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골 Apr 03. 2023

환희와 열정에 대하여

니체 읽기 AZ 5


 차라투스투라는 환희와 열정의 계보를 이렇게 말한다.

“너는 일찍이 열정들을 지녔었고 그것들을 불러 악이라고 했다. 그러나 너 이제는 단지 너 자신의 여러 덕을 갖고 있을 뿐이다. 그것들도 너의 열정에서 자란 것들이지만. 너는 이들 열정의 심장부에 너의 최고 목표를 세웠다. 그러자 그것들은 너의 덕이 되고 환희가 되었던 것이다.”

 악은 억압받아야 하는 것이다. 너무 열정은 사회적 덕목인 안정을 방해한다. 그렇기에 한때 열정은 악이라 불렸던 것이다. 우리는 ‘뭘 그렇게까지...’라는 억압을 지금도 피할 수 없다. 차라투스트라는 열정의 누명을 벗기고 그것을 다시 덕으로 복권하고 있다. 열정이 추구하는 최고 목표, 과업을 실현하기 위한 길목에서 환희가 생성된다고 말하고 있다.


“형제여, 만약 네게 어떤 덕이 있고, 그것이 네 것이라면 너는 그 덕을 그 누구와도 공유하지 못한다.”
“나는 그것을 어떤 신의 율법으로서 원하지 않으며 사람의 규약이나 없어 안 될 것으로서도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이 나를 이 세계 저편이나 천국이란 곳으로 오도하는 길잡이가 되어서도 안 되겠다.”

 과업은 다른 존재를 위한 것이 아니며, 타자가 정한 규칙에 의한 것도 아니고, 결핍에 의한 것도 아니며, 다른 목적을 위한 것도 아니다. 열정과 환희는 그러한 ‘목적 없는 놀이’에서만 끓어 넘칠 수 있는 것이다.


“형제여, 만약 네가 행운을 잡았다면 너는 단 하나의 덕만을 갖고 있을 뿐 더 이상은 갖고 있지 않을 것이다.”
“보라, 너의 덕 하나하나가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얼마나 열심들인지를. 저마다의 덕은 자신들의 전령으로 삼을 생각에서 너의 정신 전부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분노와 증오 그리고 사랑에 있어서도 너의 힘 전부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덕 힘은 다른 모든 덕을 정복할 때까지 멈추지 않기 때문에 단 하나의 덕을 가지고 있다면 행운인 것이다. 그런 사람은 한 길로 가면 될 테니 말이다. 그러나 어떤 인간에게는 많은 덕이 얽혀있다. 그 덕들은 신체를 독차지하기 위해 다른 덕과 끔찍하게도 싸운다.

“저마다의 덕은 한결같이 다른 덕을 질투한다. 질투란 끔찍한 것이다. 덕까지도 질투 속에서 파멸할 수 있으니 말이다.”


 차라투스트라는 그러한 싸움을 악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외려 없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들을 사랑하라고 말한다.

“사람은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이다.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너는 너의 여러 덕을 사랑해야 한다. 그것들로 인하여 너 파멸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최고의 덕이 자신의 힘을 완전히 소모하는 여정 속에서 환희가 생성되고, 극복되어야 할 대상은 파멸하며, 비로소 새로운 인간인 위버멘쉬로 가는 교량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정동호 옮김, 책세상, 2000.

원제: Also sprach Zarathustra (1885)


방송

김준산 외, 〈니체 강독 2편〉, 《두 남자의 철학 수다》.

https://www.podbbang.com/channels/11510


매거진의 이전글 신체를 경멸하는 자들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