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이 되고 싶지 않은 시대에서...
팀장이 된 지 6년이 됐다.
처음 직속 임원으로부터 이번 조직개편에서 팀장 발령이 있을 거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솔직히 지금은 아니라고 말했다.
아직은 준비가 덜 됐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단호했다.
"직책자의 자리는 기회가 있을 때 올라가야 한다. 잘해보라"
두려웠다. 준비되지 않은 내가 이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6년이 지난 지금도, 이 자리는 여전히 어렵고 불편하다.
그동안 여러 명의 팀원이 회사를 떠났고, 팀원들의 실수로 곤혹스러운 순간을 겪기도 했다.
임원과 팀원 사이에 끼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도 많았다.
조직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감정을 누르고 자세를 낮춰야 할 때도 잦았다.
이제는 관리만 하는 자리도 아니다. 실무는 여전히 내 몫이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이어지는 회의가 끝나면, 아직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처럼 쌓여 있다.
여기에 지난 몇 년간 급변한 노동시장과 환경 변화는 나를 더 지치게 만들었다.
그래서 종종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이 자리는 과연 내게 축복일까, 아니면 저주일까?
팀장은 상위 직책자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자리다.
성과와 리더십을 동시에 검증받아야 하는 위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치열하게 버텨야 하는 자리여야만 하는 걸까?
비직책자로 조용히 정년퇴직하는 분들을 볼 때면 솔직히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조직을 신체에 비유하자면 팀장은 관절과 신경의 교차점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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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관절은 뼈와 뼈를 연결해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부위다.
아무리 근육(실무자)이 강하고 뼈(조직구조)가 튼튼해도, 관절이 굳으면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팀장도 마찬가지다.
전략과 실행을 연결하고, 목표를 행동으로 바꾸며, 조직의 속도와 범위를 조절한다.
조직에서 일이 막힌다고 느껴질 때 실제로는 관절이 뻣뻣해진 경우가 많다.
신경은 명령을 전달하고, 통증과 이상 신호를 감지한다.
팀장은 위에서 내려온 의도를 팀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하고,
현장의 피로와 갈등, 비효율을 가장 먼저 느낀다.
그래서 팀장이 둔감해지거나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조직은 아프기 시작한 줄도 모른 채 버티다가 결국 크게 다친다.
이처럼 팀장은 조직에서 결코 무너지면 안 되는 핵심적인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팀장에게는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고, 실질적인 권한위임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조직에서 딱 하나의 교육만 해야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팀장 대상 교육을 선택하겠다.
그런데 요즘은 이 역할을 기꺼이 맡고 싶어 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팀장이 되는 것을 꿈꾸지 않는 시대다.
팀장이 감당해야 할 무게를 견디고 싶어 하지 않는 분위기다.
더 이상 팀장이 롤 모델이 되지 못하는 조직도 많다.
위에서는 성과와 실적 압박이 거세지고, 일은 계속 늘어난다.
팀장 보상을 강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많은 회사에서는 그마저도 소극적이다.
그리고 설령 보상이 늘어난다 해도,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팀장이라는 자리는 보상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와 기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팀장이 버거워진 이유를 개인의 역량이나 태도에서 찾는 순간, 해법은 나오지 않는다.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구조다.
1. 팀장의 역할을 명확히 분리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팀장의 역할 재정의다.
관리자, 코치, 실무자의 역할이 뒤섞인 상태에서는 모두 다 잘 해내기 어렵다.
반복적인 실무, 대체 가능한 보고, 과도한 회의에 참석하는 등 일들은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이다.
팀의 방향 설정, 의사결정과 우선순위 조정, 성과관리 등에 집중해야 한다.
팀장의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리더십은 발휘되지 못한다.
팀장이 바쁜 조직일수록 사실은 리더십이 가장 필요한 상태다.
2. 권한 없는 책임 구조를 깨야 한다.
성과 책임에 대해 묻는다면, 그에 상응하는 권한이 있어야 한다.
인력배치, 업무조정, 평가, 예산 등 팀장이 실제로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얼마나 되는지 점검해야 한다.
많은 조직에서 팀장은 결과는 책임지지만 과정은 통제하지 못하는 자리가 되어버렸다.
이 구조에서 팀장은 빠르게 소진되고 만다.
3. 팀장은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투자의 대상이다.
팀장은 조직의 소모품이 아니다.
가장 많은 감정 노동을 수행하고, 가장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역할을 감당한다.
그럼에도 팀장에 대한 지원이 별로 없다.
팀장 교육 그마저도 형식적인 리더십 과정이나 일회성 워크숍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정작 팀장에게 필요한 것은 정답을 알려주는 교육이 아니다.
정말 필요한 것은 판단 기준을 세워주고 혼자 고민하지 않게 해주는 구조적 지원이다.
팀장이 성장하지 못하면, 팀도 성장하지 못한다.
4. '팀장'을 닮고 싶은 자리로 설계해야 한다.
팀장은 거쳐 가는 자리가 아니라 닮고 싶은 자리여야 한다.
그래서 팀장은 준비된 사람으로 선발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준비는 직급이나 연차가 아니다.
팀의 일과 맥락을 가장 잘 이해하고,
무엇을 버리고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전문성이다.
팀의 일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팀장이 아닐 때,
팀장은 관리자가 되고 리더십은 형식이 된다.
반대로 전문성과 준비가 된 팀장은 말 한마디, 결정 하나만으로 팀의 방향과 기준을 정리한다.
팀장 자리는 축복도 저주도 아니다.
조직에서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자리다.
관절과 신경은 몸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관리받지 못하면 가장 먼저 망가지는 부위다.
조직이 계속해서 "좋은 팀장이 없다"라고 말하고 있다면 그건 팀장의 문제가 아니라,
팀장을 그렇게 만들고 있는 조직의 구조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 조직은 좋은 팀장이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는 걸까?
나중에 이 순간을 돌아볼 때 축복이라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