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나도 사랑해
2022.09.04
MBTI가 변했다.
스무살, 처음 서울에 발 디뎠을 때
아무 계획 없이 술과 사람과 새로움을 만끽했던
그 철없던 시절을 떠올려 본다.
몇 년이 지난 지금
다시 그때처럼 나를 내려놓고 사람들 속에 어울릴 수 있을까-
더는 그럴 수 없을 것 같았는데
더는 그럴 수 없었다, 역시.
혼자만의 시간이 좋다.
헛소리가 줄었다.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사업 관련 문서를 검토하고
다이어리를 쓰고
운동을 한다.
억지로라도 어울려보려고
어울리지도 않는 곳들에 큰 몸뚱이를 들이밀어 보았으나
결국 나는 더이상 그럴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을 뿐이었다.
후배 하나가 예의상 던진 "MBTI가 뭐예요?" 라는 질문에
오래 전 검사했던 결과인 'ENFP' 라고 답했으나
이제는 그 성격이 결코 아니라는 확신이 들어서 다시 검사해보았다.
바뀌었구나 역시.
INFJ
이렇게 급격하게 바뀔 수 있나- 싶다가도
설명을 자세히 읽어보니까 맞는 말인 것 같다.
독창성과 내적 독립심이 강하며
확고한 신념과 열정으로
자신의 영감을 구현시켜 나가는 정신적 지도자들
물론 멋스러운 말들만 써놓았기에 자기 객관화가 필요하겠지만
주관적인 판단으로는 매우 맞는 것 같다.
https://namu.wiki/w/INFJ (인프제 특징)
조용히 강한 사람, 본인의 것을 확실히 가진 사람.
괜히 뿌듯해지는 말들이다.
누군가 '페르소나'에대해 이야기 했던 것이 떠오른다.
제게는 수많은 페르소나가 있어요.
아마 모두 그럴 테죠.
이것도 내 모습이고 저것도 내 모습이고... 그런데
과연 나의 모습은 도대체 무엇일까- 고민했던 순간이 있었어요.
근데 이제야 깨달았어요.
그게 다 저더라고요.
시시각각 변화하는 모두 다른 자아의 모습들
그게 전부 내 모습
그 진리를 이미 이전부터 나는 깨달았긴했다.
그리고 그 모든 나를 사랑하려고도 노력했다.
하지만 이번엔 조금 당황했나 보다.
수많은 생각과 가치의 변화, 성장 혹은 퇴화.
예전과 큰 폭으로 변해버린 내 모습이,
그로인해 생성된 환경들이 아마 낯설었나 보다.
이제 다시 나를 바라보는 중.
나를 바라보고 내게 맞는 습관을, 삶을 일구어 가는 중.
나는 어떤 나든지 여전히 사랑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