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 아닌 과정에 참여하면 더 내 것 같아요 - 이케아

책을 한 권 쓰며 책을 대할 때의 마음가짐이 약간 바뀌었습니다. 그전엔 책은 그저 책일 뿐이었습니다. 책은 그저 ‘읽어야 할 대상’이었죠. 변변치 않지만 저도 책을 한 권 냈습니다. 그 이후로는 책을 대할 때 ‘이 책 한 권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한 권 써 보니 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 수많은 과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책의 콘셉트 정하기에서부터 목차, 분량, 자료 수집, 출판사와의 편집 작업, 의견 조율, 계약 조건 협의, 홍보, 마케팅 등 수많은 절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책을 써 보지 않았다면 알기 어려운 것들이었죠. 그 이후 책 한 권 한 권을 더욱 소중히 대하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에 좋지 않은 책은 있어도 소중한 노력이 들어가지 않은 책은 없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심리학에는 이케아 효과(IKEA effect)라는 것이 있는데요. 조립을 통해 물건을 완성하고 나면 기성 완성품을 샀을 때보다 더 큰 뿌듯함과 만족감을 느끼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케아라고 다들 아시지요? 책상, 침대, 의자와 같은 주로 가정용 가구들을 판매하는 스웨덴 회사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가장 특이한 점은 바로 조립식 가구를 판다는 점이죠. 즉, 완성품이 아닌 조립품을 판매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조립품을 별로 안 좋아해요. 만들기 귀찮거든요. 그래서 주로 좀 더 비싸더라도 완성품을 구매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제 주위에는 조립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그분들은 주말에 이케아에 가서 제품을 사 와 집에서 조립을 하지요. 그리고 조립한 가구를 집에서 사용합니다. 바로 DIY(Do it yourself) 방식입니다. 언젠가 한 번은 저도 큰마음을 먹고 제 서재 책장을 조립품으로 사 왔습니다. 직접 설명서를 보고 나사를 조이고 부품을 찾고 홈에 부품을 끼우는 과정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왜 내사 사서 이 고생을 할까? 그냥 완성품을 살 걸.’ 하고요. 어쨌든 꾸역꾸역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다 만들고 나니 뿌듯했습니다. 낑낑대면서 만든 이 책장이 정말 내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뭔가 모를 애정과 애착이 느껴지더군요. 완성품이었다면 느끼지 못할 감정이었죠. 다른 물건들은 제가 쉽게 내다 버리는 편인데 그 책장은 지금까지도 8년 넘게 쓰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제 노력과 시간이 들어간 책장이기에 그렇겠죠. 이처럼 이케아 효과는 자신의 노력과 정성이 들어가 완성된 제품에 대해 남다른 보람과 애착을 갖는 현상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러한 애착 효과, 즉 이케아 효과를 우리 생활에서도 많은 부분에 활용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이죠. 아니나 다를까 생활 응용 들어갈 시간입니다


아이들은 보통 야채를 잘 먹지 않지요. 그렇다면 야채를 직접 재배할 수 있는 주말농장에 한번 데려가 보는 겁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직접 채소를 키워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보세요. 채소가 먹을 수 있을 만큼 많이 자라면 이번에는 그 채소들을 가지고 간단한 샐러드 요리를 스스로 만들 기회를 주는 겁니다. 이케아 효과에 따르면 아이들은 아무래도 그전과는 달리 자신이 직접 재배한 야채로 직접 만든 샐러드 요리에 남다른 애착을 보일 수밖에 없죠. 자신이 만든 요리인데 당연히 더 큰 흥미와 관심을 보일 겁니다.


BTS(방탄소년단)은 다 알고 계시죠? 미국 빌보드 차트를 석권한 세계적인 한국 아이돌 그룹입니다. 사람들은 그들의 성공 비결에 대해 많이 얘기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음악에 대한 빠른 적용, 멤버들에 대한 높은 수준의 활동 자율성 부여, 10대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낸 진실성과 공감성 등 많은 것들을 성공 요인으로 꼽습니다. 저는 그들의 많은 성공 요인 중에서도 ‘과정 노출 전략’에 주목합니다. 말 그대로 그들이 팬들 앞에 짠하고 나타나기 전부터 그들의 데뷔 과정, 연습 모습들을 공개해 왔던 점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그들은 팬들에게 자기 모습을 완성 단계에서 ‘짜잔~’ 하고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채소를 먹지 않는 아이에게 어느 날 갑자기 짠하고 ‘야채샐러드’를 내놓으면 아이가 별로 먹고 싶어 하지 않는 것처럼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짠’하고 대중과 팬들에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데뷔하기 전부터 안무와 노래를 연습하는 모습, 밥을 먹는 모습, 장난치는 모습, 게임하는 모습, 쉬는 모습 등 일상생활들을 여과 없이 SNS에 담아 왔습니다. 즉, 팬들로 하여금 그들의 데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게 했던 것입니다. 이 과정을 지켜본 사람들 중 일부가 팬이 되기 시작하고 그들이 데뷔했을 때는 남다른 애정을 갖게 됩니다. 아이들이 자기가 키워 낸 야채를 보며 그 야채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갖는 것처럼 BTS의 데뷔 과정을 지켜봐 온 팬들은 BTS에게 남다른 애정을 줄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어느 날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한 아이돌 그룹에게는 가질 수 없었던 친밀감을 느끼는 겁니다. 내가 키운 아이돌이라는 뿌듯함도 느낄 수 있고요.


혹시 가족에게, 직장 상사에게 또는 대중에게 보여 줄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나요? 그것은 맛있는 요리일 수도, 깜짝 선물일 수도, 직장에서의 멋진 프로젝트 결과물일 수도, 자신만의 생각을 담은 에세이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최종으로 완성된 멋진 결과물을 짠하고 보여 주는 순간, 상대방이 이에 놀라 기뻐하는 순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무척 설레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결과물들을 만들기까지 당신이 고민하고 노력하고 시행착오를 겪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 자체도 상대방의 애정을 얻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당신의 준비 과정을 지켜보며 남다른 관심과 흥미를 가지게끔 유도할 수 있는 전략입니다. 그러므로 당신이 지금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면 너무 완벽해질 때까지 꼭꼭 숨기지만은 마세요.


오히려 좀 더 편안한 마음을 갖고 그 과정을 공개해 보세요. 그 과정에서 사람들에게 피드백도 받고 조언도 구하고 한다면 당신은 이미 수많은 팬을 확보한 셈입니다. 지금 저도 이 글이 나중에 완벽한 책으로 나오기 전에 여러분들에게 다가가고 싶어서 온라인이나 SNS에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제 글에 친근감과 애정을 가져 달라고 말이에요.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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