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시작하는 아침
꼼지락꼼지락 왔다 갔다
몸을 깨우고
물을 끓이고
원두를 갈아서
커피를 내린다
세 모금쯤 마시면 의식이 차려진다
하고 싶은 것이 떠오르면 좋은데
대개는 잊고 있던 일들이 머릿속에서 뒹굴거린다
더 소란해지기 전에 연필을 집어 든다
종이에 사각거리는 소리
창 밖으로 오토바이 소리
트럭에서 호객하는 소리
제주 은갈치이거나 귤이거나,
멀리서도 왔군
방안에 커피 향이 남아있는 동안
나는 연필로 커피를 기억한다
천천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를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