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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gongnyeon Aug 12. 2023

북인도 시골마을은 유령도시일까요

든든한 호스트 덕에 잘 쉬고 잘 자고 잘 먹고 떠났다. 이틀이었지만 일주일은 충전한 느낌. 나는 아무래도 집이 필요했나보다. 안정감이 들면서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나보다. 또 이런 집을 찾아야지 생각하며 짐을 쌌다. 마지막날까지 호스트는 친절하게 나를 버스타는 곳에 데려다주었고 다시 집을 찾는 여행이 시작됐다. 이전처럼 버스에서 긴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아 3-4시간 거리에 있는 마을을 찾았다. 구글맵으로 여기저기 눌러보다 사라한이라는 마을을 발견했다. 목조형태로 지어진 사원이 멋있어 보였다. 마을도 커보이지 않아 잠시 지나가기 좋다 생각했다. 


사라한으로 가고있는데 점점 멀어지는 기분이였다. 혹시 사라진 마을인가? 이정도면 유령마을인가? 사라한이 아닌 다른 이름이 생긴건가? 오만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빠르게 지쳐갔다. 사라한에 가기 위해선 먼저 람뿌르라는 큰 마을을 가야했다. 쿠마르산에서 람뿌르까지 1시간 조금, 람뿌르에서 사라한까지 1시간 조금 되는 거리였다. 쿠마르산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무쏘 중형차 같은게 서더니 같이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우루루 달려들어 탔다. 본능적으로 나도 뛰었다. 사라한? 사라한? 노노노 람뿌르? 람뿌르? 예스예스! 나중에 알게됐지만 그건 개인 택시였고 버스가 아니였다. 그래도 크게 비싸지 않은 가격에 어찌저찌 잘왔다. 다른 승객들이 짐을 받아주고, 정확한 금액을 알려줬다. 그 승객 중 한명에게 혹시 사라한을 어떻게 가는지 아냐고 물었더니 본인도 모르는 마을이라 했다. 머쓱해진 나는 입을 닫았다.


드디어 람뿌르라는 곳에 도착했는데 큰 마을처럼 정신이 없었다. 언제 버스가 올지 모르니 무거운 배낭을 계속 짊어지고서 들어오는 버스마다 사라한? 노? 땡큐 를 반복하며 5분이 지났을까. 지쳐버렸다. 배낭을 아래 내려놓고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라한 가는 버스가 언제오는지 물어댔다. 답은 모두 달랐다. 정신없는 사람들 틈 속에는 구걸하는 사람들, 나를 힐끗 보는 사람들, 지나가면서 말거는 사람들, 도움을 줄려고 알아봐주는 사람들, 알 수 없는 목적지를 외쳐대는 버스 안내원, 그 속에서 상황 파악을 할려고 이리저리 눈동자를 바쁘게 움직이는 내가 있었다. 어떤 남자가 가까이 다가와서 사라한 가는 걸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그 사람이 왜 여기에 있는지 경계 했는데 지금 람뿌르에서 페스티벌 기간이라 놀러왔다고 했다. 본인은 오토바이가 있는데 헬멧이 없어서 못 태워준다고 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아니요. 헬멧이 있어도 저는 안탑니다. 어디로 가는지 알게 뭐랍니까. 하지만 이 남자 20분 넘게 버스를 알아봐준다. 들어오는 버스마다 목적지를 파악하고 저건 아니야. 아마 다음꺼일거야. 그걸 30분 가까이 반복했다. 지쳐보이는 나를 위해 바나나와 과자를 사줬다. 혹시나싶어 사는 과정을 유심히 보았는데 별 일 없었다. 그래도 바나나는 나중에 먹겠다며 일부러 먹지않았고, 과자를 조금만 먹었다. 이상한걸 뿌렸더라도 아주 조금만 먹으니까 별 일 없겠지. 지친 내 마음을 달래고 있는데 이 남자의 친구를 만났다. 페스티벌 때문에 놀러왔다고 했다. 조력자가 한 명 더 늘었다. 


한시간 가까이 기다리면서 사라한 되게 까다롭네 생각했다. 뭔 놈의 사라한을 가겠다고 난리인가. 오랜만에 숙소를 미리 예약해뒀더니 마음대로 행선지를 바꿀 수 없다. 역시 이래서 예약하고 다니면 안된다는 섣부른 결론을 내리면서 오기가 생겼다. 이렇게까지 가기 어렵다고? 더 가고 싶어지네. 기다린 시간이 한시간 정도 됐을 때쯤 열심히 알아봐줬던 남자가 말해줬다. 오늘 선거날이라 사라한처럼 작은 마을까지 들어가는 버스가 없다고. 그래서 너는 가장 가까운 제오리라는 마을에 가서 택시를 타야할 것 같다고. 이제 목적지가 바뀌었다. 때마침 제오리 가는 버스가 왔다. 한 명은 버스 운전사에게 한국에서 온 사람이라며 제오리까지 간다는 정보를 건네주었고, 다른 한 사람은 내 짐을 번쩍 들고 버스 안에 잘 싣어주었다. 한시간 넘게 버스를 같이 알아봐주고 말동무를 해준  조력자에게 땡큐땡큐를 외치며 인사했다. 버스 자리에 앉으니 그제야 안도감이 몰려왔다. 드디어 집 가는건가.


