 구했는데 종이나 머슴 같은 대접에 서럽기 그지 없다. 누구는 대리기사를 할 수도 있고, 그나마 체력이 되는 사람은 공사판이라도 다닐 것이다. 이러니 저러니다. 퇴직금으로 3억쯤 받은 사회인일수록 그 험난함은 몇곱의 버거움이다. 결국 그들은 작은 사업이라고 하는 걸 선택한다. 그래도 3억이라는 큰 돈이 있기 때문이다.



KakaoTalk_20250101_214226675_12.jpg 만두전골로 테이블 9개에서 1.5억(월) 파는 집도 있다.



하지만 3억도 사실은 순식간이다.

이름난 체인점 하나를 차리는 돈으로 2억쯤은 한순간이다. 30평 가게 하나를 창업하는데 보증금으로 5천에 권리금 5천을 주는 자리라고 치자. 인테리어와 장비 세팅에 1억은 우습다. 평당 창업비용을 낮게 잡아 300이라고 쳐도 30평이면 9천이다. 그렇게 순식간에 2억이나 들인 가게 하나에서 나오는 수익은 생각만큼 풍요롭지 않다. 생전 해보지 않던 장사는 더더욱 사납다. 손님도 거칠고, 직원이며 알바도 내가 회사를 다닐 때의 동료들과는 전혀 다른 사람들이다. 그나마 자리탓에, 브랜드탓에 수익이 난다고 쳐도 앞으로는 벌고 뒤로는 밑지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될런지도 모른다. 그래서 실탄으로 든든할거라던 1억도 금세 사라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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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의탁자값으로만 수천만원을 썼다.


그 실패를 예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아파트 경비가 서러워서 생각한 창업이다. 야간 대리일이 위험해서 뛰어든 창업이다. 택배 상하차는 도저히 힘들어서 결정한 창업이다. 이게 핵심이다. 서러운 경비가 아니라면 2백얼마의 월급은 든든할 것이다. 상하차 택배가 힘들지 않다면 그 일 2백얼마도 섭섭하지 않을 것이다. 창업을 해도 그만큼만 벌면 된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러면 어렵지 않다. 창업이라는 것이 열에 둘 정도만 성공?하는 확률이지만 그 속에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



성공의 가격은 300만원쯤이다.

투자를 했으니 수익이 달라야 한다는 점이 문제다. 남의 밑에서 일하면 투자는 없으니 2백얼마의 일자리가 괜찮은 거고, 내 식당은 투자라는 것을 했으니 경제학 논리로 투자값의 이자나 감가상각을 포함해 최소 5백은 넘어야 한다는 사고를 뜯어 고쳐야 한다. 그러면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하루 10만원의 수익이면 된다. 식당으로 하루 10만원을 남기자면 하루 매출은 (원가에 따라) 3~40만원쯤이다. 그 정도만 팔면 된다. 그 정도를 파는데 30평짜리 가게가 필요하지 않다. 테이블 5개면 된다. 그걸 하루에 2번이나 3번만 채우면 된다. 30평이 필요 없는데 권리금 5천이나 주어야 하는 목좋은 자리가 중요할까? 역시 입지도 상관없다. 동네 뒷골목이어도 된다. 보증금 1~2천에 월세 100만원 짜리 가게여도 된다. 좋은 브랜드에 가맹점으로 시작하지 않아도 하루 10만원 벌이는 얼마든지다.



KakaoTalk_20250101_214226675_18.jpg 이제 곧 50년이 되어가는 식당이다.




그렇게 월 300만원 벌이를

내 가게에서 남 눈치보지 않고 내 즐거운 일터로 삼는다면 그 창업비용은 1억도 과분하다. 1억을 다 쓰려고 해도 2~3천의 실탄이 남을 것이다. 거기에 퇴직금으로 받은 2억은 고스란히 은행이 보관중이다. 2억이라는 돈이 있으니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를 것이다. 게다가 내 직장도 있으니 그 또한 걱정이 없다.



KakaoTalk_20250101_214226675_25.jpg 탐나는 가게,였다. 춘천에 산다면 연락을 해보심이..



하루에 10만원을 무조건 버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차차 이어갈 것이니 염려할 거 없다. 중요한 것은 퇴직하고 낮은 재취업의 문턱을 뚫어도 월급은 2~300이라는 소리다. 유투브에 흔한 은퇴 후 부자가 되는 비법은 자괴감만 깊어질 뿐이다. 냉정해지자. 지금 당신이 재취업으로 목표한 돈을 벌려면 그에 못잖은 자존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자존심과 취업이 교환이라도 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조차 어렵다. 그렇게 몰려서 창업을 해선 안된다. 투자를 할 수 있는 돈을 쥐었다면 다행인 것이다. 남보다 운이 좋은 것이다. 그 운을 이어가고 싶다면 그 돈을 투자해, 취업해서 버는 월급만큼만을 목표로 삼자. 큰 성공을 바랄 거 없다. 살아남는 게 성공인 세상이다.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고 사는 노후만도 참 복 받은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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