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비아 대학교 쉬나 아이엔가(Sheena Iyengar) 교수는 슈퍼마켓에서 한 가지 재미있는 실험을 합니다. 일단 슈퍼마켓 안에 두 가지 진열대를 설치합니다. 한 진열대에서는 6가지의 잼을 시식할 수 있고, 다른 진열대에서는 24가지의 잼을 시식할 수 있습니다. 실제 고객들은 과연 어느 진열대에서 더 많은 잼을 샀을까요? 당신은 어떻게 예상하시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놀랍게도 6가지 진열대에서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잼을 구매했습니다. 사실 고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데에는 24가지 진열대가 보다 효과적이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의 60%가 24가지 진열대 앞에서 멈추었거든요. 반면 지나가는 사람의 30%만이 6가지 진열대 앞에서 멈춰 섰습니다. 하지만 놀라운 반전은 시식 후 실제로 구매한 비율에 있었습니다. 실제 구매로 이어진 비율은 반대였던 것입니다. 즉, 24가지 진열대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 사람들의 3%만이 실제로 잼을 구매했습니다. 하지만 6가지 진열대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 사람들의 30%가 실제로 잼을 구매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지나가는 사람의 1.8%(60% × 3%)가 24가지 진열대에서 실제 잼을 구매했고, 지나가는 사람의 9.0%(30% × 30%)가 6가지 진열대 앞에서 구매한 것입니다. 더 적은 진열 개수지만 더 많은 구매가 이루어진 셈입니다. 더 적은 선택의 폭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더 많은 구매를 불러일으킨 것이죠.
심리학에서는 이를 선택의 역설(Paradox of choice)로 설명합니다.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선택권이 주어지면 오히려 판단이 망설여지는 심리적 현상을 말하는데요.
이것을 선택하자니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오고, 다른 것을 택하자니 또 다른 선택이 눈에 보이는 우리의 마음이라고 할 수 있지요. 어떤 선택을 하던 결국은 하지 못한 선택 때문에 아쉽고 미련이 남는 것이죠. 그래서 점점 선택을 미루게 되고 결국 선택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생기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혹시 비슷한 경험이 있진 않나요?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그것도 답답함을 주죠. 무언가 선택하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선택지가 너무 다양한 것도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직장인이라면 흔히 경험하는 점심시간의 상황입니다.
김 대리 : “뭘 먹을까?”
박 주임 : “음, 전 아무거나 괜찮아요.”
김 대리 : “음...”
점심 메뉴는 가장 어렵고 힘든 선택 중 하나입니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는데요. 오죽하면 예전 호프집 메뉴판의 안주 이름이 ‘아무거나’인 메뉴가 있었겠습니까? 선택지가 많을수록 결정은 힘들어집니다. 선택지가 많아지면 왜 힘들까요? 선택지가 많을수록 뇌는 그만큼 많은 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가진 경험과 이성적 판단으로 각 선택지의 장점과 단점을 명확히 파악하고 비교하는 것 자체가 상당한 노력을 요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단순한 선택의 폭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선호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엄청 몰리는 맛 집에 가 보신 적 있지요? 그곳에 가면 사람들이 몇십 분 심지어는 몇 시간씩 줄을 서고 기다려 먹습니다. 저는 기다리는 시간을 아깝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줄을 서는 맛 집은 잘 가지 편인데요. 어쩌다가 한 번 들어가게 되면 내심 놀랍니다. 놀랄 만큼 메뉴가 단순하기 때문이지요. 대표 음식 한두 개로 메뉴 구성은 끝납니다. 맛 집이라고 하기엔 메뉴 개수가 너무 조촐한 거죠. 선택의 폭이 매우 좁습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차라리 홀가분하게 고를 수 있습니다. 선택할 때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되니까요. 어차피 한두 가지 중에 하나만 고르면 되기 때문에 택하지 않은 메뉴에 대한 아쉬움도 크게 없습니다. 메뉴가 두 개밖에 없다면 둘이 가서 하나씩 시켜 나눠 먹으면 되고요.
