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일이 아닌 부정적 사고 때문에 힘든 것- 인지치

한 번은 제 지인에게 이런 일이 있었어요. 그는 백화점 영업점에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여성복 영업 팀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발령이 나서 새롭게 아동복 팀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늘 그래 왔던 것처럼 새로운 팀을 담당하게 되면 필요에 따라서 아동복 팀원들의 브랜드별 업무 분장을 다시 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요. 그가 새로운 팀으로 발령이 나기 직전 전임자가 새롭게 팀 내 업무 분장을 싹 다 해 놓은 것이었어요. 저는 정말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떠나는 사람이 기존 조직의 업무 분장을 싹 바꾸고 떠나다니요. 이건 마치 퇴임을 앞둔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진과 조직을 싹 다 교체해 놓고 퇴임한 것과 같은 것이지요.


새로 부임한 대통령은 어떤 느낌이 들겠어요? 그는 도무지 전임자의 그러한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정말 제 상식과 경험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죠. 새로운 후임자에게 업무 분장과 관련해 필요한 조언 몇 가지만 제공하는 것이 충분하다고 그와 저는 생각했습니다. 물론 최종 결정은 새로운 후임자의 몫으로 남겨 두었고요. 그는 새로운 업무 분장을 해 놓고 간 전임자에게 굉장히 화가 났습니다. ‘내가 무시당했다’라는 느낌도 들었다고 하더군요.


'제가 만약 그였다면 어땠을까?'생각해 봤습니다. 저도 화가 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사건’ 자체는 그 자체로 긍정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그는 사건을 부정적으로 해석한 것이지요. ‘이해할 수 없다. 내가 무시당한 것 같은 느낌이다’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그리고 이러한 부정적 해석이 그에게 부정적 고통을 준 것입니다. 사실 그 전임자는 좋은 뜻으로 그렇게 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아동복팀에 대한 경험이 보다는 풍부하고 기존 팀원들의 업무 경험과 이력 등을 더 잘 파악하고 있었겠지요. 그런 면에서 전임자가 새로이 업무 분장을 하는 것이 어쩌면 더 나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게 따진다면 ‘전임자에게 화를 낼 것이 아니라 고마워해야 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런 얘기를 그에게 해주었습니다. 이후 그는 그 사건을 두고 더 이상 부정적으로 해석하지 않으려 애를 씁니다. 결국 그를 위해서입니다. 똑같은 사건을 두고 계속 부정적으로 해석하면 그가 그만큼 더 고통받고 그만큼 더 힘들어지니까요. 그는 의도적으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를 무시해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면 나를 위해 업무 분장을 대신해 주고 떠난 것일 수 있다’. 그러자 그나마 그 마음이 좀 풀리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인지치료 심리학자 아론 벡(Aron Beck)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들이 지니는 대부분의 우울증 원인은 현실을 자동적이고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부정적 시스템에서 기인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부정적 이해와 해석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다양한 인지적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는 말인데요. 벡은 이러한 인지적 오류를 설명하며 흑백 논리적 사고, 과잉 일반화, 개인화, 의미의 확대와 축소, 잘못된 명명, 예언자의 오류 등을 예로 듭니다. 더욱 다양한 예들이 있지만 여기서는 앞에서 말씀드렸던 제 사례와 같이 우리가 일상에서 특히 많이 범하는 오류 두 가지 두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첫 번째로 흑백 논리적 사고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죠. 회사에서 내가 관심 있는 동료에게 점심을 한 번 먹자고 제안합니다. 그런데 그는 그 시간에 다른 선약이 있어서 미안하다고 얘기합니다. 그러자 나는 생각합니다. ‘내가 밥을 먹자고 했는데 응하지 않았네. 그럼 나를 싫어하나 보다’라고 생각해 버립니다. ‘나의 식사 제안에 응하면 나에게 호감이 있는 것이고, 거절하면 호감이 없는 것이다 ‘라고 쉽게 단정 지어 버리는 것이지요. 말 그대로 너무 이분법적인 사고입니다. 그럴 때는 대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아, 정말 다른 일정이 있어서 시간 내기가 어려운가 보구나. 조만간 다시 식사 제안을 해 봐야겠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내 마음도 더 편안해지는 길입니다. 몇 번의 제안에도 계속 거절을 당한다면 그때 가서 ‘나에게 정말 관심이 없는 것이구나.’ 하고 생각해도 늦지 않아요. 단 한 번의 결과로 모든 것을 판단해 버리는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두 번째, 개인화의 오류입니다. 쉽게 말하면 주위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모두 자신의 부정적인 면과 연관해서 생각하는 것입니다. 가령 이런 것이에요. ‘아침부터 까마귀를 보았다. 까마귀가 오늘 내게 안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암시해 주려고 내 앞에 나타났다 보다.’ ‘수영장 물에 오늘따라 낙엽이 많이 떠 있네. 뭔가 불길한 일이 있으려나 보다. 수영하지 말아야지.’ ‘버스를 진짜 5초 차이로 아깝게 놓쳤네, 오늘 재수가 없는 날인가 봐. 조심해야겠다.’


과연 이러한 생활 속 현상들이 정말 내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일어나는 것일까요? 그것은 아무도 모릅니다. 실제로 연관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불길해 보이는 일도 불길하게 보지 않은 태도입니다. 불길해 보이는 일도 길해 보이는 태도로 대한다면 부정적 감정에 영향을 받을 일이 없습니다.


나는 아름다움과 추함, 질서와 혼돈을 자연의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오직 우리의 상상력에 의해서만 사물이 아름답거나 추하거나, 질서 정연하거나 무질서하다고 일컬을 수 있다.



- 바뤼흐 스피노자(Baruch Spinoza) -


자연은 그 자체로 아름답지도 않고 추하지도 않습니다. 자연은 예전 그대로의 자연일 뿐입니다. 단지 우리가 자연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자연은 아름답게 보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게 보이기도 합니다. 자연은 우리 상상 속에서 아름다우며 우리의 생각 속에서 꽃을 피웁니다. 자연이 아름다울 것인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는 우리 각자가 결정합니다. 우리의 생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큰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대자연의 아름다움까지도 결정할 수 있는 우리의 생각을 밝고 긍정적으로 활용해 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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