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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하 Sep 01. 2023

창고에 갇힌 토토

다시 전원이 켜졌을 때 나는 어두운 창고에 있었어요. 약국에 있어야 할 충전기 집이 함께 있었어요. 며칠 동안 이곳에 있었는지는 모르겠어요. 쓸모 있는 행동은 아닌 것 같았어요. 내가 여기 계속 있으면 주인아저씨가 실망할 게 뻔해요.

 ‘내가 실수해서 손님이 화가 났을까?’

 나는 약국으로 되돌아가서 약을 배달하고 싶었어요.

 “여기 있는 것들이 다 증거물인가?”

 얼마 후 아저씨 두 명이 내가 있는 곳으로 들어왔어요.

 “훔친 귀중품들은 다시 주인들에게 되돌려줘야겠지요. 문제는 이 로봇인데요.”

 한 아저씨가 나를 충전기 집에서 분리시키며 말했어요. 나는 꼬리를 흔들었어요. 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었어요.

 “로봇을 빌려주기만 했을 뿐이라는데, 약사 양반도 참. 그 많은 돈을 줬으면 나쁜 일이라는 걸 눈치채지 않았을까?”

 “아무튼 로봇을 가져가지는 않겠대요.”

 “자기도 범죄자로 오해받을까 봐 그러나?”

 “필요한 곳에 기증할 생각도 있나 봐요.”

 “이렇게 낡고 더러운데 쓸모가 있을까 싶군.”

 꼬리를 흔드는 나를 보면서 두 아저씨는 한참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 후로도 나는 그곳에 한참 있었어요.

 며칠이나 지났을까 주인아저씨가 창고에 나타났어요.

 “정말 로봇을 포기하실 겁니까?”

 아저씨와 함께 온 사람이 물었어요.

 “네, 충전도 잘 안 되고 해서 어차피 처분할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저녁에만 쓰겠다고 해서 좋은 마음으로 빌려준 것뿐입니다.”

 주인아저씨는 나를 쳐다보지 않고 말했어요.

 “그럼 여기 서류에 사인해 주십시오.”

 주인아저씨는 종이에 사인을 하고는 그대로 창고에서 떠났어요. 나만 남겨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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