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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골 Apr 01. 2023

거짓 없는 소설

2


 제대로 된 허무주의자나 염세주의자를 만나고 싶지만 언제나 실패한다. 허무와 염세를 알고 싶은 마음에 한동안 아쉬워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허무와 염세의 사상 그 꼭대기 가까이 오른 들은 언제나 자유로운 죽음으로 그들의 사상을 완성하기 때문이다. 렇기에 살아있으면서 허무와 염세를 떠드는 사람을 만나면 사기꾼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떨굴 수가 없 것이다.


 반대로 만나고 싶지 않지만 늘 만나는 것은 아주 제대로 된 패배주의자들이다. 그들은 언제나 조용히 내 옆에 머문다. 알아차리기 여간 어려운 게 아니고 나 스스로도 종종 잊어버리지만 그들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들은 자신의 정체를 말하지도 쓰지도 않는다. 어떠한 방식으로도 표출하지 않는다. 그것은 저항이기 때문이다.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저항이 아니라 패배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최소한의 저항이라도 진정한 패배주의는 허용하지 않는다.


 이런 생각을 한다고 해서 내가 냉소주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끔 저항할 수 없는 힘에 밀려 실소할 뿐이다. ‘모든 웃음은 비웃음이다라는 어느 현자의 말을 나는 믿지 않는다. 반대로 모든 비웃음 사실 웃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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