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

나는, 이경령

by 에이포

무언가를 간절히 바랬던 게 언제였더라.

기억은 있는데 너무 오래되어 그만 색이 바랬다. 희미하다.


우리는 원해서 하는 것과 해야 해서 하는 것을 구분 지을 필요가 있다.

여지껏 해야 해서 한 걸 내가 원해서 그런 줄로 착각했다.

누군가 버킷리스트를 묻고서야 깨달았다.




할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한 달이 지나고 한 해를 넘긴다.

시간에 끌려다니니 진정 하고픈 게 뭔지 이제는 나도 잘 모르겠다.

얼마나 무디냐면, 그걸 꼭 고민해야 하는지도 사실 의문이 든다.


할 거 다 마칠 즈음이면, 그래서 여유를 되찾으면

그때 꼬옥 고민하겠노라 마음먹는다. 다짐에 그치는 다짐이다.

실은 그날이 언제가 될지, 오기는 할는지 조차 모르면서.




보상을 바라고 사는 현재는 그다지 즐겁지 않다.

기대로 시작했으나 분노로, 원망으로 번지기 십상이다.


분명 내 미래까지 사랑하던 나였는데,

왜인지 부쩍 고개도, 어깨도 자꾸만 수그러드는 것 같아.




이름 석 자 크게 부르짖고는 나 뒤 돌아 귀 기울일 때

잘하고 있다고, 잘하는 와중에

우리 아이스크림이나 먹으러 가자고 손 내밀고파.


그럼 못이기는 척 따라가서는

세상 누구보다 맛있게 해치울 거 내가 다 아는데.

그러면서 띠는 웃음은 나를 또 살아가게 할 텐데.


너무 멀리 보지 않아도 좋겠다고 곱씹었다.

지금 행복하는 데 정성을 쏟을 것,

눈앞에 닿는 한순간 한순간을 놓치지 않고 사랑할 것,

이것이 내 버킷리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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