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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상 Feb 09. 2024

우리 좀 나에게 관대해지면 안 될까요.

하루 에세이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시무식을 영상으로 시청하면서 연휴 내 쌓였던 업무를 처리하다 별안간 꺼진 모니터 화면에 (듀얼을 쓰고 있어서 가끔 자기 혼자 오락가락합니다 모니터가..) 비친 제 텅 빈 눈동자를 마주하고 말았네요. 분명 12월 31일 저녁까지만 해도 참으로 의지가 가득했거든요.  다시 태어나려고요. 근데 역시나 똑같습니다. 저만 그런 것이 아니겠죠.


 오늘 문득 출근길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간이 가는 것이 예전에는 무력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거 되게 무서운 거구나. 근데 더 무서운 건 시간이 유한하다는 것을 점차 깨닫는 나이가 되어감에도 여전히 텅 빈 눈동자로 앉아있는 제 자신이라는 거죠. 소름이 순간 돋아서 어깨를 한번 털어버렸습니다.


 그렇지만 뭐 어쩝니까? 앉아있는 자리가 변하지 않고 제 정신머리(?)가 변하지 않는 한 새해라고 다를까요. 그냥 하룻밤 자고 일어난 보통날일 뿐인데.


그래서, 그냥.. 뭐 , 왜. 내 텅 빈 눈동자가 어때서?


 그렇다고 내가 업무를 펑크를 내는 것도 아니고. 월급 루팡을 하는 것도 아니니 소임을 다하고 있는 것 아니냐. 합리화합니다.


 후배한테는 잘하고 있다, 충분하다 말해주면서 1년 내내 버티고, 또 새해를 맞이한 내 몸뚱이에게 그 정도 말해주자 싶네요.

 오늘 좀 텅 빈 눈동자면 어때! 맡고 있는 일 열심히 하고 내 자리 잘 지키며 잘 왔지 뭐!  연휴 끝나고 와서 힘들어서 그런 걸 거야.라고 말이죠.


우리 좀 나에게 관대해지면 안 될까요.

퇴근길에 찍은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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