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월의 문턱 앞에 와 있다. 평가 시즌이 다가오면 늘 마음이 무거워진다.
누군가의 한 해를 숫자 몇 개로 요약해야 한다는 사실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평가자가 내리는 점수 하나가 한 사람의 커리어와 자존감,
때로는 조직을 바라보는 신뢰까지 흔들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평가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히 제도를 잘 아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각과 변별력, 관찰과 기록, 그리고 피드백이다.
좋은 평가자는 자신이 어떤 자리에 서 있는지를 안다.
내가 내린 평가가 누군가에게 기회가 될 수도, 한동안의 벽이 될 수도 있음을 자각한다.
그래서 가볍게 점수를 주지 않는다.
리더라는 이름이 단순히 지휘하는 위치가 아니라, 사람의 미래를 책임지는 자리임을 이해한다.
이 자각이 없는 평가자는 점수를 관리 도구로만 여기지만,
자각이 있는 평가자는 평가를 통해 한 사람의 성장을 이끄는 통로로 만든다.
평가를 하다 보면 모두에게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
매일 얼굴을 부딪히며 미운 정 고운 정을 쌓아온 동료들과 부하직원들이라 당연한 마음이다.
하지만 모두가 비슷한 등급을 받는다면, 정말 잘한 사람은 빛을 잃고 더 성장해야 할 사람을 길을 잃는다.
변별력은 차별이 아니다.
그것은 구성원의 성취를 분명히 인정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정확히 짚어주는 일이다.
변별력을 가진 평가자는 불편함을 감수한다.
그 불편함이야말로 공정의 또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평가가 공정해지려면, 일상 속에서의 작은 순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회의에서 보여준 태도, 협업 과정에서 드러난 배려, 작은 문제를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
이런 장면들은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진다.
기억은 늘 과장되거나 축소되지만, 기록은 다르다.
좋은 평가자는 일 년 내내 관찰하고, 그 순간을 기록한다.
그래서 평가 시즌이 오더라도 흔들리지 않는다.
그 기록은 단순한 메모가 아니라, 피드백의 근거이자 신뢰의 토대가 된다.
사실 평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평가 이후의 대화다.
점수가 전부라면 사람들은 숫자에 갇혀 버린다.
하지만 좋은 피드백은 사람을 숫자 너머로 이끈다.
"좋은 피드백이란 잘한 점은 더 빛나도록 구체적으로 말해주고,
아쉬운 점은 어떻게 개선할지 행동으로 이어지게 도와주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함께 고민하는 것이다"
피드백은 점수를 정당화하기 위한 설명이 아니다.
그것은 구성원이 스스로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성장의 다음 단계를 설계하도록 돕는 대화다.
그래서 좋은 평가자는 점수를 줄 때 이미 피드백 전략까지 생각한다.
점수와 피드백은 떨어져 있지 않다.
평가와 피드백이 하나로 이어질 때 비로소 그 평가가 사람을 움직인다.
좋은 평가자는 제도의 신뢰를 세운다.
"이 회사의 평가는 믿을 만하다"는 확신이 있을 때 사람들은 더 큰 성과를 내고, 더 깊이 헌신한다.
평가가 불신의 장치가 아니라 성장의 발판이 되려면,
평가자가 단순히 등급을 나누는 사람이 아닌 성장을 안내하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
결국 좋은 평가자는 자각을 갖고, 변별력을 지키며, 관찰과 기록으로 근거를 만들고,
피드백으로 평가를 완성하는 사람이다.
그런 평가자가 있는 조직은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평가 시즌이 두려움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고,
직원들은 한 발짝 더 나아갈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