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은 제도가
포스트시즌은 사람이 만든다"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5차전을 마치고...

by HRer B

나는 야구를 좋아하고, 삼성라이온즈 팬이다.

이번 포스트시즌을 보면서 여러 번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리고 문득, 야구와 HR의 세계가 많이 닮아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야구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가을야구의 긴장감을 잘 안다.

정규시즌의 길고 지루한 144경기와 달리, 포스트시즌은 단 몇 경기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

정규시즌이 '꾸준함의 리그'라면, 포스트시즌은 '순간의 리그'다.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 동안 쌓여온 데이터와 통계가 무의미해진다.

소위 '미친 선수'가 등장하며 경기를 결정짓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올해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의 데이터와 통계가 의미 없었다)


정규시즌 내내 꾸준한 선수가 포스트시즌에서 침묵하기도 하고,

눈에 띄지 않던 선수가 결정적인 순간에 영웅이 되기도 한다. (올해 삼성의 김영웅 선수가 그랬다.)

이때, 감독은 숫자보다 '지금 이 순간 가장 믿을 수 있는 선수'를 선택한다.

리더십은 그 한순간의 결단에서 드러난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평상시에는 제도와 프로세스가 질서를 유지한다.

채용, 평가, 보상, 육성 제도는 조직의 정규시즌을 지탱하는 시스템이다.

누가 어떤 일을 맡고, 어떤 기준을 평가받는지 명확해야 조직은 안정적으로 움직인다.

HR은 이 시기에 '운영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한다.

제도가 일관되게 작동하도록 관리하고, 불필요한 혼선을 최소화한다.

이 시기의 HR은 데이터를 믿고, 규칙을 지킨다.


하지만 전환기나 위기 상황이 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시장이 변하고, 조직은 흔들리고, 익숙한 제도가 한계에 부딪힌다.

그때부터 조직의 포스트시즌은 시작된다.

수년간 규칙처럼 여겨온 매뉴얼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진다.

평소 성과가 높은 직원은 위기 속에서 흔들리는 반면, 평소 조용하던 사람이 의외로 팀의 중심을 잡는다.


평소에는 제도와 원칙이 중심이지만 포스트시즌에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

누가 지금 조직의 리듬을 살릴 수 있는지,

누가 변화의 방향에 힘을 실을 수 있는지,

평가표에는 없는 신뢰, 데이터로는 설명되지 않는 에너지가 조직의 승패를 가른다.


정규시즌의 HR은 '안정된 항로를 지키는 항해사'이고

포스트시즌의 HR은 '흐름을 읽는 조타수'다.

한쪽은 시스템을 다루고, 다른 한쪽은 사람을 다룬다.

둘 다 중요하지만, 시대가 빠르게 변할수록 포스트시즌형 HR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요즘 기업들은 전환기를 맞고 있다.

디지털 전환, ESG, 세대 간의 갈등 등....

정규시즌의 제도만으로는 이 모든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이럴수록 HR은 더 깊이 사람을 이해해야 한다.

데이터보다 관계를, 제도보다 신뢰를, 시스템 보다 리더십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야구에서 포스트시즌의 승부는 기록보다 기억으로 남는다.

그 짧은 순간의 집중력, 팀을 위한 헌신, 그리고 서로를 믿는 마음이 역사를 만든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평가결과와 연봉은 시간이 지나면 잊히지만 위기 속에서 함께 버틴 동료의 얼굴은 오래 남는다.


HR이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이 버티는 조직'이다.

제도가 조직의 정규시즌을 만든다면, 사람은 조직의 포스트시즌을 만든다.

그리고 HR의 진짜 실력은 정규시즌이 아니라 포스트시즌에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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