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많은 부탁을 하며 살아갑니다. “보고서 기한을 좀 연장해 주시면 안 될까요?” “이따가 10분만 더 기다려 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복사를 좀 먼저 하면 안 될까요?” “커피 맛이 좀 이상한데 다시 한 잔 부탁드려도 될까요?(실제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카페에서도 커피 맛이 이상하게 느껴져 다시 주문했습니다. 커피 맛에서 세제 맛이 느껴졌어요. 물론 제 느낌일 수도 있지만요)”
사실 부탁만 잘해도 삶은 더욱 풍요로워지고 윤택해집니다. 어쩌면 세상살이에 밝은 사람들은 부탁을 잘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삶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래서 이 글에서는 ‘부탁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선 부탁을 하는 방법은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부탁을 들어주면 생기는 좋은 결과를 말하는 것, 상대방이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생기는 나쁜 결과를 말하는 것입니다.
먼저 첫 번째 경우를 생각해 보죠.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한 노숙자가 구걸을 하는 상황입니다. ‘저기, 적선 좀 해 주시면 안 될까요? 제게 도움을 주시면 제가 따뜻한 밥 한 끼를 먹을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두 번째 방식입니다.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안 좋은 결과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이죠. ‘적선 좀 해 주시면 안 될까요? 오늘도 적선에 실패하면 저는 4일째 한 끼도 먹지 못하게 됩니다.’
여러분은 어떤 부탁을 들었을 때 더 마음이 움직이나요? 저는 두 번째 접근 방법을 추천합니다.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을 때의 상황이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아프리카 기아 아동을 위한 성금을 모금하는 장면입니다. ‘기아로 고통받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해 성금을 지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도와주신 기금은 아이들이 먹을 물을 위해 사용됩니다. 아이들이 하루에 최소 0.5L의 깨끗한 물을 섭취하지 못하면 수인성 질병에 걸려 생명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죽음 방지 메시지 효과(Death-is-stronger-than-life effect)’라는 이론이 있습니다. 이는 누군가에게 무엇을 부탁할 때 ‘부탁을 들어주면 생명을 살릴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보다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사람이 죽을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심리학 법칙입니다. 즉, 부탁을 들어주면 생기는 좋은 결과를 말하는 것보다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생기는 안 좋은 결과를 말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란 말이지요.
죽음 방지 메시지 효과에 따르면 ‘지금 성금을 하지 않으면 한 아이의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라고 얘기하는 것이 ‘지금 지원을 해 주면 한 아이가 더 건강해질 수 있다’라고 하는 것보다 상대방의 마음을 쉽게 움직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죽음 방지 메시지는 무슨 원리일까요? 부탁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 ‘부탁을 들어주면 이런 긍정적 효과가 있다’라는 말을 듣는 것보다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이런 부정적 효과가 있다’라는 말을 듣는 것이 아무래도 더 신경 쓰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효과는 사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지만 부정적 효과는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작용하니까요. “(기차역 음료 판매점에서) 저, 죄송한데 제가 먼저 좀 음료를 주문해도 괜찮을까요? 먼저 주문하지 못하면 열차를 놓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만약 당신이 이러한 부탁을 받았다면 어떤 생각이 들 것 같으세요? 부탁을 들어줄 것 같으세요, 아니면 ‘뭐야. 그건 당신 사정이지.’라며 부탁을 거절할 것 같으세요?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그러세요.’ 합니다. 열차를 놓칠 수도 있다고 하잖아요. 한 사람 정도 양보해 주는 것이 제 입장에서도 큰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즉, 나에게 큰 피해를 주는 상황이 아니라면 저는 먼저 주문하라고 합니다. 괜히 나 때문에 열차를 놓칠 수도 있다는 미안함 때문이겠지요. 네, 말 그대로 ‘괜한’ 미안함이지요. 사실 열차를 놓칠 것 같으면 미리미리 주문을 하든지 아니면 그냥 먹지 말고 열차에 오르든지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하지만 어쨌건 열차를 놓칠 수도 있다며 제게 그런 부탁을 한다면 ‘네, 그러세요.’ 할 것 같다는 거죠. 그가 만약 정말 열차를 놓치게 되면 나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다는 비합리적인 미안함이 생길 것 같으니까요.
죽음 방지 메시지 효과는 바로 부탁받는 사람의 이러한 비합리적인 미안함을 이용하는 것인데요, 일상생활의 다양한 부분에서 쉽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직장, 학교, 가정, 친구들과의 모임 등에서 부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모두 적용이 가능하지요.
오늘 누군가에게 부탁할 일이 있나요? 그럼 이런 죽음 방지 메시지 효과를 한 번 활용해 보세요. 상대방이 당신의 부탁을 들어줄 확률이 올라갈 것입니다. 안 좋은 쪽으로 얘기하는 것이 당신의 성향에는 안 맞을 수도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가 사실 그래요. 저는 부탁을 하는 방법이 주로 인간적 정에 의존하는 편이거든요. ‘에이 김 대리님, 좀 부탁해요. 한 번만 좀 부탁합니다’ 이런 식이지요. 그래서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발생할 수 있는 상황 자체에 대해서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저도 이 죽음 방지 메시지 효과는 인간적인 관계에 의해서 도움을 청하기 어려운 경우(예를 들어 처음 만나는 비즈니스 상대 등)에 주로 사용하려고 합니다. 여러분도 각자의 성향과 상황에 맞게 사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부탁을 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부탁하는 것’ 그 자체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입니다. 부탁하는 것 자체를 괜히 어색해하고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혹시 당신도 그런 편인가요?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부탁은 하라고 있는 것입니다. 부탁한다는 것 자체가 상대방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필요할 때는 당당하게 부탁하는 용기와 자세를 가지면 좋겠습니다. 부탁을 효과적으로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탁을 하는 용기 자체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부탁하는 용기와 거절받는 용기도 함께 챙겨가는 오늘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