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을 넘기는 게 첫 목표다
만화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비장의 계획을 세운지 오늘이 3일째다. 작심삼일이라던데 오늘만 넘기면 첫 번째 관문은 일단 통과다. 그 다음 관문은 열흘을 넘기는 일이겠지. 열흘을 넘기면 한 달을 참을 수 있다. 그동안 수없이 계획을 세웠다가 흐지부지 된 게 많다. 특히 영어공부는 작심삼일을 여러 번 했다. 지금도 영어공부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어서 영어만 떠올리면 내 마음은 아주 불편해진다. 계획대로 밀고 나가지 못하는 건 능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지구력이 없어서라는 걸 난들 모르겠는가.
글을 쓰는 일은 유일하게 작심삼일을 넘겼다. 소설을 쓰겠다고 달려들게 된 계기는 겁 없는 자신감 때문이기도 했다. 우연히 문예지를 보게 되었는데 그때 실린 단편소설들이 어찌나 엉성하고 허술한지 이 정도 수준도 소설이라면 나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단순한 생각으로 ‘문학’의 ‘문’자도 몰랐던 나는 덜컥 문학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탁월한 문학적 재능이 있는 소수의 특별한 사람만이 가능한 일이라고 여겼던 넘을 수 없는 벽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남들이 하는 일을 나라고 왜 못해? 그렇게 시작한 글쓰기가 작심삼일을 넘겨 습작기간만 10년이 걸렸다. 한글문법부터 시작했던 지난 10년은 뼈를 깎는 시간이었다. 어쨌든.
만만한 게 문제다. 남들이 한다고 결코 그 일이 내게도 쉽다는 것을 뜻하는 건 아닌데. 그래도 그런 배짱도 없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가 없다. 젊은 애들이나 하는 웹툰을 그리겠다고 펜툴을 움직이게 된 것도 ‘나라고 하지 말란 법도 없지 않은가?’ 라는 단순무모한 생각에서 비롯됐다. 막상 작화를 시작했는데 4화를 끝으로 5화를 진행 할 수가 없었다.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 올려 진 다른 사람의 만화를 이리저리 들춰보다가 아주 잘 그린 만화를 보게 되었다. 그건 만화가 아니라 한 편의 영화였다.
기가 팍 죽었다. 거의 3일은 컴퓨터 앞에 앉지를 못했다. 되지도 못할 일을 시도하는 것 같아 그만 둬야 할 것만 같았다. 자신감의 문제가 아니라 왜 갑자기 만화가 그리고 싶어졌는지 내 자신에게 묻고 또 물어야 했다. 나도 남들처럼 할 수 있을 것 같아도 이건 아니잖아? 내 자신에게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끝없이 할 수 없는 이유가 줄줄 나왔다. 사실 그림실력이 형편없다. 쓱싹쓱싹, 현란한 손놀림이 없는 그림 실력 갖고 무슨 만화를 그리겠다고. 아무리 용을 써도 하루에 그릴 수 있는 양은 좀처럼 늘지 않았다. 그게 제일 큰 문제다. 인터넷에 만화를 올리는 방법도 모르지. 그건 나중에 알게 된다하더라도 지금이라도 당장 그만 둬야 할 이유가 한 두 개가 아니다.
실은 일전에도 만화를 그리다 포기했던 경험이 있다. 무턱대고 만화를 그리겠다고 잘 나가는 직장까지 그만두었다. 하지만 결국 6개월 동안 헤매다 포기를 하고 말았다. 직장도 잃고 만화도 못 그리고. 그 일만 생각하면 목구멍에서 쓴 물이 올라온다. 과거 일이 떠오르자 그림이 문제가 아니라 내 의지의 문제였다는 결론은 분명해진다. 다시 구실을 대며 하나 둘씩 내가 웹툰에 도전할 수 있는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림실력이 큰 장애이긴 하다. 그림실력은 어쩔 도리가 없다. 연륜은 하루아침에 쌓을 수 없다. 시간이 필요한 일이고 인내가 필요한 일이다. 스물스물 도전하고픈 욕망이 다시 올라왔다. 내 마음은 그때의 상황이나 지금 상황이 변하진 않았다. 그래도 이번엔 포기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매일 작업을 기록으로 남기기로 했다. 이 기록은 나에게 주는 채찍이고 격려다. 나도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