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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행젼 Jul 14. 2022

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 가 좋았던  이유/종합리뷰

박해영 작가, 김석윤 PD, 김지원, 손석구 출연한 '나의해방일지'


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 종합 리뷰

박해영 작가, 김석윤 PD, 김지원, 손석구, 이민기, 이엘 출연





결론부터 이야기하고 싶다.

이 드라마 '웰메이드' 드라마이다. 혹시 나랑 드라마 취향이 비슷한 분들이라면 반드시, 꼭 보시길 추천드린다.


난 이 작품 이후로 '박해영' 작가님은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작가 리스트에 올려두었다.

와.. 뭐지? 이 드라마는? 솔직히 호불호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단연코 '호'이다.


최근에 넷플릭스로 본 드라마인데.. 마음에 소화할 시간이 필요해서 후기를 지금 올린다. 뭔가 내가 진짜 재밌게 본 드라마들은 후기를 정성껏 올리고 싶다.


그럴 자격이 충분한 작품이었다.


(줄거리는 생략하겠다 내가 보고 느꼈던 것들을 주로 이야기하겠다)



사실 '나의 아저씨'를 보았던 나로서 쉽게 1회 버튼이 눌러지지 않았다. 좋긴 진짜 좋았는데.. 1-2회를 건너뛰는 게 쉽지 않다고나 할까?

굉장히 밝은 드라마는 아니고.. 뭔가 어둡고 침전된 그 마음의 심연 속에서 무언가를 흩뜨려 놓는 기분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그러나 틀었다.

일부러 '우리들의 블루스'를 보고 난 뒤 시간을 좀 두었다. 왜냐면? '우리들의 블루스'의 여운을 즐긴 다음에 다음 드라마로 넘어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주 배경이 여름이라 너무 좋았다.

야외 촬영이 주로 이루어 눈이 좀 힐링되는 기분이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여름 배경의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하는데.. 와 1화에서 보는 찌는듯한 더위와 그래서 더욱 짙게 초록인 여름의 날씨가 전해졌다.

드라마의 색감이 너무 좋았다. 촬영 관련 스태프분들의 그 섬세한 감각에 박수를 보낸다.

그래서 1화를 계속 보았다. 그리고 2화... 그리고 마지막 회까지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주 배경이 여름이지만.. 겨울까지 배경이 나오는데.. 촬영 기간이 긴 건가?

가을, 겨울의 배경이.... CG 같지는 않아 보였는데..


예전에 영화 '리틀 포레스트' 촬영 비화를 들었는데, 그 영화는 사계절이 나온 것으로 기억되는데, 영화가 자연의 배경이 중요해서.. 감독과 배우 등 제작할 때 긴 기간을 두고 촬영해도 되는 것에 동의해서 그런 좋은 작품에 배경이 담길 수 있다고 어떤 인터뷰에서 본 것 같다.


그래서 뭐랄까.. 그 더위에 야외 촬영을 많이 담은 '나의 해방 일지' 촬영 제작팀들의 노고가 보는 시청자로 하여금 느껴졌다.




OST 역시 좋았다.

역시... OST가 너무 한몫했다.

드라마의 내러티브와 잘 어울렸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을 때 이어폰으로 듣고 있는 이 드라마의  OST를 같이 링크를 걸어둔다.

' 나의 해방 일지 ' OST 전곡 듣기

(글자를 클릭하면 유튜브로 연결됩니다)

찾아보니 김태성 음악감독이라고 나온다. 음악감독님 너무 음악들이 드라마에 잘 녹여졌습니다.




출연진들도 좋았다.

특히, 삼 남매의 캐릭터들이 좋았다.




구 씨(손석구 역), 염 이정(김지원 역)이 주의 내용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삼 남매의 둘째 요 창희(이민기 역), 첫째 염기정(이엘 역)도 좋았다.

특히 창희 때문에 이 진지한 드라마에서 내가 몇 번을 웃었는지 모른다. 그 솔직한 발언들을.. 하며!


구 씨 차를 긁어서.... 그들의 추격신!!!

그리고 구 씨가 멀리뛰기하는 장면을 보고 따라 하는 장면들.


이 삼 남매에서 어찌 보면 제일 살뜰하다. 딸 같은 아들인 것 같다. 산포 친구들과 티격태격하면서 지내는 모습, 편의점 점주들에게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최근 읽었던 '불편한 편의점'이 떠올라서 반갑기도 했다.




아직 독립하지 않은 미혼의 삼 남매와 늘 쉬지 않고 일하시는 엄마, 아빠.

