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정신없고 바빴다. 누군가는 사기치느라, 음식을 팔랴, 물건 팔랴, 소,차,사람들을 피하며 운전하랴, 여기저기 경적소리에 차와 똥, 사기꾼인지 뭔지 알지모를 사람들을 피하며 걷는 나도 바빴다. 마음 붙일곳이 전혀 없었다. 델리에 도착하면 앞으로 어떤 여행을 할지 어디를 갈지 여유롭게 생각하려 했는데 너무 바빴다. 거리에서 나는 매번 웃으며 노땡쓰, 노땡쓰를 외쳤지만 내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나는 길거리 걸어다니는 것만으로도 지쳤다. 어느날은 짜증이 나고, 또 다른 날은 너무 화가나서 다 꺼져라. 퍽유를 외치는데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화내지 않았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경적을 울려대는데 이게 경적 울린다고 지나갈 수 있는 길이 아닌데 왜 자꾸 경적을 울리는지. 다 같이 경적 울리면 뭐 어쩌자는건지. 나는 극도로 예민해지는데, 그들은 웃으면서 경적을 울리고 지나가는 친구와 대화를 한다. 진짜 알 수 없는게 그렇게 다 같이 한마음으로 빵빵-하다보면 길이 열린다. 참 이해가 안된다. 어떤 상황이 펼쳐져도 그러려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같이 웃고 넘길 수가 없다. 왜 모든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사는걸까. 다른 문화권에 와놓고 내 기준을 밀어부치니까 작은 내 세상이 벅차서 자주 화가났다.
아, 생각해보니까 이거 처음이 아니다. 나 아주 상습범이네. 나의 오만이다. 남미 여행할 때도 똑같이 느꼈다. 포토시 광산에서 힘들게 일하고있는 광부들을 보면서 왜 시스템을 안 바꿔서 아직도 고생이지? 이렇게만 바꾸면 모두가 덜 힘들게 일할 수 있는데. 조금만 투자하면 멀리 볼 수 있는데 왜 그걸 안할까? 이해가 안되다 욕심이 지나쳐서 화가 많이났다. 나 뭐 돼? 고산지대 광산에서 일하는 광부를 보면서 내가 감히 화가났다. 광산 투어를 끝내고 광부들의 즐거운 맥주파티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부끄러웠다. 대부분 어릴때부터 일을 해왔고, 거기서 오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그들은 본인들의 일상을 즐겁게 지내고 있었다. 그들에게 들이밀던 화는 나 자신에게 돌아왔다. 나는 왜 함부로 그들을 평가하는가. 왜 나의 기준으로 들이대는가. 이번 인도여행에서도 무례한 분노를 느끼다가 그 생각이 들어 퍼뜩 접었다. 생각하지말자. 이렇게 바쁜데도 화내지않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도 사람들을 보면서 존경하는 마음이 찔끔 나왔다. 나라면 못할일이니까 대단한거잖아. 존경합니다. 델리 시민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