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 퇴직하는 사람들"

by HRer B


몇 년 전부터 1월에 퇴직자가 많아졌다.

예전에는 이직이 3월부터 시작해, 늦어도 4분기 전에 집중되는 흐름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시점이 앞으로 당겨졌다.

이제는 연초부터 조직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는다.


최근 해외 기사와 커리어 플랫폼 분석을 보면, 1월은 이직하게 좋은 달로 자주 언급된다.

기업은 새해 예산을 열고 채용을 본격화하고, 구직자는 연말을 정리한 뒤 가벼운 마음으로 움직인다.

실제로 연초에는 채용 공고와 구직 활동이 동시에 늘어난다.

그래서 1월은 이직이 많고, 이직하기도 좋은 시기라는 말에 충분히 공감이 간다.


하지만 그 사실이 곧 "사람들이 1월에 떠나기로 결심한다"는 뜻은 아니다.

채용 리드 타임을 생각해 보면 답은 명확하다.

이력서 제출부터 최종 오퍼까지는 짧아도 한두 달이 걸린다.

1월에 퇴직하는 사람들은 이미 11~12월, 혹은 그 이전부터 움직이고 있었다.

1월은 결심의 시점이 아니라, 결과가 드러나는 시점이다.


그렇다면 HR이 진짜 주목해야 할 시기는 1월이 아니라 11~12월이다.

이 시기에 중요한 것은 '결정적인 사건'이 아니라 미묘한 이상 징후들이다.


많은 조직이 퇴직의 원인을 평가나 조직개편에서 찾는다. 물론 그것들도 영향을 준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보면, 퇴직을 만들어내는 결정적인 한 방이 있는 경우는 드물다.

평가는 불만을 확정 짓는 계기가 될 수는 있어도, 그것 하나만으로 사람을 떠나게 하지는 않는다.

조직개편 역시 마찬가지다. 구조 변화 자체보다 그 변화 속에서 개인이 느끼는 의미의 변화가 더 크다.


퇴직은 대개 누적의 결과다.

업무는 늘었는데 성장에 대한 언어는 사라졌고, 역할은 유지되지만 기대치는 점점 모호해진다.

조직은 바쁘다는 이유로 설명을 줄이고, 구성원은 그 공백을 스스로 해석하기 시작한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사람들은 더 이상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대신 계산을 시작한다. 이 조직 안에서 버티는 것이 합리적인지, 아니면 다른 선택지가 있는지를.


그래서 1월에 퇴직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조용하다.

성과가 낮았던 직원도 아니고, 불만을 크게 드러낸 적도 없다.

팀 내에서 문제를 일으킨 적도 없고, 오히려 안정적인 인력으로 인식되던 경우도 많다.

HR이 보기에는 "이상 징후가 없었던 사람"이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이상 징후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읽히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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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월의 신호는 대부분 작고 미묘하다.

면담에서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는다. 조직개편이나 평가 결과에 대해 덤덤하다.

새로운 프로젝트나 역할 제안에 이전만큼의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휴가 이후 돌아와서도 특별한 불만은 없지만, 분명 에너지가 줄어 있다.

이때 HR이나 리더는 흔히 이렇게 해석한다.

"적응했다", "성숙해졌다",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이 침묵은 수용이 아니라 정리일 가능성이 높다.

사람은 떠나기로 마음먹는 순간부터 조직에 요구하지 않는다.

더 설명을 들으려 하지 않고, 기대도 낮춘다.

그 상태에서 외부 채용 시장이 열리는 1월은 실행하기에 가장 합리적이 시점이 된다.


1월의 퇴직 증가는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도 결코 좋지 않다.

새로운 한 해의 시작 앞에서 동료들의 이탈은 불안함을 키운다.

매출과 영업이익 숫자가 견고해 보여도 조직에 대한 감정은 달라진다.

괜히 커리어 사이트를 한번 더 들여다보게 된다.


문제는 11~12월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느라 모두가 바쁘다.

특히 인사팀은 연말에 몰린 업무를 처리하느라 정작 구성원들의 미묘한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 시기에 구성원의 마음을 놓치면, 1월의 퇴직은 막기 어렵다.


결국 1월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조직이 지난 하반기 동안 사람을 어떻게 대했는지가 솔직하게 드러나는 달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개 가장 조용했던 사람들의 퇴직으로 먼저 나타난다.


HR에게 1월은 시작의 달이 아니다.

이미 지나간 11~12월을 복기해야 하는 달이다.

다음 1월을 바꾸고 싶다면, 지금 조직이 보내고 있는 작은 신호들부터 다시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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