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좀 멀리 다녀올 수 있겠니?”
하루는 할아버지가 한참 전화 통화를 하더니 내게 다가와 말했어요. 나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어요.
“마을 끝에 혼자 사시는 분이 책을 기증해 주신다고 하시네. 열 번은 족히 왔다 갔다 해야 할 거야. 어쩜 더 많을 수도 있고.”
약 배달을 할 때는 하루에 스무 번도 적다고 하는데, 이곳에서는 열 번도 많다고 걱정해요.
내가 자신있게 꼬리를 흔들자 할아버지가 웃으며 나를 쓰다듬었어요.
“어라? 토토 책 배달 가는 거야? 같이 놀려고 왔는데······. 올 때까지 책 읽고 있을 테니까 조심해서 다녀와!”
마침 출발하려는데 경서가 들어오며 아는 척을 했어요. 나는 잠시 멈춰 꼬리를 흔들고는 책을 받으러 갔어요.
기증받은 책은 꽤 많았어요. 도서관에 온 이후로 가장 많이 왔다 갔다 한 것 같았어요.
열 번을 왔다 갔다 했는데도 책이 좀 남아 있었어요.
“급할 것 없으니 내일 마저 가져가라. 고맙다.”
책을 기증한 사람은 표정이 밝지는 않았지만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고 했어요.
도서관 할아버지도 내 먼지를 닦아 주며 고맙다고 말했어요.
오후가 되니 도서관에 책을 읽으러 오는 아이들로 북적였어요. 책은 안 읽고 주로 나한테 말을 거는 친구들이 많았지만요.
“봐, 또 꼬리를 흔들잖아. 강아지 같아.”
나를 만지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경고음이 울리지 않아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어요.
“할아버지, 오늘은 토토가 도서관에만 있네요?”
한 아이가 물었어요.
“책을 옮기느라 한참 왔다 갔다 했거든. 토토도 좀 쉬어야지.”
할아버지가 웃으며 대답했어요.
“아, 그럼 저도 오늘은 도서관에만 있어야겠어요.”
“책을 읽어야지, 토토랑 놀기만 할 셈이냐?”
할아버지는 꾸짖는 듯했지만 표정은 밝아보였어요.
“네가 온 이후로 도서관에 친구들이 자주 오는구나. 고맙다.”
할아버지는 도서관에 가만히 있는 것도 내 쓸모로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