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똥구리와 눈물 한 방울

by 권소희

숲속에 나타난 말똥구리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장수벌레처럼 껍질이 반질반질한 말똥구리 녀석은 앞발을 땅에 짚고 뒷발로 열심히 경단처럼 빚어진 똥을 굴리며 숲속을 달려가고 있었다.


녀석이 굴리는 똥 경단은 자기 몸보다 3배는 더 커 보였다. 너무 커서 앞도 보이지 않는데 무조건 굴렸다. 똥을 가져다가 알을 낳으려고 하는 건 지 아니면 땅속에 파묻어놓고 야금야금 먹어치우려고 하는 건지. 녀석은 쉬지 않고 바쁘게 뒷발을 놀린다. 어찌나 열심히 경단을 굴리는지 녀석의 행동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그런데 아뿔싸.


무작정 뒷발질로 굴러가던 경단이 그만 길가에 삐져나온 나뭇가지에 박혀버린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녀석은 계속해서 경단을 발로 밀었다. 그래도 경단이 꿈쩍도 하지 않자 녀석도 그제야 뭔 일이 났음을 감지하는 것 같았다.

‘어! 왜 안 움직이지?’


꼼짝달싹하지 않는 경단에서 발을 떼더니 경단 주위를 몇 번 뱅글뱅글 돈다. 안절부절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쯤 되면 나도 녀석이 어떻게 할까 무척 궁금해진다. 나 같으면 그냥 포기하고 말텐데.

말똥구리3.jpg 나뭇가지에 박힌 쇠똥경단을 꺼내려는 쇠똥구리

쩔쩔 매던 녀석이 갑자기 앞발로 흙을 헤치며 경단 주위를 돌았다. 원형으로 흙을 파헤치자 땅과 경단 사이에 틈이 생겨났다. 틈이 생겼으니 헐거워졌을 수밖에. 이번엔 녀석이 앞발로 경단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영차! 영차! 조금 더 힘을 내! 사람이라면 그렇게 응원을 해주련만.


그러기를 수차례. 드디어 나뭇가지에서 경단이 쏙 빠졌다. 만세!


말똥구리는 다시 앞발로 땅을 짚고 뒷발로 자기보다 3배나 더 큰 경단을 굴리며 숲속 저편으로 유유하게 사라졌다. 숲속 어딘가에 있을 자기 둥지로 향해.

인터넷에 올려 진 동영상을 보고 이렇게 감동하며 감탄해 보긴 처음이다.

쇠똥구리라고 불리기도 하는 말똥구리는 고대 이집트 신화에도 등장하는데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말똥구리를 보며 태양신 ‘라’가 태양을 움직이는 모습을 상상했다고 한다. 태양신 케프리의 머리를 말똥구리 형상으로 표현한 걸 보면 고대 이집트인들도 나처럼 말똥구리의 성실함에 감동했던 것 같다.

말똥구리4.jpg 태양신 '라'를 연상하게 만드는 쇠똥구리의 성실함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곤 하지만 아주 하찮은 미물들이 인간보다 더 감동적일 때가 있다. 온몸으로 똥을 굴려가며 거친 흙길을 하루 종일 걸었을 테니 나뭇가지에 박혔다고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경단을 끌고 집으로 향하려는 말똥구리의 집념에 온몸으로 버텼던 지난날이 새삼스레 떠올랐다. 포기하고 싶었던 결심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고독까지. 난 부활을 꿈꾸고 있었다.

말똥구리2.jpg 보잘 것 없는 꿈이라도 굴리고 또 굴리다 보면...

커다란 숲속에서 살아가는 말똥구리. 남들 보기에 쓸모없는 동물 배설물이나 먹고 세상을 버티고 살아가는 작은 곤충. 보잘 것 없는 꿈을 굴리고 또 굴렸던 내 모습과 비슷해서 그만 눈물을 한 방울 쏙 흘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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