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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하 Sep 01. 2023

잠든 토토

내가 다시 전원이 켜졌을 때는 도서관이 아니었어요. 몇 번 와 본 적이 있는 마을회관이었어요. 나는 마을회관 작은 강당 중앙에 서 있었어요. 그리고 벽에는 나를 닮은 그림이 걸려 있었어요.

 “토토야, 마을 사람들이 너와의 추억을 그림으로 그려 전시회를 열었단다.”

 할아버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또 전원이 나갔어요.

 다시 전원이 들어왔을 때는 할아버지 옆에 아이들도 함께 있었어요.

 “토토야, 네 얘기가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널 도우려고 했다. 하지만 너를 완벽하게 고칠 수는 없대. 너는 이제 배달을 할 수가 없어.”

 이 마을에 놀러왔던 사람이 전시회를 보고 SNS에 올리면서 내 이야기가 널리 퍼진 모양이에요. 나를 만든 회사에서 고쳐 주기로 했지만 워낙 많은 곳이 고장나서 나는 작동하기가 힘들다고 했대요. 대신 충전기 집을 새것으로 교체해 줘서 전원이 나가는 일은 없을 거래요. 그것도 당분간이지만요.

 회사에서는 나를 회사 박물관에 전시하자고 했대요. 그럼 많은 사람들이 와서 볼 수 있고 고물로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요.

 할아버지는 마을 사람들과 의논을 했어요.

 아이들은 반대했지만 어른들은 그게 나한테 좋은 일이라고 결론을 내렸어요.

 나는 곧 있으면 회사 박물관으로 옮겨질 거래요. 문득 이곳에 오기 전에 잠깐 있었던 어두운 창고가 떠올랐어요.

 ‘전시품이 되는 건 어떤 쓸모일까?’

 나는 도서관에서 책 배달을 계속하고 싶었어요. 전시품이 되는 게 쓸모없다는 뜻이 아니기를 바라면서요.

 “우리가 토토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자. 책은 영원히 우리 곁에 남겨질 테니까.”

 실망한 아이들을 위해 할아버지가 말했어요.

 “맞아. 책은 우리가 이곳을 떠나도 도서관에 남아서 토토 이야기를 들려줄 거야.”

 “맞아, 우리가 죽은 다음에도 남아서 말이야.”

 아이들은 내 이야기를 책으로 남기기로 했어요. 회사 기술자 아저씨가 내 메모리칩을 통해 내게 있었던 일을 아이들에게 알려줬어요. 책으로 남겨지는 것도 나의 쓸모일까 궁금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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