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은 과거의 보상이 아니라, 미래의 약속이다"

by HRer B

내년 조직개편과 인사를 앞두고, 인사팀의 연말은 늘 분주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과정이 있다. 바로 '승진 심의'다.


매년 이 시기가 오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각 조직장은 자신의 후보자를 한 명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치열하게 주장하고,

인사팀은 객관적 기준과 형평성을 지키기 위해 끝없는 조율을 한다.

승진은 단순한 인사절차 같지만, 실제로는 조직의 공정성과 신뢰를 가르는 예민한 순간이다.



승진의 기본 조건은 명확하다.

최근 3~5년간의 고과결과, 역량평가, 그리고 조직 기여도 등등... 이러한 지표를 기준으로 후보자를 선발한다.

하지만 숫자로 평가표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그래서 승진 심의는 늘 논쟁으로 끝난다.

"이번에는 왜 이 사람은 안되고 저 사람은 되냐"는 질문이 반복된다.


승진율은 직급이 올라갈수록 낮아진다.

하지만 직원들은 대부분 자신이 이번에는 될 것이라 믿는다.

기대가 크기에 실망도 크다. 승진에서 탈락하는 순간 원망이 시작된다.

자신의 부족함보다, 제도의 문제를 먼저 탓한다.

"승진 제도가 불공정하다.", "인사팀이 편을 든다."

매년 같은 말들이 반복된다.


하지만 승진은 누구의 '차례'로 돌아가는 자리가 아니다.

그리고 과거의 노력에 대한 보상도 아니다.

그동안의 성과와 고생은 이미 연봉 인상과 성과급으로 보상받는다.

승진은 '보상'이 아니라 '검증'이다.

다음 직급에서 요구하는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사람인가를 판단하는 과정이다.

다시 말하자면, 과거가 아니라 미래의 가능성을 보는 일이다.


인사팀이 보기에 승진 심의의 본질은 '누가 더 많이 일했는가'가 아니다.

'누가 더 넓게 보고, 더 큰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다.

승진은 '지난 몇 년을 잘 버텼는가' 보다 '앞으로 몇 년을 이끌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다.


직원들 중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

"같은 일을 오래 해서 누구보다 잘 아는데, 왜 승진이 안 되나요?"

그럴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숙련된 직원일수록 조직의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진은 숙련의 보상이 아니다.

같은 일을 오래 잘하는 능력보다, 새로운 역할을 해낼 준비가 되어 있는가가 핵심이다.

조직이 기대하는 것은 단순한 업무 숙련이 아니라, 시야의 확장이다.


그래서 인사팀장으로 늘 강조한다.

"승진은 연차가 쌓이면 오는 권리가 아니라, 역량이 쌓여야 오는 기회입니다."


승진은 자격이 아니라 증명이다.

누구나 '준비되었다'라고 말하지만, 그 준비가 실제 행동과 결과로 드러나야 한다.

결국 상위 직급의 역할을 이미 해내고 있는 사람이 승진한다.

지금의 자리에서 한발 더 나아가, 문제를 보는 관점과 해결 방식을 확장해 나가는 사람.

그런 사람이 조직의 다음 리더가 된다.



승진 시즌마다 반복되는 장면이 있다.

누군가는 승진을 기쁨으로 맞이하고, 누군가는 억울해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알게 된다.

승진이 빠른 사람이 오래가는 것도, 늦은 사람이 뒤처지는 것도 아니라는 걸.

조직은 결국,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증명한 사람을 기억한다.


승진은 과거의 대가를 받는 자리가 아니다.

회사와 본인이 함께 맺는 새로운 약속이다.

"이제 당신에게 더 큰 역할을 맡기겠습니다."

그 약속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반쯤 승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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