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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하 Sep 01. 2023

박물관에 간 토토

드디어 내가 회사 박물관으로 옮겨지는 날이 왔어요. 충전기 집과 분리되면 내 전원이 꺼질 것이라 아이들과 도서관 할아버지는 그 전에 작별인사를 하기로 했어요.

 “고맙다.”

 “네가 있어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

 아이들은 나를 한 번씩 쓰다듬었어요. 안으려고 하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나는 꼬리를 흔들지 못했지만 어떤 경고음도 내지 않았어요.

 “자, 이제 충전기 집과 분리하겠습니다.”

 회사 기술자 아저씨가 말했어요.

 “잠깐만요.”

 그때였어요. 익숙한 목소리가 강당 끝에서 들렸어요.

 “헉헉. 토토의 소식을 늦게 들어서, 헉헉. 이제 왔는데······. 토토야!”

 아이스크림 가게 주인아저씨였어요. 못 본 사이에 머리숱이 많이 빠졌어요.

 “내 욕심에 너를 팔아서,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

 주인아저씨가 다가와 말했어요.

 “자 그럼 진짜 분리하겠습니다.”

 회사 기술자 아저씨는 손목시계를 보며 말했어요.

 그러자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함께 말했어요.

 “고마워. 토토야.”

 충전기 집과 분리되면서 나는 잠깐 자유로워졌어요. 나는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 수 있었어요. 나의 쓸모와 상관없이 나를 사랑해 준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내 재주를 보일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내가 다시 눈을 뜬 곳은 말로만 들었던 회사 박물관이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와서 나를 쳐다보고 갔어요.

 나는 이곳에서 배달을 하지 않았어요. 내게 말을 거는 사람들도 없었어요. 조용히 내 모습을 보고 사진만 찍고 갔어요. 내 앞으로는 커다란 줄이 있어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올 수 없었어요.

 나는 다시 배달을 하고 싶었어요. 사람들에게 내 장기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박물관에서의 생활은 지루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반가운 얼굴이 보였어요. 도서관 할아버지였어요.

 “토토야, 잘 있었니?”

 나는 꼬리를 흔들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요.

 “자주 오고 싶었는데 이곳은 너무 멀어서 말이야. 미안해.”

 박물관을 지키는 경비 아저씨의 도움으로 할아버지는 가까이 올 수 있었어요.

 “토토야, 이것 보렴. 아이들이 네 이야기를 드디어 책으로 완성했단다.”

 할아버지가 보여준 그림책에는 나하고 하나도 닮지 않은 로봇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어요.

 “더 좋은 소식도 있어. 이 책을 한 출판사에서 정식으로 출판하겠다는구나. 네 이야기는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게 되었어. 책이 나오면 아이들과 함께 너를 보러 올게.”

 내 이야기가 책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나의 새로운 쓸모인가 봐요. 할아버지의 웃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어요. 나의 쓸모는 끝나지 않았던 거예요.

 나는 아이들이 만든 책 속의 그림을 물끄러미 바라봤어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그림 속의 내 모습이 행복해 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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