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 속의 건물들이 보였다
아니 구멍이 뻥 뻥 뚫린 벽체라고 해야 하나
낯익지만 처음 보는 풍경 속을
몇 걸음 디뎌 보고서야
꿈이라는 걸 알았다
꿈속에서 나는 무방비상태였다
안이 보이지 않는 구멍들이 무서웠다
아무도 없는 길을 천천히 밟으며
여기저기 듬성듬성 나 있는
풀포기들을 보았다
풀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
이곳도 살아있는 공간처럼 느껴지고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오는 듯도 했다
건물이 끝나는 지점에서 발을 멈추고
황량한 풍경을 휘휘 둘러보았다
한 걸음 더 내디디면 깨어나는 건가
발밑이 허전했다
어디로 떨어질지 겁을 먹기도 전에
길이 뚝 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