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에세이
벌써 집으로부터 독립한 지 언 7년이 되어 가는데, 1남 2녀의 장녀로 태어나 항상 복작복작하게 살다가 독립을 하니 너무 좋더라고요. 속 시끄러운 가족들에서도 벗어나서 한 편으로는 참 편안하게 20대 중~ 후반을 보냈습니다. 지금은 물론 결혼을 하여 또 다른 가족을 얻었지만 5명이 복작복작하게 살던 때보다는 좀 더 자유롭더라고요.
그런데 얼마 전 잘 살고 있는 줄 알았던 엄마가 어디론가 확 사라져 혼자 살고 싶다는 얘기를 한 이후로 체한 듯 그 말이 마음에서 떠나질 않네요. 뭐가 문제일까, 전화를 해봐도 엄마는 저에게 쉽사리 원인을 얘기해주지는 않습니다. 뭔가 예상이 가는 일이 있긴 하지만 그 문제는 엄마가 불안해하고, 걱정한다 한들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제가 해결해 줄 수 있는 일도 아니었고요.
그렇게 몇 날 며칠을 가슴에 돌덩이가 앉은 것처럼 이따금 무겁다가 머리를 스치는 단순한 생각에 마음이 조금 편해졌습니다.
엄마도 나와 같은 청춘을 보냈고, 나와 같진 않겠지만 시련의 소용돌이를 거쳐온 인간이라는 것을요. 저마다 자신의 고통을 이겨내는 힘을 축적한 채로 살아가고 있는 어른이었음을요.
나는 왜 늙어가는 엄마의 마음이 나약했을 거라 생각했을까요.
나도 퇴근하다, 밥을 먹다, 문득 멍 때리며 있다가 확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을 텐데 왜 엄마는 그걸 못 이겨낼 거라고 생각했을까요. (엄마는 그냥 저에게 투정을 부리신 거였겠지요)
나의 오만이 웃겼어요. 내가 뭐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라고 해결해 줄 생각을 하다니요. 그냥 잘하지 않던 전화나 자주 해야겠다 생각하며 이 걱정은 마무리 지었습니다.
엄마라 강한 게 아니라, 영겁의 세월을 보낸 어른은 저마다의 힘으로 강화되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