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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마흔이다

병을 키우지나 말자

by 소기


자꾸 여기저기 아프다.


내시경을 예약했다. 소화가 안 되거나 너무 과하게(=급하게, 바쁘게) 잘 되어서(중간이 없다, 혹자는 중간이 없는 내 성격 탓이라고 했다), 게다가 더는 미룰 수 없게 되어서 예약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해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도 힘들지만, 준비하는 과정도 쉽지 않다. 먹고 싶은 것을 못 먹고 먹기 싫은 것을 먹어야 하다 보니 기운이 없고 예민하다.


그 와중에 갑자기 왼쪽 어깨가 아팠다. 팔을 들기도 힘들고 심할 땐 팔이 빠질 듯이 아팠다. 웬만하면 버티기가 특기인데(자랑거리 아니라고 어디 가서 그런 말 말라고 그랬는데, 아내한테 또 한 소리 듣게 생겼다) 이틀 만에 항복, 병원을 찾았다. 다른 병의 징후일지 모른다는 아내의 걱정도 한몫 거들었다. 간 김에 일 년여를 버틴 오른쪽 손목 통증 이야기도 했다. 치료를 마치고 나왔다. 오른쪽 손목에 깁스를 했다.


왼쪽 어깨 통증은 여전하고 오른쪽 손목에 깁스를 한 채, 흰 죽을 먹었다. 기가 찼다.




정말 큰일은,

마음이 옹졸해지는 것이다.


몸이 불편하니 마음이 불편해지고, 남을 불편하게 만든다. 특히 가까운 사람에게 더 그렇다. 몸도 마음도 가까운 사람은 그만큼 귀하고 중한 사람이지 만만한 사람이 아닌데 말이다. 희한하게 몸이 불편하면 표현은 빨라지고 생각은 느려진다. 말이나 표정, 행동이 앞서고 반드시, 후회한다.


생각은 느려지는 대신 많아진다. 이 생각 저 생각 할 생각 못할 생각, 온갖 잡생각 끝에는 또, 후회다.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은 생각, 생각들.



아플 때 된 것,

키우지나 말자.


"하아, 원인을 모르겠네. 왜 갑자기 어깨가 아프지?"

"그 나이 되면 원래 그런 거야. 아플 때 돼서 아픈 거니까 괜히 고민하지 말고 병원이나 가 봐."

"아..."


아내는 늘 옳다. 가장 현명하다. '이 나이'가 되어 보지도 않은 사람이 어쩜 '이 나이'인 사람보다 '이 나이'에 대해 더 잘 아는지 신기하다. 잘 들어야지, 아내 말 듣고 손해 본 적 없지 않나?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자. 이상하다 왜 이러지 거참 이상하네 할 일, 전혀 없다. 하나도 이상할 거 없는 일이다. 그런 고민할 시간에 설거지나 한 번, 아들이랑 캐치볼이나 한 번, 기타 연습이나 한 번 더 하자.


아프니까 마흔이다. 병을 키우지나 말자.




*이미지 출처: Dawid Plan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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