김밥천국 아시지요? 가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김밥천국에는 메뉴판이 따로 없습니다. 대신 메뉴가 빼곡히 적힌 주문서를 줍니다. 그리고 한쪽 벽면엔 메뉴로 도배(?)를 해놓았습니다. 수많은 메뉴를 보고 있으면 정말 저 모든 걸 이 조그마한 주방에서 다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메뉴 선택을 쉽게 할 수가 없습니다. 메뉴 개수를 얼추 30개로 잡아볼까요? 하나의 메뉴를 시키는 순간 선택되지 못한 다른 29개의 메뉴가 눈에 들어옵니다. 아쉬운 마음에 하나라도 더 시키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김밥을 먹자니 라면이 아쉽고, 라면을 먹자니 치즈돈가스가 눈에 걸립니다. 오늘은 왠지 김치 만둣국도 당깁니다. 무엇을 골라도 고르지 않은 메뉴에 대한 아쉬움은 항상 남습니다. 그래서 김밥천국은 혼자 가면 안 돼요. 최소한 3명 이상은 가서 골고루 시켜 나눠 먹어야 합니다.
가끔씩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라는 말을 하거나 듣습니다. 말 그대로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었다는 말이죠. 이 말 뒤에는 긍정적인 결과가 오기도 하고 부정적인 결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한 가지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감정은 그때 결정한 내 선택에 대해 미련은 남아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선택의 순간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에 당시 그 선택을 별 고민 없이 할 수 있었던 것이고요. 그렇게 한 선택이기에 최선을 다했든 아니든 선택 자체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선택의 폭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선택의 폭이 좁다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나는 여행 경비가 부족해서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까지 밖에 못 가.’ ‘우리 집 형편은 그리 넉넉하지 못해서 바로 취업하는 것 외에 별다른 선택은 없어.’ ‘내년 1월부터 아들 녀석이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기 때문에 일단은 지금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해.’ 이 모든 것들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현재 주어진 현실에 따라 할 수 있는 선택이 제한적임을 말해 줍니다. 그런데 말이죠. 때로는 이러한 제한된 선택이 차라리 마음을 더 편안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거예요. 어차피 선택의 폭이 넓지 않으면 별 고민 없이 바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별로 없기에 설령 나중에 후회할 상황에서도 크게 아쉬워할 일이 없습니다. 한마디로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 거의 ‘영(Zero)'에 가깝죠.
다른 선택 사항은 더 들여다볼 것도 없기에 자신이 결정한 선택에 대해 더욱 최선을 다할 수 있습니다. 더욱 최선을 다하는 만큼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고요. 저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진짜로 죽든가 아니면 죽은 것처럼 기절하든가 둘 중 하나만 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죠. 살아 있는 한 그 어떤 다른 모습은 보여 주지 않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최선을 다하는 겁니다. 혹시 당신이 강렬히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딱 두 가지의 선택 사항만 생각하세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말입니다. 내게 주어진 선택의 폭이 좁다고 너무 한탄하고 원망하지 마세요. 선택의 폭이 좁아서 고민도 덜하고 선택한 것에 더욱 전력을 다할 수 있습니다. 집중하고 매진할수록 당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은 한층 현실에 가까워집니다.
삶의 선택 여지가 별로 없었던 사람들이 열심히 노력하여 성공한 사례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엔 그 사람들을 보면서 ‘어떻게 그런 환경에서 그런 성공을 이루어 낼 수가 있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선택의 폭이 좁았기에 할 수 있는 것에 죽기 살기로 덤벼들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죽기 살기로 덤벼들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너무 좁다고 좌절하지 마세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고 너무 신세 한탄만 하지도 마시고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껴지는 그 순간에도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는 태도는 내가 결정할 수 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없고 주어진 선택만 있다면 차라리 잘된 일인지도 모릅니다.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밖에 없기에 그것에 최선을 다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남은 선택지 단 하나에 모든 것을 걸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걸고 죽기 살기로 매달리는데 안 될 것이 있겠어요?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음에 한숨짓지 말고 주어진 그 한 가지에 최선을 다할 수 있음에 행복을 느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전력투구(全力投球)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