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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하 Sep 01. 2023

토토의 세 번째 주인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눈을 다시 떴을 때 나는 내 쓸모를 찾는 세 번째 주인을 만나게 되었어요.

 그곳은 큰 아파트 단지가 아니었어요. 차들과 오토바이가 뒤엉켜 다니는 복잡한 도시 골목도 아니었어요. 멀리 산이 보이고 띄엄띄엄 집 같은 건물이 있는 곳이었어요.


 ‘함께 도서관’


 “먼 길 오느라 힘들었겠구나.”

 나를 맞이한 할아버지는 검정 안경을 쓰고 있었어요. 고맙게도 나를 구석구석 닦아줬어요.

 “에고 고생을 많이 했나 보네.”

 할아버지는 나를 닦으며 움푹 패인 곳들을 한참 쓰다듬어 줬어요. 경찰 오토바이에 부딪히며 생긴 상처였어요. 나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어요.

 “딸랑 딸랑.”

 그때 도서관 문이 열리며 경쾌한 소리가 들렸어요.

 “할아버지, 이 로봇이 공짜로 받았다는 배달 로봇 1호 맞아요? 우아, 멋지다. 앗, 꼬리도 흔드네요?”

 한 아이가 다가오더니 나를 만졌어요.

 ‘삐삐 소리가 나면 시끄럽다고 나를 싫어할 텐데.’

 나는 할 수만 있으면 눈을 질끈 감고 싶었어요.

 그런데 나한테서 경고음이 나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뭔가 잘못된 것 같았어요. 가방 온도 조절이 안 되는 것처럼요.

 “경서야, 오랜만이구나. 한동안 잘 안 오더니. 배달 로봇이 왔다니까 들른 게냐?”

 할아버지가 웃으며 말했어요.

 “히히. 네. 얘는 이름이 뭐예요?”

 “토토라고 하던데.”

 “안녕, 토토! 나는 경서라고 해.”

 아이가 다시 한 번 나를 만졌어요. 이번에도 경고음은 울리지 않았어요. 나는 경서에게 꼬리를 세차게 흔들었어요. 경고음이 안 나는 게 싫지는 않았어요.

 “할아버지, 토토가 여기저기 찌그러졌네요. 불쌍해라.”

 “그러니 많이 사랑해줘라.”

 “네, 할아버지.”

 다음날부터 나는 도서관에 있는 책을 배달하는 일을 했어요. 이곳에서 나의 쓸모는 책을 배달하고 다 읽은 책을 받아오는 일이었어요.

 배달 일은 어렵지 않았어요. 길에는 차나 오토바이가 거의 다니지 않았어요. 배달이 늦다고 화내는 사람도 없었어요.

 “도서관 오고가는 게 힘들었는데 토토 덕분에 편하게 책을 다 읽네.”

 살구나무집 할머니는 내가 책을 배달하러 가면 늘 똑같은 인사를 했어요. 그러곤 내 상처를 쓰다듬으며 말했어요.

 “할미 손이 약손이다. 어여 나아야지.”

 그러면 나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어요. 묘기는 보여줄 수가 없었어요. 배달 점수를 매기는 모니터 기능과 함께 묘기 기능도 고장이 났거든요.

 처음엔 별점을 받지 못해 조금 우울했어요. 나의 쓸모를 확인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책을 받는 손님들이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고 해 줘서 나는 항상 꼬리를 흔들 수 있었어요. 배달 점수를 높게 받지 않아도 쓸모를 인정받게 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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