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져본 적은 없어요. 그런데 외롭습니다.

 본 글은 고민이 있는 직장인을 위한 글입니다. 필자가 회사를 다니며 직접 겪거나 주위에서 바라본 실제 사례들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또는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 봤을 법한 사례들을 떠올리며 작성하였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했거나 하고 있는 직장인 분들에게 많은 공감과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Q. 저는 남들이 말하는 ‘커리어 우먼’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들과의 경쟁에서 져본 적은 거의 없습니다. 입사 후 4년 만에 특진했고 올해까지 고과를 A 밑으로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본부장님께서 저를 추천하셔서 낮은 연차로 드물게 올해 말부터 해외 관련 프로젝트에 투입됩니다.  남자에게는 ‘커리어 맨’이라고 안 하면서 굳이 여자에게는 ‘여성 직장인’ ‘커리어 우먼’ ‘워킹맘’ 이런 표현을 쓰는지 사실 좀 이해가 안 됩니다. 저는 여성으로서 무조건 능력을 키우려고 하루도 쉬지 않는 마음으로 달려왔어요. 그 결과 입사 동기 중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자부합니다. 저는 이런 제 자신을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그런데 가끔은 종종 버겁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하루하루 모든 것에 경쟁적으로 살다 보니 어느 순간 문득 제 주변에 사람이 별로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얼마 전에 제가 좀 아팠어요. 병원에 급히 가느라 부득이 연차도 내게 되었죠. 근데 아무도 저에게 카톡이나 전화 한 통 안 하더라고요. 혼자 죽을 사 와서 꾸역꾸역 먹었어요. 그날은 좀 서럽더라고요. 뭔가 잘 못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많이 좀 혼란스럽고 답답하네요.      






경쟁 상대를 '남'이 아닌 '어제의 나'로 바꾸어 보세요.


A. 우선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이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입사하신 동기들 중에서도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말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남녀 성차별이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없어졌다고 생각하는 데요. 하 지만 가끔씩은 직장 여성분들에게 보이지 않는 유리 천장이 있는 것처럼 보여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어쨌든 자신감 있는 삶을 살아내고 계신 당신이 참 대단하고 멋져 보입니다.


그런데 좀 걱정이 되긴 하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그렇게 무언가를 이루어 내는 삶을 살아 내느라 너무 경쟁적이 된 것은 아닌가 하고요. 물론 경쟁에서 이기면 이겼다는 승리감도 있고 성취감도 느낄 수 있겠죠. 그런데 그런 느낌만 쫓다 보면 다음번에도 동일한 느낌을 맛보기 위해 더 경쟁적이 될 수 있습니다. 마치 동일한 쾌락을 느끼기 위해서 더 큰 자극을 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죠. 그런데 말이죠. 누군가를 이겨서 얻는 기쁨도 있겠지만 어제의 나를 이긴 데서 오는 기쁨도 있는 것을 아시는지요? 어찌 보면 더 의미 있는 기쁨이지요.  



승리감을 얻기 위해서 반드시 남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필요는 없습니다과거의 당신과의 경쟁에서 승리함으로써 승리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더욱 의미 있는 승리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다른 사람을 이겼지만 어제의 당신에게 진 당신이라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오늘 다른 사람에게 졌다는 생각이 들지만 당신 자신은 어제의 자신보다 더 나아졌다면 그 자체로 더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닐까요?      

사람들을 경쟁의 대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됩니다. 사람들과 경쟁하려고만 한다면 그 사람들 역시 당신을 경쟁의 상대로밖에 인식하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이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이긴다면 당신은 승리감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외로움 역시 느껴야 합니다.


남들과의 경쟁에서 이긴 외로운 승리자보다 자신과의 경쟁에서 이긴 행복한 승리자가 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물론 사람들이 당신의 경쟁 상대가 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때론 그들은 당신의 꽃이 될 수 있고 당신의 바다도 될 수 있으며 당신의 가장 따뜻한 난로가 되어 줄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단순한 사람 이상이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자 아들러(Adler)는 인생에 있어 완성해야 할 세 개의 과제가 있다고 했어요바로 일의 과제친구의 과제사랑의 과제입니다. 그리고 이 세 가지 과제를 잘 수행해내야 인생에서 진정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당신은 일의 과제는 대단히 잘 수행해내고 계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사랑과 친구의 과제는 어떤가요?     


당신은 지금 일에 치우친 열정으로 인해 주위 사람들에 대한 인간적 관계는 잘 형성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 점이 안타까워 보여요. 친구로부터 직장동료로부터 느끼는 인간의 온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저도 13년 동안 회사생활을 해오며 회사에서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날은 뭔가 특별한 날이 아닙니다. 업무 하는 중간에 동료에게 배려받았다는 느낌이 든 날, 나를 믿고 자신의 고민을 얘기해 준 후배에게 용기와 힘을 주었는다 생각이 드는 날, 상사와 마음 맞는 농담을 주고받은 날, 별 볼일 아니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느낌이 드는 날, 그런 날에는 퇴근할 때 참 기분이 좋습니다. 특별한 것은 없지만 ‘아 오늘 하루 참 잘 살아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럴 때는 연봉이 높은 것도 얼마나 좋은 회사에 다니는 것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이 사람들과 이렇게 계속해서 이렇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요. 정말 제겐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입니다.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회사는 대결의 장소가 될 수도 있고 축제의 장소도 될 수 있습니다만약 당신이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모두 이기려고만 한다면 회사는 결국 결투의 장()에 밖에 안 될 것입니다그런데 굳이 모든 사람을 이길 필요 있나요물론 그곳에는 당신을 이기려고 온 사람도 있겠지만 당신과 손을 잡고 함께 춤을 추기 위해 온 사람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곳에는 당신에게 시기심과 질투를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당신이 힘이 들 때 건네 줄 도시락을 싸온 사람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모든 사람들을 꼭 경쟁의 상대로만 보지 말기로 해요. 대신 가끔씩 손도 잡고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며 함께 취해보기도 하는 축제 같은 회사 생활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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