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을 기억하는 법

겨울의 식탁 2. 유자생강차

by 숨소하

집 앞 단골 카페에 겨울을 맞아 새 메뉴로 유자생강차가 나왔다. 원래 좋아하는 차가 들어갔다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왠지 겨울에 알맞아보이는 신메뉴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주문했다.


투명한 내열 유리잔에 들어있는 캐모마일 티백, 달콤한 향의 유자생강청, 통째로 들어간 시나몬 스틱. 온기가 가득한 컵을 두 손으로 붙잡고 향을 먼저 한 모금 마신다. 여러 향이 뒤섞여 기분이 좋아진다. 한 모금 마셔도 본다. 달콤함이 혀를 타고 퍼진다.


유자, 생강, 시나몬, 꿀. 전부 겨울이 물씬 풍기는 재료들이다. 계절을 담은 삶을 좋아하는만큼, 계절을 담은 재료들로 만든 음식이 좋다.


요즘 건강한 식사법을 접하며 음식을 먹을 때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음식의 맛과 질감에 집중하며 먹으라는 내용을 봤다. 왠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계절을 즐기자는 나의 가치관과 맞닿은 느낌이 들었다.


계절을 담은 음식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현재를 즐기게 해 주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계절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즐기는 방법이 계절을 전해주는 음식을 먹는 것이라고 느껴진다.


차를 마시지만 동시에 올해의 겨울을 마시는 것이다. 한 입 한 입을 천천히 음미하며 '아, 올해 나의 겨울은 이런 맛이구나'라고 몸이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다.


정신 없이 살다 보면 계절이 지나가는 지도 모른 채 새 계절을 맞이한다. 그런 세상 속에서 계절을 기억하려 애쓰는 노력이 더욱 빛난다고 느낀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지나가는 계절을 붙잡아 두려는 나만의 노력이, 결국 지나고 쌓여 나의 인생을 만들어 간다.


계절에 어울리는 음식을 찾아 나선다는 건, 단순히 미식 탐방과는 다르다. 누군가는 일기로, 누군가는 영상으로 자신의 지나간 삶을 기록할 때, 나는 음식으로 기록한다. 그런 기록이 쌓여 풍성한 계절의 식탁을 차리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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