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인터뷰 속 진짜 이야기"

by HRer B

퇴직을 앞둔 직원들의 마음은 단순하지 않다.

이미 회사를 떠나기로 결정했지만, 그 결정이 하루아침에 내려진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오래전부터 참고, 넘기고, 합리화해 온 시간의 끝에 도달한 결과에 가깝다.


퇴직 프로세스의 마지막에는 인사팀과의 면담이 예정되어 있다.

흔히 퇴직 사유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절차로 여겨지지만,

실제로 퇴직 인터뷰는 퇴직자를 평가하는 자리가 아니다.

누가 옳았는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가리는 시간도 아니다.

오히려 조직이 스스로를 점검하는 자리다.


내가 속한 회사의 퇴직 인터뷰는 단순히 '왜 떠나는가'를 묻지 않는다.

동료와의 관계, 회사의 비전과 전략, 리더십, 조직구조, 직무경험 등 입사 이후 재직 기간 전반을

어떻게 경험했는지를 묻는다.

인터뷰 양식은 맥킨지 7S 모델*을 기초로 구성되어 있다.

개인의 불만을 나열하기보다, 조직을 하나의 구조와 시스템으로 돌아보기 위한 장치다.


* 맥킨지 7S 모델

조직의 성과를 좌우하는 요소를 전략, 구조, 시스템, 공유가치, 리더십, 인재, 역량의 7가지로 나누어

함께 점검하는 프레임워크. 조직 문제를 개인의 역량이나 태도 탓으로 보기보다, 조직 전체의 구조와 방식이

서로 잘 맞물려 있는지를 진단하는데 주로 활용


인터뷰는 보통 30분에서 1시간 정도 진행된다.

근속기간이 짧거나 조직에 대한 미련이 크지 않은 경우에는 비교적 짧고 담담하게 끝난다.

반면 오랜 시간 조직에 몸담았거나 퇴직 결정에 많은 고민이 있었던 직원들의 인터뷰는 쉽게 끝나지 않는다.

질문에 바로 답하지 못하고 잠시 멈춰다가, 결국 이런 말로 이어진다.

"이건 꼭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퇴직 인터뷰는 '이유 목록'을 수집하는 시간이 아니다.

연봉, 직무, 상사, 성장 기획 같은 표면적인 사유를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인터뷰에서 더 중요한 것은 그 이유들이 쌓여 사람을 어떻게 지치게 만들었는지를 이해하는 일이다.

어떤 구조가 반복적으로 감정을 소모하게 했는지,

어떤 방식이 사람을 점점 무력하게 만들었는지를 복기하는 과정에 가깝다.


인터뷰 결과는 퇴직 이후 경영진과 소속 리더에게 공유된다.

향후 조직과 인력을 운영하는 데 참고하기 위해서다.

물론 그 내용이 늘 듣기 좋은 이야기일 수는 없다.

퇴직이라는 선택은 대개 부정적인 경험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인터뷰에는 아쉬움과 불만이 더 많이 담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옳고 그름을 가리는 일이 아니다.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는지, 같은 감정이 여러 사람의 언어로 나타나는지를 보는 일이다.

동일한 신호가 계속해서 등장한다면, 그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와 방식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이때 퇴직 인터뷰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조직 진단의 출발점이 된다.


최근 서울대학교 신재용 교수님의 '정서적 연봉' 개념을 접하며 퇴직 인터뷰를 다시 보게 되었다.

정서적 연봉이란 급여나 직급처럼 숫자로 표시되지는 않지만,

구성원이 조직에서 일하며 체감하는 심리적 보상의 총합을 의미한다.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 노력과 성과가 당연하게 소비되지 않는 경험, 성장하고 있다는 감각,

의견을 말해도 괜찮다는 심리적 안전감 같은 것들이다.


퇴직 인터뷰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들은 이 정서적 연봉과 맞닿아 있다.

"일은 힘들었지만 감수할 수 있었습니다."

"성과는 냈지만 인정받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보상보다 힘들었던 건, 대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말들은 연봉 인상이나 복지에 대한 요구가 아니다.

조직 안에서 어떤 감정으로 버텼는지에 대한 고백에 가깝다.

숫자로 보상받았는지가 아니라, 사람으로 대우받았는지를 되묻는 일이다.


그래서 퇴직 인터뷰는 사람이 왜 떠났는지를 묻는 자리가 아니다.

사람이 왜 더 이상 버티지 못했는지를 이해하는 자리다.

그리고 그 답은 개인의 선택보다 조직의 구조와 방식 속에 더 많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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