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사실이면서 사실이 아니다. 아내가 집을 나간 것은 사실이다. 지난 일요일이었다. 잠이 덜 깬 아이를 먹이고 씻기고 입혀, 들쳐업고 나갔다. 그러나 아내가 집을 나간 것은 맞지만 집을 나가버린 것은 아니다. 이것은 또 무슨 개똥 같은 소리인가 하면, 사실 아내와 아이는 저녁 때 돌아왔다. 나갈 때와 마찬가지로 활짝 웃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러니 아내가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간 것은 사실이지만, 집을 나가버린 것은 아니다. 즉 사실이면서 사실이 아닌 것이다.
(읽기를 그만두지 않고 여기까지 와 주셔서 감사하다.)
요즘 글을 줄여 쓰는 연습을 하고 있다. 가능하면 사실 위주로, 군말은 쓰지 않으려고 고치고 또 고친다. 전부터 선호하는 문체였다.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영향도 크다(대통령의 연설문을 꼭 읽어보시길. 단문으로 쓰기의 교과서이다. 힘과 절제, 배려와 울림, 여유로움과 치고 나아감을 모두 단문으로 표현했다).
짧게 쓰면 좋은 점이 많다. 일단 쉽다. 쓰기 쉽고 읽기도 쉽다. 문법에 맞지 않거나 논리적 오류가 발생할 확률이 줄어든다. 주어와 서술어, 꾸미는 말과 꾸밈을 받는 말의 거리가 멀수록 꼬이기 쉽다. 그 반대라면 당연히, 더 쉽고 정확하게 쓸 수 있다. 그리고 깔끔하다. 양념을 덜 쓰면 재료 본연의 맛이 난다. 군더더기를 덜어내면 담백한 글맛을 낼 수 있다. 쉽게 쓰고 쉽게 읽을 수 있다. 깔끔한 글이 된다. 길게 쓸 이유가 없다.
그런데 덮어놓고 줄이다 보면 위와 같은 글(아내가 ~ 집을 나갔다)이 되기 쉽다. 의도는 그게 아닌데 해석이 사람마다 달라 생각지도 못한 오해를 살 수 있다. 짧게 줄이는 것도 좋지만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없는지 살펴야 한다. 최소한의 재료를 쓰되, 정확한 전달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