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는 돈이 불지 못한다
40살에 월세 50을 주고 살았다. 온 가족 6명이 전세 1억5천을 마련할 수 없어서 1억 보증금에 월 50을 주고 살았다. 그렇게 월세를 100만원까지 올려주다가 47살에 첫 집을 사버렸다. 운 좋게도 아파트 값은 상투가 아닌 발바닥이라 쳐도 좋을 가격이라 호재 없이도 그 집은 해마다 돈을 불려주는 중이다. 평생 살겠다던 남양주 집을, 뼈대만 남기고 구조까지 손을 대면서 리조트처럼 인테리어를 꾸며 살다 전세를 주고, 대전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중이다. 전세살이 4년차다.
그땐 돈이 없어서였는데, 지금은 의도적으로다. 월세로 100만원을 써도, 오피스텔을 따로 구해 글작업실,이라 생각하면 그만이다. 심지어 아내와 단둘이 분기별로 가던 해외여행을 끊으면 월세 100만원은 아무런 타격이 없다. 지난 십수년간 50번쯤의 해외 나들이는 할 만큼 했다. 어차피 5시간이 마지노선인 비행기 안에서의 시간을 생각하면 다시 떠나본들 동남아가 전부다. 그 시간을 넘기는 거리는 타기 전부터 공황증세가 생긴다. 하나 더, 한달에 한번쯤이던 부부동반 필드만 끊어도 월세살이는 거뜬하다.
6개월간 컨설팅’으로 번 돈은 채 400도 되지 않았다. 말도 안되는 현실을 몸소 겪으면서 이제 나도 다른 세상을 준비해야 할 듯 싶었다. 전성기 시절의 1/10을 겨우 벌었다니, 그것도 6개월을 합해서라니 웃겼다. 그래서 사실 나는 다른 궁리를 저절로 떠올리는 중이었다. 매일 이자가 붙는다는 CMA통장을 알게 된 것도 며칠 전이다. 파킹통장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증권사를 통해 통장을 갖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도 56살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한심하지만 다행이다. 이제 투자할 돈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 살고 있는 전세를 월세로 바꾸면 투자할 돈이 생긴다. 그걸로 주식이나 코인을 할 생각은 없다. 100만원 월세보다만 나은 수익이면 족하다. 겨우 2~300의 수익이면 족하다. 10년 후부터 받게 될 3만불의 연금이 있으니 전세금을 빼서 만든 투자수익은 10% 쯤이면 된다. 결과적으로 월세는 전세살이보다 나은 삶을 나에게 주게 될 것이다.
연금 300만원쯤을 식당을 차려서 버는 방법을 알고 있다. 투자를 적게 할 것, 그래야 리스크 부담에 조바심이 생기지 않는다. 오래 문 열지 말 것, 그래야 인건비라는 고정비에 흔들리지 않고 손님들에게 귀하게 팔 수 있다. 싼 메뉴를 팔지 말 것, 그래야 하루에 5팀만 받아도, 2시간만 일 하고도 퇴근할 수 있다. 그렇게 창업쪽으로는 도사에 타짜다. 하지만 투자는 유치원생도 못되는 수준이다. 당연히 책을 봐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한다. 이제 와서 투자의 고수가 될 생각은 없다. 이미 고수인 사람이 권하는 바를 따라갈 생각이다. 분산투자를 하고, 수익률이 낮아도 괜찮고, 단기 이익에 대한 욕심만 없다면 할만하지 싶다.
생전 듣도보도 못한 수입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내 직업만이 최선의 투자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화무는십일홍이요 재주에도 총량의 법칙이 있다는 것을 애초에 깨우친 나에겐 참 의미가 있는 6개월이었다.
30년을 넘긴 집인데 본점은 오픈런을 해야 하고 종일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집이다. 어느 날 느닷없이 내가 사는 아파트 앞으로 직영점을 내었다. 2층에는 체인본사용 사무실까지 차렸다. 아마도 그 건물을 통째로 산 게 아닐까 싶었다. 인테리어 공사 자체도 수개월이 걸렸고, 공사가 끝난 후에도 두어달 문을 열지 않았던 걸로 봐선 건물을 매입했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오픈. 주방과 홀에 10명이 넘는 인원들이 뛰어다녔다. 본점의 유명세로 내 아파트 근처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나는 처음 구경했다. 유성5일장만큼 손님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 오픈빨은 2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점점 일손이 줄더니 30년간 한번도 손대지 않았던 메뉴까지 손을 대고야 말았다. 쭈꾸미칼국수라는 것을 만들었다는 현수막을 붙였다. 그러나 어제 저녁 20개가 넘는 테이블에 손님은 고작 2팀이었다. 30년간 벌었다면 새로 만든 직영점은 본점보다 더 푸짐하게 주었어야 한다. 그러나 실상은 본점보다 빈약한 양,이었다. 나도 단번에 실망해서 본점조차 이제는 가지 않는다. 총량의 법칙을 깨려면 베풀어야 한다. 30년을 살아냈다면 악착같이 더 남기지 말아야 한다. 본점보다 30%쯤은 더 양보해도 된다. 그렇게 손님에게 돌려주어야 30년은 60년을 가게 될 것이다.
아직은 꽃이 피려면 멀었나보다. 하지만, 언젠가는 다시 피어날 것으로 믿는다. 혹여 다시 피지 않아도 그만이다. 투자를 한 게 없으니 날려먹을 것도 없다. 본전을 찾겠다고 악순환을 걷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