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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의 Nov 26. 2022

지각인데 난 왜 혼자 걸어갈까?

잘 살고 있고 잘 살 거지롱

2022.11.26.

지각인데 난 왜 혼자 걸어갈까?

젠장- 오늘도 지각이다

그래도 수업을 간다는 게 안 가는 것 보다는 성실한 건가?


어쨌든. 30분도 넘게 지각했다. 사람들 모두 나를 관통하듯 뛰어간다.

근데 나는 뭐가 여유로운 건지 또박또박 걸어간다.

교수가 내 모습을 봤다면 매우 약 올랐겠다.



지금 내 걸음은 여유일까 나태일까

그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나태의 순간을 이따금 지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항상 그런 건 아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여유 쪽에 가까운 것 같다.

아주 건방진 여유를 부리고 있는 중이다. 사실 마음도 편한 쪽에 가깝다.


하고 싶은 일들이 가득 밀려오는 하루들이다.

하기 싫은 일은 당연히 멀리하게 되고, 그러한다고 해도 스스로가 밉지 않은 요즘이다.


진짜 이러다가 뭐라도 될 거 같다.

<뭐라도 되겠죠>, 내 에세이가 단순한 치기와 객기, 패기가 아니었다.

이미 그 책의 첫 글을 쓴 순간부터 알고 있었지.

아니 6살 처음 작곡을 했을 때부터 알고 있었어.



이번엔, 다름과 틀림의 차이는 무엇일까.

지금 나의 걸음은 다른 걸까 틀린 걸까.

그러면 안 되는 일일까, 아니면 그럴 수도 있는 일일까.

이건 솔직히 선뜻 '다르다'고 말 못하겠다. 조금은 틀려먹은 부분도 있는 것 같다.


근데 뭐 어쩔 텐가.

그러면 다른 구멍을 파놓자. 자유에 대한 이야기다.

망가질 자유, 포기할 자유, 틀릴 자유에 대한 이야기.

우리에겐 망가지고 포기하고 틀려버릴 자유도 필요하다.

나는 천천히 걸음을 통해서 소극적이나마 그런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중이다. 틀렸을 지라도 그건 틀린 것이 아니다.

그조차도 자유이며, 해방이고 여유이다.


나는 내일도 다음날도, 그 다음다음 날도, 그 다음 주, 그 다음다음주도 아마 수업을 가지 않거나 이미 늦은 수업에 억지로 달리지 않을 테다.

그리고 교실에 들어가서는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더 재밌는 일들의 계획을 세우겠지.

걱정하는 사람들은 그러면 안 돼... 라고 만류하겠지만


그건 오히려 내가 하고 싶은 말이지롱




 나 어린 시절에 저 깊고 깊은 산 중에

한 마리 호랑이를 보았지

나 사람들에게 호랑이가 나타났어요

빨리 도망가라고 말했네


사람들은 다들 도망치고

이젠 빛바랜 한 장면 추억으로

어디선가 마치 무용담처럼 얘기하겠지


사람들은 나를 떠올리며

그 소년은 분명 잡아먹혔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난 잘 살고 있지롱


나 어린 시절에 저 넓고 넓은 바다에

한 마리 고래를 보았지

나 사람들에게 고래가 나타났어요

빨리 일로 와보라 말했네


사람들은 다들 다가오며

그래 고래는 대체 어딨냐고 내게 물었지만

고래는 이미 사라졌었지

사람들은 나를 가리키며 이 소년은 정말 거짓말쟁이라고

나를 다 욕했지만 난 분명히 봤지롱


롱 롤로로 롤로

Long time ago

내가 아주 어릴 때 들었었던 얘기지롱

롱 롤로로 롤로

Long time ago

내가 아주 어릴 때 난 분명히 봤지롱


난 잘 살고 있지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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