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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하 Sep 01. 2023

경쟁 로봇의 등장

약 배달을 한지 한 달쯤 지나자 울퉁불퉁한 보도블록쯤은 겁내지 않고 넘을 수 있게 되었어요. 차들이 빵빵거려도 놀라지 않았어요.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면 벽에 딱 붙어 기다릴 줄도 알게 되었지요.

 한 번은 나처럼 약 배달을 하는 로봇을 보게 되었어요. 며칠 전 주인아저씨가 말해줘서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었어요.

 “토토, 큰일났어. 이 근방에 너 말고도 약을 배달하는 로봇이 있대. 잘못하다간 손님을 빼앗기겠어.”

 나보다 빠른 속도로 휙 지나가서 자세히는 못 봤지만 몸 여기저기에 흠집이 난 게 보였어요. 얼마나 안 닦았는지 먼지로 뒤덮인 모습이 나랑 비슷해 보였어요.

 ‘저렇게 빨리 달리면 위험한데······.’

 나는 그 로봇에 한눈을 팔다가 그만 움푹 패인 곳에 바퀴가 끼였어요. 나는 있는 힘껏 바퀴를 굴려봤어요.

 몸을 앞뒤로 움직여 봐도 빠져나오기가 힘들었어요. 그때 지나가던 리어카 할머니가 나를 발견했어요. 할머니는 리어카를 옆에 세우고 나를 들어올리려 했어요.

 “아이고 왜 이렇게 무겁니?”

 “삐 삐.”

 할머니가 나를 만지자마자 경고음이 울렸어요.

 “좀 조용히 해라. 귀 떨어지겠다. 내가 도와주려는 거야.”

 할머니가 말하자 나는 자동으로 꼬리를 흔들었어요.

 “넌 하는 게 꼭 강아지 같구나.”

 할머니가 웃었어요. 할머니는 다시 힘을 내서 나를 잡아당겼어요.

 “삐 삐.”

 “널 도와주려는 거라니까!”

 나도 경고음을 내고 싶지 않았지만 소리가 자동으로 났어요. 꼬리도 함께 흔들었어요.

 그때 오토바이가 한 대 서더니 젊은 남자가 내렸어요.

 “할머니 혼자 못 드세요.”

 젊은 남자는 내가 삐삐 소리를 내든 말든 나를 번쩍 들어올렸어요.

 “배달 선배로서 내가 충고 하나 할까? 속도보다 안전이 중요하다는 걸 잊지 마.”

 젊은 남자는 빠르게 말하더니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졌어요. 나는 뒤늦게 꼬리를 흔들었어요.

 “아유, 난 좀 쉬어야겠다.”

 할머니는 땀을 뻘뻘 흘리며 리어카 옆에 주저앉았어요.

 나는 서둘러 약 배달 장소로 떠났어요. 할머니한테 미안한 기분이 들었어요. 어쩔 수 없었어요. 나는 프로그램된 것 이상의 행동은 할 수 없는걸요.

 그날 처음으로 약을 받은 손님이 크게 화를 내며 아주 낮은 배달 점수를 줬어요.

 주인아저씨도 화를 많이 냈어요.

 “전 주인이 널 왜 팔았는지 이제야 알겠다.”

 그날 밤 나는 낮에 있었던 일이 자꾸 떠올랐어요.

 ‘낮에 봤던 로봇도 가방이 고장 났을까? 나처럼 개똥을 밟아서 곤란한 적이 있었을까?’

 주인아저씨의 약국에 나를 고쳐 줄 약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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