제오리가는 버스에서 게스트하우스에 전화했다. 유료 픽업이 가능한지 물어보았는데, 대화가 잘 안되었다. 일단 제오리 내려서 전화하라 그러길래 알겠다 하고 잠시 숨을 돌렸다. 한시간이 지났을 즈음 혹시 여기가 제오리인가 싶어 버스가 설 때마다 엉덩이 들썩들썩, 바삐 움직이는 눈동자를 보고서 옆자리 승객이 알려줬다. 아직 제오리 아닌데 곧 도착할거라며. 본인도 제오리를 간다고 했다. 불안한 내 마음을 아주 쉽게 달래줬다. 나중에 옆자리 메이트가 짐을 챙길 때 같이 내리면 되니까 더이상 엉덩이를 들썩하지 않아도되고 편안하게 창 밖을 쳐다볼 수 있었다.

제오리에 내려 사라한 가는 버스를 물어봤는데,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없다. 분명 인도 공용어는 영어인데 아무래도 작은 마을은 무조건 힌디어인가 보다. 게스트하우스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나 제오리에 도착했어. 혹시 숙소까지 얼마에 픽업 가능해?”

“글쎄. 나도 가격 잘 모르겠는데. 니가 제시할래?”

“응..? 나 여기 처음 와서 아무것도 모르는데..?”

“나도 모르는데? 그럼 너가 알아보고 제시해줘”

“어?...어..그럼..알아보고 다시 전화할게..”


뭐지? 보통은 이럴때 시세보다 높은 금액으로 먼저 알려주지 않나. 다 귀찮은건가. 눈에 보이는 음식점으로 들어가서 여기에서 사라한 가는 택시비가 얼마인지 물었다. 주인장도 몰랐고, 그는 알아봐주겠다고 했다. 그곳에 일하고 있는 아이에게 심부름을 시켰다. 그 아이는 릭샤가 모여있는 곳에 달려가 릭샤로 탈 때와 개인 택시를 이용할 때 금액 차이를 알아왔다. 다른 테이블에서 밥먹던 남자가 오늘은 버스가 없어서 택시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며 의견을 보탰다. 난 게스트하우스에 다시 전화를 걸어 릭샤 금액을 대면서 가격은 이정도라며 말했다. 주인장은 내가 제시한 금액보다 조금 더 싸게 대답했다. 뭐지? 내가 겪은 인도랑 너무 다르잖아. 무조건 더블로 부르고 시작하는거 아니였냐. 릭샤 타고 오냐고 물으며 대답을 듣기도 전에 릭샤가 아닌 차를 타고 싶다고 말했다. 본인은 차를 타고 오는거라며 걱정말라고 했다. 뭐지.. 다른걸 뜯어낼려는건가.. 친절로 다가오면 의심으로 방어했다. 15분만 기다리라며 도착해서 전화하겠다고 말하길래 음식점에서 모모를 하나 시켜먹었다. 메뉴에 없는지 모르고 콜라를 시켰는데 근처에 있는 슈퍼에서 사와서 똑같은 금액에 팔아줬다. 이상한 마을에 와버렸다.


밥을 먹고나자 숙소 주인에게 연락이 왔다. 어디냐고 묻는 말에 대답이 어려워 음식점 주인에게 냅다 폰을 건네주었다. 둘이 통화를 하고 음식점 앞에 차 한대가 섰다. 타라는데, 이 차가 그 차인지 알 수 없어 전화를 걸어 폰이 우는지 보았다. 본인이 맞다며 폰을 보여줬다. 차를 타고서 음식점 주인장이랑 기분좋게 헤어졌다. 이제 진짜 집 가는건가?


젊은 친구 2명이 왔다. 1명이 주인이고 1명은 그냥 따라온 친구랬다. 제오리에서 사라한으로 가는 길에는 여러 마을이 있었고, 가는 길마다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설산을 보며 가거나 푸른 숲길이었다. 젊은 친구라 그런지 차 내부 스피커를 아주 빵빵하게 채워놨는데 음악 취향이 같아 설렜다. 사라한 가는 길에 느껴졌다. 아..여기 하루 이틀 자고 못 떠나겠는데. 분명 진짜 좋을 것 같은데.. 사라한으로 가까워질수록 설산 풍경은 더 멋있어졌고, 더 시골로 굽이굽이 들어가는 느낌이라 완벽한 이방인 놀이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음악 비트에 맞춰 내 심장도 같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이틀이라도 요리를 해먹을 생각으로 게스트하우스 부엌을 쓸 수 있는지와 마을에 시장이 있는지 물었다. 부엌을 쓸 수 있고 마을에 시장이 있으니 데려다 준다했다. 숙소 주인장은 사라한으로 가는길에 만나는 마을에 대해 꽤나 열심히 설명해줬다. 로컬 가이드와 함께가는 기분이랄까. 사라한에 드디어 도착했다. 유령마을인가 의심했던 그 동네. 주인장은 시장에 나를 데려다주고 볼일을 다 본 나를 다시 숙소에 내려다주었다. 1층은 로비와 부엌이고, 2층-3층이 손님방이였다. 나에게는 2층에 있는 가장 안쪽 방을 내어주었다. 혹시 다른 방이 더 좋을까 싶어 몰래보다 걸렸다. 편하게 구경하고 방을 바꿔도 상관없다고 말해주면서 아무래도 혼자니까 안쪽이 제일 편하지 않겠냐고 보탰다. 나도 똑같이 생각했다. 아무래도 안쪽이 제일 낫겠어.짐을 풀고 샤워를 했다. 전날 숙소에 비하면 가진게 없지만 내 몸에 맞는 옷을 입은 기분이였다. 뜨거운 물은 기대할 수 없었고 따듯한 물이 10분 가량 나오면 끊겼다. 방 안에는 볕이 잘 들지않아 추웠다. 그래도 문을 열면 복도에서 설산을 바라보며 뭐든 할 수 있었다. 그곳에 내 의자를 두고 담요를 깔아 매일 설산을 보며 차도 마시고, 영상 편집도 하고, 일기도 썼다. 어떻게 하루만 있겠어. 1박을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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