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숲 Apr 23. 2016

지하철에서 생각하고 글쓰며

2016년 4월 3일에 쓰다.

선거철에.


새로운 일을 시작한지 한달이 되어간다. 드디어 교육기간을 거쳐 부서 배치를 받았다. 모든 게 예전과 같지 않고 사람 사는 기분이 드는 곳이다. 일은 정신없이 치열한데 사람들 마음은 여유있고, 제각각 다른 개성을 지녔지만 마음들은 따뜻하다. 새로 일하는 곳은 다양한 인간 군락이 모인 단체이다. 덕분에 지하철을 타며 일을 나가기는 처음인데, 하루에 두어 시간씩은 스쳐지나는 많은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바라보고 생각한다. 요새 정신이 없어 통 글을 쓰질 못했는데(계속 쓰고 싶었으나) 지하철에서 지하철을 배경 삼아 글을 써서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지하철 안에서 사람들은 제각각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간다. 지친 얼굴들, 골몰한 표정들. 호기심이 잔뜩 차있기도 하고, 즐겁거나 슬프다. 대부분 친절하며 사는 모습도 옷차림도 다 다르지만 지하철에서는 한 풍경이 된다. 이런 풍경을 하나 하나 뜯어보면 사람 하나 하나가 저마다의 이야기를 지니고 있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소중한 사람이다.

 요새 가장 큰 변화라면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소중하고 사랑스럽게 여겨진다는 점이다. 이것이 어떤 단계인지는 모르겠다. 이 마음도 더 깊어질지 더 가벼워질지.

 어제 지하철 계단에서 90세에 가까워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주저앉아 껌이 들어있는 바구니를 들고있는 모습을 보았다. 오늘 지하철에서는 구걸하는 사람을 둘이나 만났다. 일상의 풍경으로 여기고 싶지 않아서 주머니에 든 푼돈을 꺼내놓고 대신 부끄러움을 가져간다. 가난의 무서움을 배운 뒤에는 푼돈 내어주길 합리화하기도 한다. 나도 주머니 사정이 어려우니까.... 이러나 저러나 창피하긴 마찬가지니까 남 도와주는 일도 이랬다 저랬다 한다. 다만 도와주지 못한 뒤엔 마음이 더 무겁다.

  지하철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아직도 창피한 것 투성이인데, 거리로 나오니 역마다 4.13 선거 운동이 한창이다. 명함이 손에서 손으로 왔다갔다하고 트럭들이  스피커를 한껏 키워두고 소리를 낸다. 사이런 소리가 흩어지고, 트럭 위에선 터무니 없는 말들이 쏟아진다. 하필이면 그런 후보의 연설이었다. 나는 듣지 못하고 바삐 건물 안으로 들어가 숨었다.

작가의 이전글 가난한 청년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