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꽤 자주 허탈하고 허무했다. 그래서 무기력하고 그래서 우울했다. 그 반대 일 때도 수 없이 많지만. 허탈과 허무가 찾아오는 이유는 너무도 다양했다. 어느 날은 하루가 너무 평온해서, 또 어느 날은 나 혼자만 고여가고 있는 것 같아서, 또 어느 날은 매일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어서, 또 어느 날은 내가 너무 무력해서, 또 어느 날은 내가 너무 모순적이어서.
허탈과 허무는 끊임없이 날 찾아왔고 안타깝게도 나는 그들에게서 벗어나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일상생활을 해도, 운동을 하여도, 누군가와 웃고 떠들어도,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그때뿐. 그들은 다시 나를 뒤덮는다. 차 오르는 지조차 몰랐던 물이 발등을 덥고 가슴께로 올라와 순식간에 물속으로 나를 밀어 넣는다. 물속 저 아래로 추락하는 기분이 든다.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다가, 그러다가 다시 몸은 부유하고 추락했던 내가 떠올라 물 위에 간신히 밭은 숨만을 내뱉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그것뿐이라는 듯, 숨만을.
분노는 나를 갉아먹고 끝내 잡아먹는 아귀여서 도망갈 수 있다면 허탈과 허무는 도망칠수록 나를 더 깊이 끌어들이는 늪과 같다. 그 늪을 채우려 무언가 밀어 넣어도 다 소용없다, 그저 잡아먹혀버린다. 그래서 나는 늪과 함께 있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허무와 허탈을 받아들인다.
그러다 보면, 그렇게 옹송그려 버텨내다 보면,
새하얀 눈이 선사한 거리를 거리며 여행 같다고 기분 좋은 날이 오기도 하니까. 흩날리는 꽃잎, 싱그러운 나무, 알록달록한 단풍, 새하애진 거리. 오늘과 다른 내일, 조금씩 달라지는 풍경들, 소소한 차이점을 발견하다 보면 늪은 어느새 그 높이가 낮아지리.
언제 또 늪에 빠질지 모르지만. 그렇게 또 함께 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