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해물칼국수와 못난이들

by 소기


'맛집'부추해물칼국수

대전에 가면 가끔 '맛집부추해물칼국수(대전 대덕구 신탄진로804번길 31)'에 들릅니다. 원래는 그냥 '부추해물칼국수'였는데, 맛집 프로그램에 몇 번 나와서 '맛집'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 같습니다(전적으로 제 생각입니다만). 그 동네 사람들은 대부분 '부추해물칼국수' 또는 '부추칼국수', 아니면 그냥 '쩌으기 칼국수(나 먹으러 갈 텨)'라고 부릅니다.


부추해물칼국수에는, 꽤 큰 새우가 꽤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칼국수는 말할 것도 없지요. 먹다가 지칠 정도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바지락이 압권,입니다. 먹어도 먹어도 끝없이 나옵니다. 그렇게 계속 바지락을 까먹다 보면, 국물 속에서 바지락이 계속 태어나 순식간에 자라는 건 아닐까, 되도 않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왜 바지락칼국수가 아니고 '부추'해물칼국수냐 하면, 부추를 넣어 칼국수 면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칼국수 면이 얼룩덜룩합니다. 일반적인 칼국수 면과 맛이 다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처음 가서 보면, 오 면이 특이하네요, 하는 정도입니다. 국물 맛은 청양고추가 들어가 칼칼하고 시원합니다. 크으~ 소리가 절로 나오는 것이, 어제 분명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도 해장이 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물론 전날 술을 먹지 않고 먹은 날은 없습니다).




매운 음식 빵빵하게 먹은 기념일

이 칼칼한 맛 때문에 그동안 아들 녀석은 이 맛있는 걸 제대로 먹지 못했습니다. 좋아하는 칼국수를 앞에 두고도 쌀밥을 김에 싸서 먹는 수밖에 없었지요. 그게 늘 맘에 걸렸지만 어쩔 수 없이(뭐가 어쩔 수 없냐면... 그냥 그렇다고 해 둡시다) 계속 찾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드디어 녀석이, 난생처음으로 부추해물칼국수를 빵빵하게 먹었습니다. 얼마나 잘 먹었는지 (언제나처럼 당연하게 시킨) 공깃밥은 손도 대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오버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녀석이 처음 몸을 뒤집었을 때, 처음 일어나 (꽃게처럼) 걸었을 때, 처음 기저귀를 뗐을 때, 처음 혼자 똥을 닦았을 때가 떠올랐습니다. 아이가 매운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은 혁명적인 일입니다. 이제 집에서도 매운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니까요. 담백하게 먹는 것이 싫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속도 편안하고, 속도 편안하고... 무엇보다 속도 편안하지요. 매일 그렇게 먹다 보면 가끔 속을 좀 불편하게 만들고 싶다, 짜릿한 통증을 좀 느끼고 싶다 뭐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는 법이지요.





못난이 사진 찍기 커뮤니티

요맘때(매운 음식을 막 먹기 시작할 무렵) 사내아이들의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가, 카메라만 갖다 대면 '못생겨진다'는 점입니다. 과학적인 근거나 신뢰할 만한 가설 같은 걸 찾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요맘때 사내아이들은 '못난이 사진 찍기 커뮤니티' 같은 곳에서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그 분야에서) 동반 성장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이상 지속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크게 문제시되지 않는 까닭은 아이들 스스로에게나 주변 사람들에게나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아빠들(의 아빠들, 그 아빠들의 아빠들, 또 그 아빠들의 아빠들, 다시 그 아빠들의......)도 그래 왔기 때문입니다. '정상적인' 사진을 찍으려면 몰래 찍거나 매력적인 보상을 거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굳이 그래야 할 필요는 느끼지 않습니다. 충분히 사랑스러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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