서울에서 일은 하는데 경기 외곽에 살아서 집이 너무 먼... (집 안 멀어본 사람들은 모른다.....ㅠㅠㅠ 난 너무 잘 안다)


창희가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겪는 회사에서 힘든 부분들.. 구 씨의 차를 잠깐 빌려 타면서 갖는 그 여유로움.. 여유로우니 진짜 싫은 동료도 너그러움을 갖고 보게 되는.. 기정이랑 창희는 보면 솔직한 스타일이고, 말로 표현을 잘하는 것 같다. 약간 미정이와는 다른 성향의 남매들 같다.



그냥 그 캐릭터들이 다 살아있어서 좋았다.

만약에 창희가 이 드라마에 없었다면,

기정이가 없었다면 이 드라마는 진짜 '우울'... 했을지도.

그들 덕분에 좋았다.


소개팅을 꾸준히 하고, 사랑을 하고 싶어 하지만...

맞다. 머리를 자르는 기정이의 모습에서 오히려 기정이의 단단하고 그동안 갇혀있던 어떤 모습에서 해방한 느낌이 들었다.




내용 흐름에서 갑자기 삼 남매의 엄마가 돌아가시면서, 드라마의 파트가 바뀐 기분이 들었다.

이러한 반전 같은 장면의 전환은 김석윤 PD의 전작 드라마 중 '눈이 부시게'에서 느꼈던 기분과 비슷했다.  드라마가 타임슬립이 주된 내용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주인공이 치매였던.. 앞의 내용에서는 치매인 그녀(김혜자 역)의 시점에서 드라마가 진행되고, 거의 후반부에서 3인칭 관점에서 드라마가 보이는 그 부분이 기억난다.

갑자기 당황스러우면서 자연스럽게 그 뒷이야기로 넘어간다.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엥? 갑자기 뭐야!!!?"라고 생각할 분들도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나는 자연스럽고 괜찮았다.

그리고 그 이후에 구 씨가 산포에 다시 들리는 것과, 계절이 바뀌고 현재 장면으로 오고 가는 장면의 교차가 마치 소설을 보는 기분이었다.


엄마 아빠로 출연한 천호진 배우와 이경성 배우도 참 좋았다. 흰머리와 거뭇한 피부.. 말이 없고 고집 있어 보이는 캐릭터의 아빠가 엄마의 죽음 이후 성격의 변화도 캐릭터가 입체적이었다.

엄마 역할의 이경성 배우는 잘 모르는 배우였는데, 발성이나 딕션이 연극배우 같으셔서 필모를 찾아보니 연극배우셨다.




삼 남매 가족은 엄마 없이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갔다. 예전에는 이렇게 놀러 다녔던 것 같은데, 그동안은 그럴 시간이 없었는데라는 이야기를 한다.

창희는 차가 있으니까 지금 이렇게 드라이브 갈 수 있는 거 야라며 이야기한다.


그리고 해변을 걸으며 대화를 나눈다.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아빠를 이해하기도 한다.

그런 그들의 대화가 좋았다.



'나의 해방 일지' 드라마 보면, 간혹.. 이 장면의 연출은 지금 내가 보는 것이 드라마인가? 혹시 판타지 영화인가 하는 장면들도 여럿 있었다.


구 씨 방에 소주병을 본.. 창희의 장면..

구 씨와 김지원의 키스신.

소설 같은 느낌...




해방 클럽

미정이는 회사의 '동호회'에 소속되지 않았다.

하지만 '해방 클럽' 동호회에서 각자 무언가에 '해방' 하기 위해 해방 일지를 쓴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해방...

나는 무엇에 해방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거의 마지막에 보태 훈(이기우 역)은 말한다.

'저는 아직 해방되지 못한 것 같아요..'

'그래도 무엇에 '해방'되고 싶은지를 알게 되었잖아요 그게 전부 아닐까요'


이 대사도 좋았다.


해방되는 거는 해방되어야 할 그.. 무언가를 내가 알았다는 것만으로 해방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이 드라마에서 손석구, 구 씨를 빼놓을 수 없다.

그래서 가장 마지막에 배치해두었다.

미정이와 구 씨..

일반적인 사랑이라고 말할 수는 없고. 웬 추앙??

추앙이 뭐야? 하면서 찾아보면서 이 드라마를 접할 것이다.


'나를 추앙해요!'라는 말에 구 씨도 그 뜻을 찾아본다.

추앙 : 높이 받들고 우러러본다.

여기서 '추앙하다'라는 이런저런 편견과 조건 없이 그냥 그 상대를 응원한다. 그 상대를 이러저러한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맞추거나 변경 없이..


그런 사랑. 그런 추앙.. 가능할까?

그게 판타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 드라마에 빠지게 된다.




