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다보면 여러가지 죄책감을 만나게 된다.
어제 정말 좋은 숙소를 오게됐다. 넓은 정원, 볕이 잘드는 방, 혼자쓰는 킹베드에 화장실, 식재료와 주방도구가 많은 부엌, 친절한 호스트 부부, 아름다운 풍경까지 가진 이 집. 한국에서는 적어도 10만원 이상을 써야할텐데 여기서는 5만원이 안되는 금액으로 모든걸 누릴 수 있다. 물론, 평소 숙박비에 5배 이상이 넘는 금액이지만 한국과 비교하였을 때 엄청난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거기서 시작됐다. 나의 죄책감은.
애초에 내가 인도를 왜 선택했나. 미지의 세계, 다양한 문화, 인디아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 사실은 그에 앞서 싼 물가다. 저렴한 경비가 바탕이 되어야 뒤에 따라오는 미지의 세계니 문화니 이게뭐니 저게뭐니를 즐길 수 있다. 그래 전반적인 경제적 비교를 해보자면 우리나라는 인도보다 잘 산다. 보다 부유하고, 선진문물을 누리며 살고있다. 그러니까 한국에서는 10만원이 여기서는 5만원으로 즐길 수 있다.
이런 기준으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나눌 수 있을까? 그러니까 그 세상이 올바르지 않다는 걸 인지하고 변화할 수 있는 세상이 존재한다는게 선진국일까. 우리가 모두 같은 선에서 출발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같은 선을 만들려고 애쓰고, 노력의 10%라도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 말이다. 시민들이 인지하고 애쓰는 동안 정치권은 시민 눈치를 봐야하고, 정부와 공권력의 부정부패가 덜 만연한 것이 선진국일까. 내가 여행객으로 방문했던 물가가 저렴한 나라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정부와 공권력이 부정부패한 나라들. 무슨일이 생겨도 다치는건 늘 시민들이다. 시민들을 보호하거나 지켜줄 어떤 기관도 없는 것 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민들도 제각기 위치에서 열심히 사느라 서로를 지켜줄 수 없어 보였다. 그 결과로 이 세상을 조종하는 정부는 그대로이고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걸까?
근데 이것도 참 건방지다고 느껴지는게다. 그들은 그 세상에서 본인들의 행복을 찾으며 살고있는데, 맛있는 밥을 먹는게 행복이고, 오늘 살아남은게 행복인데 내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그 세상을 벗어나라고요. 더 넓은 세상이 있고, 당신도 그럴 자격이 있다고요. 라고 계속 강요하는 꼴이 아닌가. 다양한 부족들이 본인들의 방식대로 대대손손 잘 살고 있는데 오늘날 여러 국가가 합쳐서 지구에서 우리가 함께살려면 당신들은 이렇게 해야합니다. 이를 어길시 00의 이름으로 즉각 사살합니다. 그러다 몇일 후에는 근래에 3회 경고한 방법대로 당신들을 사살하겠습니다. 그들은 잘 살다 갑자기 날벼락이 떨어진 꼴인데 차라니 날벼락은 자연의 섭리겠거니 하지만 비슷하게 생긴 종족들이 와서 어쩌고저쩌고 하더니 공격을 하는 모양새가 아닌가.
그러다 또 이게 결국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취하는 자세 아닌가싶다.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으니 내가 건방지게 이런식으로 생각하지 말자 하고선 모든 생각을 꺼버리는걸까. 몰라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냥 지나가는 여행객일 뿐입니다. 하는건 아닐까. 어떤 자세를 취하는게 그들에게 더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 12시간 땀흘리며 노동하지만 여행객 앞에서는 티내지않고 웃으며 물건을 건네주는 현지인들의 모습만 볼 줄 아는 지나가는 여행객이다. 그러니까 매번 보다 저렴한 물가를 “즐기기위한” 여행지를 선택하다보니 여행할 때마다 똑같은 죄책감을 느끼고, 비슷한 갈래의 생각을 하고, 여행객은 이만 물러갑니다 하고서 퇴장해버리는 반복에 갇힌다. 오늘도 이렇게 죄책감 가득안고 후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