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이 아플 때
조직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족저근막염과 조직의 번아웃

by HRer B

2개월 전, 아침에 일어나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발뒤꿈치 깊숙한 곳에서 찌릿하고 묵직한 통증이 올라왔다.

조금 걷다 보면 괜찮아지는 듯해 그저 피곤해서 그랬겠지 하고 넘겼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발바닥 전체가 아프기 시작했고,

이제는 걷는 것도, 서 있는 것도, 오래 앉아 있다 일어나는 것도 모두 불편해졌다.

진단명은 족저근막염.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몸의 가장 아래에서 말없이 버티던 구조가 무너졌다는 신호다.

발은 제2의 심장이라고 할 만큼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지만, 정작 가장 소홀히 관리하는 부위이기도 하다.


의학적으로 족저근막염은 발바닥을 가로지르는 두꺼운 근막에

미세한 손상과 염증이 반복적으로 축적되면서 발생한다.

대표적인 원인은 과부하, 휴식 없는 반복적 사용, 쿠션이 부족한 오래된 신발,

평발/요족과 같은 구조적 불균형이다.


이 통증을 겪으며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다.

조직의 '발바닥'은 어디일까?

가장 많은 하중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곳, 바로 '현장'이 아닐까?



1. 과부하 = 과도한 업무량, 인력 부족

발바닥이 감당 못하는 무게를 오래 받으면 염증이 생기듯,

현장도 업무량과 리소스를 초과할 때 가장 먼저 균열이 생긴다.


인력 공백을 보충하지 않은 채 과업만 늘어나면,

겉으로는 버티는 것처럼 보여도 누적된 피로는 어느 순간 폭발한다.

말 그대로 보이지 않는 염증이 조직 깊숙한 곳에서 자라나는 셈이다.


2. 반복적 스트레스 = 회복 없는 조직 운영

휴식 없이 반복되는 움직임이 근막을 손상시키듯,

조직이 멈추지 않는다면 현장의 번아웃을 피할 수 없다.


끊임없는 긴급 이슈, 멈추지 않는 프로젝트, 업무는 쌓이는데 속도를 조절할 여유가 없는 상태...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적 피로다. 회복 없는 조직은 결국 전체 실행력을 잃는다.


3. 오래된 신발 = 낡은 시스템

오래된 신발은 쿠션이 닳아 제 기능을 잃는다.

밟는 순간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고 그대로 통증으로 전해진다.


조직의 낡은 시스템도 그렇다.

시대착오적인 제도 운영과 리더십, 현장의 일 방식과 맞지 않는 프로세스.

이런 시스템으로 인해 현장에 지속적인 충격이 가해지고 결국 구성원들은 지친다.


4. 평발, 요족 = 잘못된 조직설계

평발, 요족처럼 구조적 문제가 있으면 근막에 부담이 커진다.

마찬가지로 조직의 불균형은 만성적인 피로를 만든다.


사람 중심의 잘못된 조직개편, 모호한 역할 정의, 비대칭적인 권한 배분.

이런 구조적 문제는 구성원의 '걸음걸이'를 틀어지게 한다.

결국 한 부서의 문제처럼 보이던 피로가 조직 전체로 번진다.



이 통증은 처음에는 아주 작게 나타난다.

평소보다 말수가 줄고 표정이 어두워진다. 야근이 늘지만 일은 줄지 않는다.

입퇴사가 반복되고 사소한 실수가 늘어난다.


리더들은 그것을 조직의 흔한 모습 정도로 치부한다.

하지만 HR의 눈에는 이 미세한 신호들이 정확히 보인다.


문제는 대부분 이 작은 통증을 '견딜 수 있는 수준'이라고 여긴다는 점이다.

나 역시 족저근막염 초기에는 '괜찮겠지'하고 무시했다.

그러다 어느 날, 제대로 걷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현장도 그렇다.

불만이 나온다. 퇴사자가 한두명씩 늘어난다. 성과가 미묘하게 떨어진다.

그런데 조직은 "이 조직은 큰일 아니야"라고 말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전체 실행력이 무너진다.

조직의 발이 아프기 시작하면, 전략이 아무리 좋아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족저근막염 치료의 핵심은 단순하다.

아픈 발을 쉬게 하고, 하중을 분산시키고, 스트레칭을 통해 작은 회복을 반복하는 것이다.


현장의 번아웃도 이와 같다.

휴식과 재조정, 적정 인력과 권한의 부여, 그리고 구성원의 고통을 듣는 리더십.


HR은 종종 '제도'를 고치는데 집중한다.

하지만 번아웃의 회복은 제도 개선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누가 하중을 버티고 있는지, 그 통증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한다.


족저근막염을 앓게 되면서 분명하게 깨달은 게 있다.

아무리 작은 통증이라도 무시하면 결국 걷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조직도 그렇다.

현장이 편안해야 전략이 움직이고 사람이 살아난다.

발을 챙기듯 현장을 챙기는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통증을 느낀 지금, 아직 늦지 않은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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