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시즌을 앞두고
"내년부터는 평가제도를 바꾸고 말겠다"는 인사담당자들의 아우성이 들린다.
지난 수년동안 성과관리를 공정하고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많은 기업이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상대평가는 조직 내에서 '누가 더 잘했는가'를 중심으로 줄 세우는 방식이고
절대평가는 '정해진 기준(목표)을 얼마나 달성했는가'에 초점을 둔다.
절대평가는 공정성과 수용성 측면에서 분명한 장점이 있다.
그러나 평가기준이 명확하지 않거나 피드백 체계가 미흡하면
목표 수준이 느슨해지고 관대화 경향이 심해져 구성원들의 더 큰 불만을 야기한다.
따라서 절대평가 도입 시에는 구조적, 문화적 대응이 필요하다.
1. 절대평가 전환의 핵심 목적
절대평가는 다음과 같은 조직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 비생산적인 내부 경쟁 완화
- '잘 보이는 사람'이 아닌 '실제 성과' 중심의 평가
- 직무 특성별 맞춤형 성과 기준 설정 가능
- 평가 수용성과 피드백 품질 향상
하지만 이러한 효과는 설계와 운영이 제대로 갖춰져야만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조직 내 대부분의 구성원의 'S', 'A' 같은 평가 인플레이션이 쉽게 발생한다.
(이를 평가자의 역량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2. 절대평가에서 관대화가 발생하는 이유
절대평가는 평가자가 기준만 충족하면 좋은 점수를 주기 쉬운 구조이기 때문에 관대화되기 쉽다.
주요 원인은 다음과 같다.
- 달성 기준(목표)이 모호하거나 지나치게 낮은 경우
- 정성평가 가이드라인 부재 (정량평가로만 구성)
- 성과 수준 구분 없이 유사한 점수 부여
- 평가자가 간 관대화, 엄격화 편차를 조정하는 장치 부족
따라서 절대평가의 취지를 지키기 위해 관대화를 억제하는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3. 관대화 경향을 방지하는 절대평가 설계 방법
1) 자기 평가 삭제
구성원이 스스로 성과를 평가하면 대부분 B 이상을 선택한다.
이는 상사에게 조정 부담을 전가하며, 자연스럽게 관대화를 유도한다.
자기 평가를 제거하고 평가자는 연중 관찰 기록과 정기 피드백을 기반으로 평가하도록 설계한다.
(자기 평가를 제거하는 대신 실적 또는 활동을 'Self Check' 하는 정도로 둘 수 있다)
2) 평가척도 단순화 : B 기준 중심 설계
전통적인 S/A/B/C/D 척도를 고착화하면 평가자들은 환경 변화와 무관하게 이를 계속 사용해야 한다.
이때 B의 기준이 낮게 설정되면 A 이상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B(100% 목표 달성 수준)를 기준점으로 두고, S/A 기준은 원칙적으로 제한하거나
부가 조건을 부여한다.
- B : 기대 성과 중심 달성
- A 이상 : 기대 이상 기여 (구체 사례 필수) _ 평가자의 영역
3) KPI는 정량+정성으로 구성
정량 KPI과 정성 KPI을 반드시 혼합하고 각 항목마다 기대 수준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특히 정성항목은 기대 수준의 결과뿐 아니라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와의 조율/조정, 성과극대화 노력, 업무수행의 적시성 등
행동 기반 요소를 포함한 서술형 피드백 중심으로 전환하고 평가는 연중 기록을 기반으로 작성한다.
4) 정성평가 포함
정성평가는 주관이 개입된다는 이유로 배제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오히려 리더의 관찰력과 피드백 역량을 강화하는 중요한 장치다.
정성항목은 10% 내외의 적정 비중을 유지하며, 팀 기여도, 협업 등 비계량적 성과를 균형 있게 반영한다.
- 예시 : 조직 기여도, 목표 외 성과, 협업/팀워크, 역량향상 노력 등
4. 절대평가에 상대평가 요소를 가미한 혼합형 모델
절대평가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일정 수준의 구분을 두는 방식은 관대화 억제에 효과적이다.
- 기본 구조 : 절대평가 기반 정량/정성 점수 부여
- 상위 등급 제한 : A 이상은 팀 또는 부서 기준 20% 이내
- A 이상 부여 시 필수적으로 정성 피드백 및 사례 기술
- 초과 인원 발생 시 HR 또는 평가위원회 조정
이 방식은 절대성과 기반을 유지하면서도 평가자의 분별력과 책임을 높이는 절충안이다.
5. 목표수립의 중요성
평가기준이 아무리 정교해도 목표수립이 잘못되면 관대화 문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100% 달성 목표'는 달성하기 쉬운 목표가 아니라, 도전적이지만 도달 가능한 수준으로 설정해야 한다.
결국 목표수립 단계에서 더 치열한 논의와 합의가 이뤄져야 공정하고 타당한 평가가 가능하다.
평가의 품질은 결국 목표의 품질에 의해 결정된다.
6. HR의 역할 : 제도 설계 + 문화 정착
제도만 바뀐다고 문화가 저절로 정착되지는 않는다.
HR은 다음 세 가지 축을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 제도 설계자 : 평가 기준, 등급 제한, 피드백 양식 등 체계적 운영
- 코칭 지원자 : 리더가 피드백을 적절히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 및 가이드 제공
- 데이터 관리자 : 평가 편차, 반복적 고득점자 패턴 등을 분석해 정합성 확보
또한 구성원과 상사 모두에게 '절대평가 전환의 취지'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평가자는 '나만 엄격하면 불이익 아닌가?', 구성원은 '작년보다 점수가 낮아졌는데 잘못된 평가 아닌가?'
라는 불안감을 가지기 쉽기 때문이다.
절대평가는 이상적인 제도로 보이지만, 신뢰와 일관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성과 분별력이 사라진다.
'모두가 우수한 조직'은 결국 아무도 인정받지 못하는 조직이 된다.
HR의 역할은 '누가 더 잘했는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까'를 함께 찾는 것이다.
그것이 절대평가의 진정한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