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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gongnyeon Aug 05. 2023

나의 집은 어디인가

호스텔에서 만난 친구가 맛있는 짜이집을 데려가줬다. 엉클은 시크교였는지 머리에 두건을 두르고서 익숙하게 짜이를 만들어주었다. 그 날 이후로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곧장 그곳으로 갔다. 앉을 공간이 있어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거리를 구경하기 좋았다. 무엇보다 내가 인도 사람이건 여행 온 외국인이건 그냥 짜이 먹으러 온 사람 취급해주는 엉클이 편했다. 어디서 왔는지, 오늘 뭘할건지, 기분은 어떤지 그런 얘기를 나눌 필요 없이 원 짜이 플리즈. 땡큐 두마디로 현지인들과 뒤섞여 거리를 마음껏 구경할 수 있었다. 5분마다 새로운 사람이 똑같은 질문을 해대는 빠하르간지에서 나의 유일한 안식처였다. 게다가 아침에 공복으로 때려주는 짜이는 차분한 하루를 시작하게 만들어줬다. 해뜨면 자연스럽게 눈이 떠지는 사람이라 8시즈음 공복 짜이를 때리다보면 상인 하나 둘 나타나 가게 앞을 청소했고, 호스텔에서 한창 자고 있을 관광객들 덕분에 썰렁한 길거리를 만끽할 수 있었다. 덤으로 나처럼 개운한 아침을 시작하려고 짜이집으로 달려오는 현지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머물고 있는 숙소보다 이 시간의 이 곳이 더 집처럼 느껴졌다. 유일하게 편안한 고독을 즐길 수 있는 시공간이였다.


델리 도착한 날 호스텔에서 했던 생각들이 떠올랐다. 다른 호스텔로 옮길려고 부킹닷컴을 보다가 비슷한 금액에 내가 원하는 집을 찾기가 어려워지자 극도로 피곤해졌다. 도망가고 싶었다. 아, 집 가고싶다. 제발 집으로 가고싶다. 어, 잠시만 집? 도대체 내 집은 어디일까. 어떤 장소도 떠오르지 않는 순간을 보며 서글퍼졌다. 아, 어차피 갈데가 없구나. 집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려니 도망가고 싶어졌나보다. 다른 집을 찾다 꽤 깊은 잠에 들었다. 꿈에서는 걱정하고 마음을 졸일 필요가 없었다. 그러니 안도할 필요도 없었다. 나와 같이 시체처럼 자던 룸메이트랑 일어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깨달았다. 원래 처음에 인도 오면 누구나 집 가고 싶어한다고. 그  얘기를 들을 때도 내 집은 어디인가 생각했다. 룸메이트들과 2년간 추억을 쌓아온 쉐어하우스일까, 살아보고 싶어서 단기로 계약했던 상수동일까, 원하는대로 살고싶어 찾아 들어간 철원 지장산 아래일까, 잠시 지냈던 경기도 평촌의 한 아파트일까, 그러다 짐을 다 옮겨놓게 된 부모님이 있는 대구일까. 어떤 곳도 지금 내 집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던 중 퍼킹 인디아 라고 외치는 친구 말에 머릿속이 펑 터졌다. 그 때 이후로 나는 집이 없다는걸 인정하고, 어딜 가든 집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아침 8시 이곳에 오면 그 순간만큼은 내가 가장 편하고 따듯하고 마음 졸일 필요없던 집과 같았다. 나를 포장하거나 애쓰지 않아도 되는 공간. 무표정으로 숨쉬고 무의식으로 움직이면 되는 공간. 나에게 필요한게 다 갖춰져있는 공간. 시선과 관심이 넘쳐흐르는 그 거리에서 나에게 집으로 다가와준 엉클의 짜이집이 벌써부터 그리웠다.

*엉클 : 우리나라로 치면 아저씨, 아재, 삼촌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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