미정의 대사 중에,

'다른 친구들은 신에게 무엇을 해달 라라는 기도를 했을 때 나는 왜 내가 여기 있는지, 여기에 왜 왔는지 등에 대해 물었다'라는 대사가 기억난다.


그리고 미정이 드라마에서 '시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축적이고 축약적이고..


인터뷰에서 보니, 손석구는 이 드라마에서 패션에 많은 신경을 썼다고 한다. 이 드라마에서 구 씨의 패션의 변화(상황의 변화에 따른 옷차림), 그리고 산포에 있었을 때 터덜터덜한 걸음걸이가 인상적이었다.


손석구를 처음 알게 된 드라마는 '마더'였다. 얼마나 무서웠는지........ ㅠ 그 이후에 '최고의 이혼', '멜로가 체질'을 보면서 그의 개성과 매력을 느꼈었다. 앞으로의 그의 작품들도 기대가 된다.




또 인상적인 미정의 대사 중에,





"어금니 꽉 깨물고 고통을 견디는 건 있어 보이고, 사랑하는 여자랑 알콩 달콩 사는 건 없어 보이나 보지?

들개 한 체 물리는 거랑 좋아하는 여자 편안하게 해 주는 거랑 뭐가 어려운 건데.

나 보도 꿔 간 돈도 못 받는 등신 취급하더니,... 지는.. "






미정의 상상은 현실이 되다.


그 장면이었다.

미정은 고된 일로 야근을 할 때, 커피숍에 가서 누군가 옆에 있다(사랑하는)고 상상하며 일을 할 때가 있었는데, 구 씨가 터벅터벅 걸어 들어와 옆 테이블에 앉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어떤 멜로드라마보다 더 로맨틱한 장면이었다.




추앙만 한 것이다.

그가 내게 뭘 해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냥 추앙을 할 뿐이다.

미정이의 그런 사랑의 방식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구 씨는 산포를 떠나 자기 자리로 돌아오지만 상황이 그렇다고 더 나아지지 않는다. 더 악화된다. 계속 술을 먹고.. 돈이 있어도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건강도 더욱 안 좋아진다.

산포에서는 거의 말도 안 하고 멍만 때리던 그는 여기서 욕도 칼 지게 잘하고.. 다른 삶이다. 그런 구 씨를 보면서 인간은  '선' 또는 '악', 한 가지로 말할 수 없겠다. 다양하네..라는 생각을 하면서 보았다.



이 드라마에 대해서는 계속 쓰다 보면 몇 페이지 나올 것 같다. 이야깃거리가 많네 쓰다 보니..

너무 주절주절 후기를 쓴 것 같은데.. (정리 있게 쓰지 못함).. 날것의 그 또 즐거움과 맛이 있으니까!




이 드라마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해피엔딩을 보여주지 않아서 좋았다. 솔직히 우리의 인생도 딱 해피엔딩이라는 게... 있나? 싶기도 하고..

그냥 가는 것이지.. 뭐..




미정이가 구 씨에게 그에게 술을 먹게 하는 그 아침에 보이는 것들.. (구 씨의 불안.. 등의 요소)이 나타나면 '환대'해주라고 한다.

내가 싫어하고 나를 힘들어하게 하는 것들을 '환대' 해주라.

그리고 구 씨는 전화를 걸고 짐을 싸서 집을 나온다.

그러면서 이 드라마는 끝난다.




구 씨도 무언가에 해방된 얼굴이었다.

내가 괴로워하는 그것에 '환대' 하다...

어떤 드라마에서 이런 내용을 화면으로 구현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최근에 봤던  노희경 작가의 '우리들의 블루스'는 책으로 말하자면 '에세이'를 본 기분이었고, '나의 해방 일지'라는 소설을 본 기분이었다.

둘 다 결이 달라서 오랜만에 두 편 모두 좋은 드라마를 본 것 같아서 좋았다.



'나의 해방 일지'라는 호불호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좋았다.



그리고,

'우리들의 블루스'와 '나의 해방 일지' 두 드라마 중,

내가 하나를 꼽으면.

<나의 해방 일지> 다.







*같이 보면 좋을 글과 유튜브 영상


박해영 작가의 드라마  '나의 아저씨' 리뷰

김석윤 PD의 드라마 '눈이 부시게' 리뷰

(위의 리뷰 글 중 후반부가 '눈이 부시게' 내용입니다)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리뷰


'차이 나는 밤샘 토크'에 출연했던 손석구 인터뷰 영상




* 이 글은 제 블로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예요

* 이미지 출처 :

-- '나의 해방 일지' 공식 홈 스틸컷 이미지 다운

-- ' ELLE' 홈페이지에서 화보 이미지 다운

-- 'JTBC DRAMA' 유튜브 채널 '나의 해방 일지' 하이라이트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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