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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상 Mar 03. 2024

사춘기도 꼭 겪어봐야 하는 것이었다.

하루 에세이

 

 생각해 보면 전 딱히 사춘기가 없었던 유년시절을 보낸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무탈했고 부모님이 인정할 정도로 무던한 아이였어요. 분쟁을 싫어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제 성격도 한몫을 했던 것 같고요.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어떻게 보면 남들이 정해놓은 정석코스를 쭉 따라 사는 아이였어요. 대학입시도, 취직도, 결혼도 그러했어요.  때때로 갈등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잘 이겨낸 편이었어요.


 근데 이게, 언젠간 탈이 나는 것 같더라고요.  잘 지내는 줄 알았던 삶에 브레이크가 걸렸습니다.

'나 잘 살고 있나?' , '난 뭘 잘하지?', '나는 어떤 사람이지?' 근본적인 질문들이 파도처럼 절 덮쳤습니다. 저에 대한 고민을 뒤늦게 하기 시작한 것이죠. 한참 공부할 때인 고등학생도 아닌, 취업을 앞둔 대학생도 아닌 30대에 진입하자마자 저런 질문들이 저를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김미경 강사님의 강의를 우연히 보게 되었고 거기서 그러시더라고요. 사춘기 때 미친 듯이 자기에 대해 고민을 해본 아이는 마음이 똑똑한 아이라고요. 무조건 100% 동의는 아니지만, 강의 내용 중 이 부분 하나만은 매우 공감이 가더라고요. 태어나는 순간 내가 왜 태어났고, 내가 뭘 잘하는 아이인지 부모에게 물어볼 수 있다면 아마 다들 묻지 않았겠냐며, 그때 말을 못 해서 못 물어봤기 때문에 그걸 미친 듯이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는 시간이 사춘기라고요.


 저는 왜 사춘기가 평화를 깨는 것이라고 생각했을까요. 저는 왜 사춘기가 부모를 괴롭히는 불효라고 생각을 했을까요. 분명 제 안에서도 그런 고민들이 많았을 텐데 저는 왜 그게 다 반항이라고 생각했을까요.

다 크고 나서 그 고민을 하고 앉아있으려니 몸이 무겁더라고요. 몸이 가벼울 때, 나이가 가벼울 때 이런 고민을 했더라면 머리가 좀 덜 아팠을까요.  아니면 지금이라도 격렬한 고민을 하는 나에게 칭찬해줘야 하는 걸까요.


 자식, 너 이제 너의 삶이 좀 궁금해지기 시작했구나. 너 이제야 너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했구나. 하고요.


 여러분은 사춘기가 지나갔나요?  

이제 막 사춘기에 진입하여 저와 같이 혼란스러운 분도 계시다면, 걱정 마세요. 여기 동지가 있네요!


나를 사랑합시다 사춘기 동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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