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만으로 살아가는 세상

여자 1: 나랑 같이 (여기) 남자

여자 2: 지금을 그냥 즐기면 안 될까?

여자 1: 벌써 자정이야. 십 분 후면 넌 사라지고, 난 또 일주일을 기다려야 해.

여자 2 : 난 잠시 있는 거야.

여자 1: 그게 끝나면?

여자 2: 그만 하자.

여자 1: 넌 사라지겠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 미러(Black mirror) 시즌 03중 에피소드 04> 중 한 장면이다.


드라마엔 두 명의 젊은 여성이 등장한다. 그들은 만나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런데 웬일인지 자정이 되면 둘의 만남은 거기서 끝이 난다. 장소만 같을 뿐 1주일마다 전혀 다른 시간에서 다시 만난다. 둘은 현실이 아닌 정신의 세계에서 만나고 있는 것이었다. 기기를 머리에 부착하면 정신의 세계로 갈 수 있고 그곳에서 현실처럼 만나 즐기고 사랑하며 살 수 있다.


물론 가상의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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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세계에서는 쉽게 움직일 수도 없는 할머니이지만 정신의 세계에서는 마음껏 꿈꿀 수 있는 여성이 될 수 있다. 그들의 현실 세계에서의 '죽음' 대신 정신세계에서의 '삶'을 선택했다.


정신세계에서의 삶. 그것은 어떠한 것일까?


진짜 삶과 다른 것일까? 다르다면 어떻게 다를까?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한다.


죽음을 당당하게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죽음이 두려운 가장 큰 이유는 더 이상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내가 없어도 해는 뜨고, 내가 없어도 풀과 나무는 자라며 내가 없어도 시간은 흐른다는 사실을 느낄 때 허무해졌다.


그런데 내 몸은 현실에 없더라도 내 정신이 어디에선가 살아 있을 수 있다면, 그런 세상이 있다면 그나마 좀 위안이 될 것 같다.


몽테뉴는 그의 저서 <수상록>에서 죽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느 시각에나 이 죽음을 모든 모습으로 머릿속에 그려보자. 발을 헛디딜 때에, 바로 '그래, 이것이 죽음이라면? 하고 되새겨 보고 마음을 단단히 먹으며 긴장하자...(중략)... 쾌락에 너무 끌려가지 말고 우리가 유쾌한 때에 죽음이 얼마나 많은 종류로 우리를 노리고 있으며, 얼마나 많은 결박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가를 이따금 상기해 보자. 그래서 이집트인들은 연회 때 그들의 진수성찬 앞에 사자의 메마른 뼈대를 가져오게 하여, 회식자들에게 경고로 삼게 하는 것이다.


- <수상록>, 몽테뉴 -


죽음이 언제든 우리를 찾아올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언제든 죽음이 찾아올 수 있기에 지금을 아무렇게나 살아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언제든 죽음이 나타날 수 있기에 당장 죽어도 후회 없도록 매 순간을 가치 있고 행복하게 살아가라는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우린 과연 정신만으로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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