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제도를 새롭게 도입하거나 개편할 때마다 어김없이 들려오는 소리가 있다.
"왜 이런 제도를 만들어서 혼란을 주는 거죠?"
"이건 누구한테는 유리하고, 누구한테는 불리하잖아요."
HR 일을 하다 보면 늘 듣는 말이다.
사실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모든 인사제도에는 유리한 사람이 있고, 불리한 사람이 있다.
누군가는 새로운 제도를 통해 더 많은 기회를 얻고,
누군가는 이전보다 덜 평가받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럴 때마다 조직은 유예기간을 두거나 일정 부분 보전장치를 마련하며 충격을 완화하려 애쓴다.
하지만 아무리 신중하게 설계해도 완전히 공평한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사제도는 본질적으로 '누구에게나 좋은 제도'를 만드는 일이 아니다.
그보다 중요한 건, 회사가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제도로 구현하는 일이다.
회사의 인사제도는 그 조직의 철학을 가장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다.
회사가 어떤 인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성장과 보상을 연결하려 하는지,
어떤 문화를 만들고 싶은지가 모두 제도 속에 담겨 있다.
그래서 인사제도를 개편한다는 건 단순히 규칙을 바꾸는 게 아니라,
조직의 방향성을 새롭게 선언하는 일에 가깝다.
그렇기에 제도는 필연적으로 누군가에게는 낯설고 불편하게 다가온다.
익숙함을 지키고 싶은 사람일수록 그 불편함은 더 크다.
최근에 인사제도 개편에 대한 설명회를 진행하면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인사제도는 모두에게 좋은 제도를 만드는 게 아닙니다.
회사가 나아가려는 방향에 맞는 제도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 말은 차가운 원칙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조직이 중장기적으로 추구해야 할 일관성이 담겨 있다.
HR은 당장의 만족보다 장기적인 신뢰를 설계하는 일이다.
눈앞의 불만을 없애는 것보다,
조직이 어떤 가치를 지키며 사람을 성장시키려는지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좋은 인사제도란, 모두가 좋아하는 제도가 아니라 조직이 추구하는 철학에 충실한 제도다.
그 철학이 구성원에게 충분히 이해되고 공감될 때, 제도는 강제가 아니라 방향이 된다.
HR의 역할은 제도를 만드는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 제도의 의도와 방향을 충분히 설명하고, 사람들이 스스로 납득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진짜 HR의 일이다.
좋은 인사제도는 없다.
다만 좋은 방향으로 사람을 이끄는 제도는 있다.
그 방향은 숫자나 규정이 아니라 회사가 믿는 가치와 리더십의 철학에서 비롯된다.
제도를 설계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늘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제도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 제도를 통해 우리가 진짜 지키려는 가치는 무엇인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제도는 없지만, 조직과 사람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은 있다.
그리고 그 방향을 잃지 않게 설계하는 것이 HR이 해야 할 가장 본질적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