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다음날이었어요. 할아버지는 망가진 내 모니터 위에 안내문을 붙였어요.
“할아버지, 독서감상문 대회를 한다고요?”
안내문을 읽은 동네 아이들이 도서관으로 몰려왔어요.
“그래, 토토 편으로 독후감을 보내주면 된다.”
“상품이 뭐예요?”
경서가 물었어요.
“글쎄다. 그건 비밀인데.”
“에이, 상품이 뭔지 알아야 열심히 하죠. 안 그러면 누가 해요?”
경서 생각과 달리 아이들은 독후감을 많이 보냈어요. 그림을 정성껏 그려 보내기도 하고 빌리는 책마다 모두 독후감을 써서 보낸 친구도 있었어요. 아이들뿐만이 아니었어요. 살구나무집 할머니는 독후감을 쓰느라 빌린 책을 이틀이나 밀렸어요. 경서 엄마는 공책 한 권에 가득 독후감을 써서 보냈어요. 책을 기증하신 분은 멋진 글씨를 한지에 써서 보냈어요.
덕분에 나는 꽤 바빠졌어요. 할아버지는 그런 나를 걱정했어요.
“에고 내가 괜한 일을 시작해서 너만 힘든 게 아닌가 모르겠다.”
나는 세차게 꼬리를 흔들었지만 예전보다 바퀴의 구르는 힘이 약해진 걸 느꼈어요. 충전기 집에서 밤새 충전을 했는데도 오후가 되면 기운이 없어졌어요.
그러다가 소나기가 오던 날 기어이 마을 한가운데서 나는 멈추고 말았어요. 얼마나 비를 맞았는지는 몰라요. 나는 전원이 꺼졌으니까요. 나를 찾으러 나선 할아버지가 아니었다면 나는 그곳에서 영원히 있었을지도 몰라요.
내가 다시 깨어나자, 아니 내가 켜지자 할아버지는 말없이 눈물을 흘렸어요.
“미안하다, 미안해.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렸어.”
나는 꼬리를 흔들고 싶었지만 충전기 집에 있어서 꼼짝할 수가 없었어요.
나를 보러 온 아이들도 미안하다는 말을 했어요. 고맙다고 말하는 친구는 없었어요. 나의 쓸모를 증명하지 못한 나도 미안한 기분이 들었어요.
나는 충전기 집에 있어도 전원이 들어왔다 꺼졌다를 반복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